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켜면, AI가 오늘의 날씨를 알려주고 옷차림을 추천한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뉴스 요약 앱이 AI의 큐레이션을 통해 주요 기사를 정리해 주고,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배달 앱은 “당신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먼저 제안해 준다. 대학생은 AI로 리포트를 요약하고, 직장인은 회의록을 자동 정리하며, 요점 추출까지 AI에게 맡긴다. 심지어 최근에는 AI 면접 시스템이 지원자의 표정, 말투, 목소리를 분석해 채용 점수까지 매긴다. 이쯤 되면 누구나 이런 질문 하나쯤은 떠올리게 된다. “AI가 다 해버리면, 사람은 뭘 해야 하지?” 이 질문은 단순한 불안의 표현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압도해 가는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AI 시대의 서막: 알파고 이후, 질문이 달라졌다
2016년,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인간의 깊은 직관과 계산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바둑에서, AI가 인간을 이긴 그 한 판은 단순한 승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 무너지는 첫 장면이었고,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터닝 포인트였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질문은 완전히 달라졌다. “AI가 인간을 이길까?”에서 “AI 시대,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로.
《트렌드코리아 2026》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마지막 결정은 인간이 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보완하는 문제가 아니라, 책임과 윤리를 인간이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한다는 선언이다. AI가 암세포를 찾아낼 수는 있어도, 어떤 치료 방침을 정할지는 의사의 몫이다. AI 면접 시스템이 표정을 분석해 점수를 매겨도, 어떤 지원자를 채용할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AI가 추천한 뉴스를 클릭하기 전, 그 정보의 진위를 걸러내는 것은 기자의 윤리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은, AI의 압도적인 효율성 앞에서 인간이 스스로 최종 결정 과정을 '귀찮은 일'로 치부하고 루프에서 이탈하려는 유혹이다. 기계는 데이터를 계산할 수 있지만, 책임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만의 몫이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가도, 인간이 루프에서 빠지는 순간 책임도 사라지고, 기준도 흐려진다. AI 시대의 진정한 위험은 기술의 발전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책임을 놓아버리는 '책임 회피의 심리'에 있다.
AI가 넘을 수 없는 인간의 벽
그렇다면, AI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인간의 고유 영역은 무엇일까?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이라도 쉽게 넘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1) 마음을 읽는 능력 AI는 외형적 감정 신호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왜 슬픈지, 그리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실연당한 친구에게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AI와,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친구의 차이는 감정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나 관계를 창조해내는 힘이다.
2) 윤리적 판단의 힘 AI는 확률과 통계에는 강하지만, 딜레마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선택하는 용기는 부족하다. 자율주행차가 피할 수 없는 사고 상황에서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와 같은 결정은 숫자로는 풀 수 없다. AI가 제시하는 최적의 확률을 넘어, 때로는 비효율적일지라도 더 큰 가치를 위해 결단하는 용기는 인간만이 감당할 수 있다.
3) 질문하고 상상하는 능력 AI는 데이터를 조합해 답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하지만, “이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같은 질문은 인간만이 던질 수 있다. 기계는 답을 내놓는 존재지만, 인간은 그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상상을 펼치는 존재다.
AI 시대, 인간에게 남은 과제는?
앞으로 AI는 더 빠르게, 더 똑똑해질 것이다. 그 안에서 인간이 살아남는 길은, 오히려 더 ‘인간답게’ 사는 것에 있다.
•공감하는 능력
– 말보다 마음으로 반응하고, 타인의 감정을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힘
•판단하고 책임지는 용기
– 옳고 그름을 고민하고,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인간의 윤리
•질문하고 상상하는 감각
– AI가 도달할 수 없는 창의성, 해석력, 삶의 의미를 찾는 능력
결론 - 인간은 기술의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AI 시대, 기계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연주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화음과 어떤 박자로 연주할지를 결정하는 지휘봉은 오직 인간만이 잡을 수 있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 우리가 내리는 판단, 우리가 전하는 위로가 이 시대의 진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인간은 기술을 단순히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그 가치를 재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주체다.
이것이 AI 시대에 인간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손세근(트렌드부머)|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
CJ제일제당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를 역임했고, 현재 칼럼니스트이자 청년 멘토로 활동 중이며, “꿈, 일, 그리고 삶, 멘토를 만나라”를 공저했다.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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