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한 달 내내 모습을 바꿈으로써
우리에게 무언의 교훈 계속 줘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171)

신동화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달을 떠올리면 해와 다르게 따뜻하고 친근한 감정이 인다. 음양이론에서 태양은 양(陽)이요 달은 음(陰)으로 구분하는데 작열하는 뜨거움보다는 부드럽고 그윽하면서 온유한 달에 끌린다. 달에 관한 생각이야 대하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메마른 도시에서 촘촘한 건물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달은 달이 갖는 정취를 전연 느낄 수 없다. 매일 접하는 해는 그럴러니 하지만 달은 언제 떠서 언제 지고 보름인지 그믐인지를 살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달을 감상하는 데는 역시 그득한 하늘이 마음껏 펼쳐져 있고 넓은 들과 나무가 같이 있는 시골에서 보는 달이어야 운치 있는 제모습이다. 특히 초겨울 추수가 끝나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한밤중 둥글게 홀로 떠 있는 달빛이 추수 끝난 짚에 내린 찬 서릿발에 부딪혀 반짝거리는 달빛을 맞을 때 어찌 황홀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부드럽고 포근한 밝음을 내뿜는 만월의 시기는 나도 모르게 가슴 가득함을 느끼며 나만 아는 비밀스러운 소원을 가만히 빌어 보기도 한다. 더욱 운치 있는 달의 모습은 방안에서 되창문으로 가득 은은함을 안고 있을 때이다. 창호지 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촛불에 녹아 흘러내리면 태고의 정적이 고인다.

해는 자기를 똑바로 보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으나 달은 자기 있는 모든 것을 모두 보도록 항상 허용하고 그것을 바라고 있는 모습이다. 햇빛은 직설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나 달빛은 직설보다는 은유이고 내놓는 것보다 수줍음으로 내면을 들어내지 않는 듯하다. 가만히 달을 감상하다 보면 달빛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음률이 있고 달빛 가득한 들녘의 경치에서 높낮이 리듬을 느껴질 때가 있다.

시성으로 알려진 중국의 이백(이태백)은 평생 훌륭한 1000여 수의 유명한 시를 남겼는데 그중 달을 노래한 것이 300여 편에 이른다. 가히 달의 시인이라 일컬을 수 있다. 천산에 밝은 달뜨니 구름바다 사이에 아득하구나(明月出天山, 蒼茫雲海間)라고 했는데 역시 달은 구름이 있어야 짝이 맞는다. 구름을 옆에 두고 구름에 달 가듯이 해야 제대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남산 위에 떴지”라는 동요에만 있는 달이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가슴에도 안기면 좋겠다.

대보름에 이르면 먼저 만월을 보아야 그해 운수대통이라는 어른들 말씀에 달뜨기를 기다려 초가지붕에 사다리 놓고 올라가 추위에 움츠리며 떠오르는 달을 보고 어린 마음에 빌었던 소원이 무엇이었든가 아물거린다. 이제 우주인에 의해서 달의 신비가 완전히 깨져버렸지만, 옛날에는 토끼가 떡방아 찧었으며(중국에서는 흰 토끼 약을 찧고라고 한다) 계수나무를 노래에 담았다. 신비의 경지였고 감히 범할 수 없는 영역이었으나 신비가 깨어져 버린 것이 오래되었다. 그래도 옛 감흥으로 달은 내 마음속에 남아있으니 다행이다. 

천자문 두 번째 행에 일월영측(日月盈昃)이 나온다. 해와 달은 차고 기운다. 달은 한 달에 한 번 꽉 찼다가 완전히 비워버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예로부터 달도 차면 기우나니 성할 때 조심하라는 경구로 쓰였다. 여기에 이어서 성자필쇠(盛者必衰)라, 한창 좋을 때가 있으면 쇠잔해지는 것이 이 우주의 진리이고 이 진리는 인간에게도 정확히 적용되고 있다. 기원전 세계를 지배한 번성했던 이집트나 로마, 그들의 문화와 문명이 이제 자취만 남겨 후손들이 관광으로 먹고살게 했으며 찬란한 흔적이 남아있는 잉카문명은 돌로 된 흔적의 존재만으로 번성했음을 알게 되나 그 쇠잔한 모습마저도 그 후손을 통하여 겨우 느낄 뿐이다. 

달은 한 달 내내 모습을 계속 바꿈으로써 우리에게 무언의 교훈을 계속 주고 있는데, 오늘 이익에 취한 군상은 지금도 권력과 재물을 탐하며 앞으로 올 쇠(衰)함을 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 마음이 든다. 하루살이에게는 내일을 말할 수 없다. 그 내일은 결코 자기에게는 오지 않기 때문이다. 영겁의 우주에서 찰나의 시간을 사는 인간들이라 하더라도 내일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는지 모르나, 내일을 맞을 나에게는 이를 준비하고 오는 시간을 맞을 준비 해야겠다. 오늘 달이 만월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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