과도한 할인은 소비자 불신 키우는 역효과

월마트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소매기업(multinational retail corporation)으로 세계 28개국에 1만1718개 매장을 가지고 있다. 또, 전세계 유통기업 1위를 20년 넘게 지키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다.
이런 월마트가 고전하다 철수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월마트는 1998년 한국에 진출해 2000년대 초반(2000~2003년) 매년 70억~14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당시 한국은 IMF를 겪은 후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요구도 강했고, 정부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했던 시기였기에 월마트는 최적의 타이밍에 진출했다고 볼 수 있다.

전망은 좋았지만 월마트는 2004년 36억원, 2005년 99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5년에는 점포당 평균 매출이 455억원으로 다른 할인점(이마트 평균 1025억원)보다 현저히 낮았다. 경영사정이 악화된 월마트 코리아는 결국 신세계그룹에 인수되어 기존 월마트 여러 매장은 이마트로 바뀌었다.

월마트의 철수는 대한민국 유통업계 역사에 있어 아주 큰 사건이었던 만큼 다양한 전문가가 월마트의 한국 철수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제시했다. 이를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대형할인점에 자주 방문해 신선식품을 많이 구입하는 패턴을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월마트가 진출한 대다수 국가는 소비자들이 할인점에 자주 방문하지 않고 한번 방문했을 때 가공식품을 한번에 최대한 많은 양을 구매하는 생활패턴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충분한 시장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월마트는 제품 품질보다는 저가격 위주의 제품이 주로 판매되기에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또, 당시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고객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영했고 적극적인 홍보, 할인행사로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월마트는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았고,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나 이벤트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다.
 
셋째, 월마트는 강남점을 제외하면 다른 할인마트보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에 주로 있었다. 이는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올 수 있는 중심 상권에 집중하는 한국 할인점들의 입지 전략과 반대였다. 이는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고 땅값이 저렴한 외곽에 자리잡는 서구적인 입지 선정 전략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교통체증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것을 선호했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
이러한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조금 달리, 하바드 경영대 알카세르 교수는 한국 소비자에 대해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 소비자는 월마트가 진출한 국가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격이 낮아도 고급스러운 쇼핑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값싼 상품을 찾아다니면서도 묶음 구매보다는 낱개 구매를 선호한다는 연구결과 역시 흥미롭다고 말한다.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명절에 수요가 많은 24개 품목 구입가격에 대해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약 10%, SSM보다 약 20%, 백화점보다 약 40% 저렴했으나, 서비스와 시설 등의 이유로 전통시장을 기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 월마트가 진출한 다른 나라 소비자들은 고급스러운 쇼핑경험은 상품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미국의 한 지점에서 진열대(선반)를 고급 소재로 교체한 적이 있는데, 고객들은 월마트의 저가 정책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바꿀 여력이 있다면 상품 가격을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국내 인터넷 검색 트렌드를 살펴보면, ‘가성비’ 언급이 급증하고 있으며, 비슷한 상품이면 보다 저렴한 가격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다이소는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으나, 매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통시장을 제외하고, 가장 가격이 낮은 대형마트의 매출이 급증해 온 것 역시 이러한 추세를 설명하는 예다. 정리하자면,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는 높으나, 쇼핑 경험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 할인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할인폭이 커질수록, 구매 의도는 증가한다. 그런데, 가격을 지나치게 많이 할인하여 판다면 구매 의도 역시 비례해 증가할까? 모든 상품은 할인폭을 계속 올리면 구매 의도가 증가하다가 불신을 갖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 예컨대, 어떤 가게에서 8000원짜리 수제버거를 6000원으로 할인해 판매한다면 소비자의 구매 의도가 증가할 수 있지만, 2000원에 판매한다면 아마 대다수 소비자는 품질에 불신을 가질 것이다. 

2018년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아래 표는 중국 소셜커머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 중 20개를 고른 후 “각 상품은 몇 % 할인할 때부터 불신하기 시작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해서 정리한 것이다.
예컨대, 영화 티켓은 원래 가격의 80% 미만의 할인을 할 때까지는 괜찮지만, 80% 이상의 할인을 하게 되면 소비자는 의심하게 된다는 의미이며, 휘발유는 20% 이상의 할인을 하게 되면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80% 할인이면 너무 많이 할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심지어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한 온라인쇼핑몰에서 9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호텔 숙박권이 30% 이상 할인에서 소비자의 불신을 얻게 된다는 것은 오히려 놀랍다.

물론, 표 1 상품들은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프랜차이즈 호텔 숙박권을 해당 호텔 공식 웹사이트에서 할인해 판매할 때에도 같은 수준의 불신 시작 할인율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사이트에서 취급하는 20개 상품의 불신 시작 할인율이 20~80% 분포를 갖는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즉, 같은 할인율을 적용해도 어떤 상품인가에 따라 소비자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의도는 매우 높아질 수 있지만, 오히려 낮을 수도 있는 것이다. 

위 연구에서는 어떤 요소가 불신 시작 할인율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가를 알아보고자 하는 취지로 ”할인이 과도해 상품을 불신하게 된다면, 어떤 이유로 불신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가”를 부패하기 쉬운 정도, 균질도/비균질도, 원재료 비용, 브랜드 효과, 수익률, 정보 투명성, 계절성의 관점으로 묻는 인터뷰를 실시했는데, 이를 정리하면 표 2 와 같다. 

영화 티켓은 80% 미만까지 할인에 소비자들은 불신을 갖지 않은 반면, 스테이크는 35%만 넘게 할인해도 불신을 갖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영화 티켓은 균질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반면, 스테이크는 비균질적인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스테이크는 부패하기 쉽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 할인폭이 크면 ‘혹시 부패한 것 아닐까?’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딸기 농장 체험 할인폭이 커서 불신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부패하기 쉽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인 반면, 농가가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률은 높을 것이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높은 할인율에도 불신하지 않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스테이플과 종이의 원재료 비용은 적은 편이고, 투자용 금괴와 휘발유의 원재료 비용은 높은 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스테이플과 종이의 불신 시작 할인율은 높고, 금괴와 휘발유의 불신 시작 할인율은 낮은 것이다. 

위와 같은 결과는 한국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할 수 없지만, 할인율과 구매의도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상품 특성에 따라 불신을 갖기 시작하는 할인율이 다르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식품 가격 전략
기업은 상품에 대해 WTP(소비자의 지불의향 가격), 가격, 비용, WTS(공급자의 공급의향 가격)을 늘 전략적으로 고려한다. 소비자의 지불의향 가격과 실제 가격 간 차이는 소비자의 몫이고, 가격과 비용 간 차이는 기업의 몫이며, 비용과 공급자의 공급의향 가격 간 차이는 공급 자의 몫이다.
따라서,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은 기업의 몫을 줄이는 셈이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을 낮추게 되면 공급자의 몫이 줄어들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가격 전략은 소비자의 상품 만족도를 높이거나 구매경험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지불의향 가격을 높이거나 공급자에게 데이터 분석, 마케팅 대행 서비스 등의 방법으로 공급자의 공급 의향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식품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패위험성과 비균질성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불확실성에 해당하고, 소비자들은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정보를 원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식품의 이력정보 제공은 소비자들 의 지불의향 가격을 높인다.
또, 식품 유통기업은 소비자의 후기나 반응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공급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공급자의 공급의향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식품 생산 및 가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이기 때문에 만약 다른 기업에 납품한다면 잃게 되는 기회비용에 해당한다.
 
가격 할인의 이유는 다양하며, 때로는 필요한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불신 시작 할인율을 초과하는 과도한 가격 할인은 기업의 몫을 줄일 뿐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의 불신을 더 키우는 역효과를 만들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이철 아주대 경영대학 e-비즈니스학과 교수는 UI 및 UX 관점의 농심품 판매 전략, 스마트 패키징과 로지스틱스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온라인 전략, HCI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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