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생명을 갖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기적
그 기적 속에 숨 쉬고 있다는 것에 감사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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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우리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어서는 망망한 영역이다. 어릴 때 여름밤 멍석에 누워 하늘의 무수한 별을 헤아리면서 궁금하고 알지 못하는 세계를 보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은 미지의 세계를 유영하는 나만의 꿈을 꾸는 대상이었다. 지금도 많은 과학자가 연구를 계속하지만, 그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과학에 기초한 정보와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가고는 있지만, 우주가 품고 있는 몸체에 비하면 아는 것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가을 맑은 저녁 하늘을 꽉 채우고 있는 별들을 통하여 우주를 가늠할 뿐이며, 눈에 익숙한 은하수며 북두칠성과 북극성, 좀생이별 그리고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가장 밝게 빛나는 샛별(금성) 정도, 지구 가까이 다가올 때 화성을 신비롭게 볼 수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친근한 우리의 동반자로 여기는 수준이다. 조금 더 지식의 범위가 나아가면 북두칠성과 같이 있는 곰 자리며, 북극성 옆에 있는 카시오페이아 등을 알아내고 친근함을 보일 수는 있으나 보통 그 범위는 제한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천문을 살펴서 국가 대소사의 변화를 예측하려 했고, 역대 지도자들은 하늘의 비밀을 밝혀 통치에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이미 신라 때 첨성대를 세워 하늘의 변화를 관찰하였고, 세종대왕께서도 천문변화에 큰 관심을 가져 천체를 관측하는 혼천의 등 여러 기구를 창제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떠나서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지구의 영역을 벗어난 우주선이 지구를 돌면서 부분적으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으나, 먼 우주에서 지구를 관찰하는 것은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최초였다. 이 우주선은 태양계를 항해하는 목적을 가졌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에 따라, 이 우주선이 태양계 외곽을 돌고 있는 해왕성 근방에서 지구의 모습을 촬영한 것을 전송받았다. 획기적인 일로 우주에서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촬영한 보이저 1호와 거리는 지구로부터 60억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점이었다. 보이저 1호가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촬영한 지구는 폭넓은 큰 융단에 떨어진 먼지 같은 모습이었다. 엄청나게 큰 공간에서 한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희미한 푸른빛의 행성이고, 그 행성인 지구에 현재 78억의 인구가 꼬물거리며 살고 있다. 그래도 멀리서 본 색깔이 희미한 푸른 점으로 보인다는 것은 빛의 착란이겠지만, 마음이 놓이는 색깔이라 기분이 낫다. 

이처럼 실로 작은 점 위에 수많은 자연물이 존재하고, 그 자연물에 기대어 동식물이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군집에 인간도 끼어있다. 내 눈에 보이는 이 지구는 넓고 거대한데, 조금 더 떨어져 보면 작아지고, 더 멀리에서는 한 점의 티끌로 보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지구는 광활한 끝을 모르는 암흑 한쪽에 놓인 작고 외로움에 묻힌 행성일 뿐이다. 이 티끌 위에서 그 티끌에 기대어 살고 있는 인간의 삶은 진정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비행기 여행에서 착륙할 때 지상을 본 기회가 있을 것이다. 눈 익은 김포나 인천공항에 내리기 전 지상을 보면 움직이는 자동차가 성냥갑 크기만도 못한다. 이럴 때 문득 내 존재의 초라함이 왜소해진 나를 굽어본다. 이런 순간에는 기대했던 것이 축소되어 존재 자체를 잃는 기분이 든다. 하긴 이 작은 몸뚱이가 우주를 담고 있고, 하늘의 비밀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한편 대견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주의 한 티끌, 지구에서 생명을 갖고 살아가고 여러 사람을 만나 생활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며, 그 기적 속에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한다.
 
이 작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 다름이 그 사람을 이루는 본성이며 축복해야 할 일이고, 나도 상대에게 다름의 감정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크고 공허한 우주에서 이 나라 이 지역에서 태어나 삶을 같이하고, 한 시대의 공간에 같은 시간대에 숨을 쉬고 살며 부대끼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몇 억겁 만에 찾아올 수 있는 기적의 순간이라 여겨진다. 이런 생각에 젖어 들면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자연 생명체와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이웃, 친구 그리고 만나고 있는 모든 사람이 귀하디귀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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