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높을 때 정보를 더 찾는 경향 있어
필자가 식품저널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으로, ‘불확실성(uncertainty)’과 ‘균질성과 비균질성 (homogeneity & heterogeneity)’이 있다. 이들 개념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식품 관련 비즈니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사례를 들면서 해당 개념이 어떻게 상품 기획 및 전략에 활용될 수 있을 지를 논의한다. 

상품의 균질화와 가치
상품의 균질 정도를 일직선상으로 표현해보면 그림 1과 같은데, He를 매우 균질하지 못한 상품이라 하고 Ho를 매우 균질한 상품이라 하면, 모든 상품의 균질도는 He와 Ho 연속선상에 매핑할 수 있다. a, b, 혹은 c의 위치에 매핑된 상품을 비균질하다, 균질하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a는 b보다 비균질하고, c는 b보다 균질하다. 또한, a는 He에 가까우므로 대체로 비균질한 편이고, c는 Ho에 가까우므로 균질한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선식품은 비균질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사과(우리나라에서는 유통되는 사과의 품종이 대다수 부사로 단일 품종이므로, 편의상 사과라 함)는 지역에 따라, 농장에 따라, 심지어 한 나무에서 생산된 경우에도 품질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비균질한 편에 속할 것이다. 소비자는 식료품점에서 사과를 구매할 때 그 맛을 정확히 알기 어려우며, 따라서 불확실성이 분명히 있다. 

인간은 불확실성이 높을 때 정보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상품의 가격이 높다고 인지하거나 기회 비용이 크다면 정보를 찾으려는 경향 역시 강해진다. 예컨대, 와인을 구매할 때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구하려 할 것이고, 구매하고자 하는 와인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다. 

다시 사과를 예로 들어 소비자가 서로 다른 사과 두 개의 품질을 균질하게 혹은 비균질하게 인식하게 되는 요소로 크기, 모양, 당도, 산도, 식감, 과즙의 양, 맛(진한 맛, 연한 맛)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생산법인이나 유통업체에서 사과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를 수치화한 후 유사한 품질의 사과끼리 모아 판매한다면,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당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준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인식하게 될까? 

그림 2와 같이, 사과의 품질 요소를 수치화하고, 유사한 품질의 사과끼리 묶어 상품화하게 되면 균질도가 상승하게 된다. 또한, 소비자가 이처럼 균질화된 상품을 접할 경우, 상품 품질의 불확실성을 확실히 덜 느끼게 되고 상품에 대한 만족도는 상승한다. 따라서 상품 가치는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균질화된 상품을 취급하는 생산법인이나 유통업체에 대한 신뢰가 증가하게 된다. 

한편, 상품 품질의 비균질 정도와 불확실성 정도는 종종 동의어처럼 사용된다. 상품의 품질이 균질하지 않다는 것은 상품의 품질이 매번 다르다는 의미이므로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상품의 균질화로 불확실성을 줄이면, 상품의 가치는 늘 증가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한가지 예를 더 들어 보자. 새우는 비교적 비균질한 상품에 속한다. 그런데, 새우가 가공, 선별 등의 추가적 과정을 거치면 균질성이 증가할 수 있다. 물론, 상품화되는 새우는 단일 품종이라고 가정한다. 

(1) 새우가 막 포획되었을 때에는 다양한 크기로 섞여 있다. 새우가 아닌 작은 물고기들도 같이 잡혀 섞이기도 한다. 이대로 상품화하지는 않겠지만 비균질 정도가 매우 높고, 상품 품질의 불확실성 역시 존재한다. 

(2) 비슷한 크기로 새우를 선별한다. 같은 종의 새우라도 크기가 다르므로 그림 2와 같이 크기에 따라서 선별되어 판매된다면 비균질 정도는 (1)보다 낮아질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는 불확실성이 (1)보다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사과의 사례와 달리, 새우는 품질의 균질도 혹은 비균질도를 결정할 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 따라서 새우의 종이 같다면, 균질화로 증가하는 상품 가치는 크기 선별을 통한 것 말고는 별로 없다. 

(3) 추가 공정을 거쳐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새우의 껍질을 제거하고 익히는 과정을 거치면 새우 개개 간 차이는 (2)보다 미미해지며, 균질 정도는 (2)보다 증가하게 되고,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불확실성 역시 감소한다. 물론, 상품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 새우를 분쇄하여 튀김 형태로 가공하는 사례도 있다. 이때 품질의 균질성은 (3) 보다 증가하며, 불확실성도 낮아진다. 물론, 이런 경우도 상품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위 새우 사례를 살펴보면, (1)과 (2)는 새우 본연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반면, (3)과 (4)는 가공을 통해 형태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2)보다 (3)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 (3)은 (2)와 같은 상품이라 보기 어렵고, (4)는 같은 상품이라 하기 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1)에서 (2)로 선별되는 과정에서는 가치가 증가했지만, (2)에서 (3)으로 다시 (4)로 바뀌는 가정에서는 가치가 증가하지 않았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품 본연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균질화와 정보로 불확실성이 줄어들게 되면, 상품 품질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가 증가하고, 상품의 가치도 증가한다. 

불확실성의 의도적 활용
앞 절에서 상품의 품질이 균질하지 않다는 것은 그 품질이 들쑥날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불확실성이 증가한다고 직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불확실성의 정확한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미래에 전개될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거나 어떤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명확히 측정할 수 없는 상태”라 씌어 있다. 따라서, 들쑥날쑥한 품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거나 품질 요소의 가능성을 명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게 된다. 

한 막걸리업체의 대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았다.
“막걸리업체 누구든 붙잡고, 일정한 맛을 내려 하지 말고 가양주 빚듯이 무조건 맛있게만 만들어보라 하면, 진짜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얼추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막걸리 생산 과정에서, 균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대량 생산과 지속적인 판매, 유통 등을 위해 막걸리가 늘 동일한 맛과 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막걸리 제조 시설을 갖추고, 막걸리를 빚어 방문객들에게 소소하게 판매하는 A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씨는 재료를 아끼지 않고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낸다. A씨의 막걸리를 마셔본 사람들은 최고의 막걸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이내 곧 입소문이 나게 된다. A씨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시설을 확충하고, 본격적으로 제조 및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A씨의 막걸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클레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막걸리 맛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막걸리 특성은 며칠 전의 맛이 다르고 오늘의 맛이 다르다. 며칠 후엔 또 맛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어떤 고객은 며칠 전 것이 오늘 것보다 더 맛있다고 말하는 반면, 다른 고객은 오늘 것이 며칠 전 것보다 더 맛있다고 말하면서 클레임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고객이 클레임을 건 이유는 막걸리 맛이 맘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기대했던 맛과 달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균질하게 맛이 없다면, 구매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품질이 균질하지 않고 매일 달라지는 위 사례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낮추어 주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즉, 상품의 품질이 비균질함을 오히려 인정하고, 막걸리의 맛을 최대한 요소별로 분해하고 홈페이지나 SNS 등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사전에 게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오늘자, 내일, 모레, 3일 후, 5일 후 막걸리의 맛 혹은 예측되는 맛을 단맛, 산미, 청량감, 바디감, 향 등으로 분석해 수치화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해 알리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들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 나타나는 날짜에 선택적으로 방문해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균질화 방법이 아닌, 비균질한 상품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정보의 양이나 질, 예측력 등이 충분하다면 고객이 갖는 신뢰 및 만족도가 상승하게 된다. 상품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비균질성과 불확실성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동의어는 아니다. 

기호가 뚜렷한 상품은 불확실성을 낮출 수만 있다면 비균질할수록 그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상품이다. 그림 5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맛 지도이다. 물론 같은 상품명인 위스키는 균질적이다. 즉, ‘맥칼란 12년산ʼ은 균질적이다. 그러나, ‘싱글몰트위스키ʼ는 비균질적이다. ‘특정 빈티지(년도)의 같은 라벨이 붙어 있는 와인ʼ은 균질적이다. 그러나 와인은 비균질적이다. 이 외에도 소비자들의 맛의 기호가 존재하는 김치나 커피 등은 맛을 분해해 시각화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철 아주대 경영대학 e-비즈니스학과 교수는 UI 및 UX 관점의 농심품 판매 전략, 스마트 패키징과 로지스틱스 등 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온라인 전략, HCI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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