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공개된 지 3년이 되었다. 이제 인공지능(AI)은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아직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사용해본 사람은 유료 버전도 서슴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강력한 성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으로 인기 있는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는 내년도 전망의 대전제로 “AI 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한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는 감성지능
(EQ)이 중요했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리더십과 협업의 기본 덕목이었고, EQ가 높은 사람은 조직에서 신뢰를 얻으며 성과를 끌어낸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디지털 전환과 팬데믹, 그리고 AI의 급성장이 우리의 일과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업무와 소통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EQ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사람을 잘 아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기술을 잘 이해하고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EQ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DQ(디지털지능)와 HQ(건강지능)이라는 두 축이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 DQ(디지털지능)
DQ는 단순히 컴퓨터를 잘 다루거나 새로운 앱을 빨리 배우는 능력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 기술을 창의적이면서도 윤리적으로 활용하며, 동시에 위험을 관리하는 총체적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는 DQ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가짜 뉴스에 속아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거나, 개인정보를 무심코 노출해 피해를 입고, 알고리즘 편향을 인식하지 못해 왜곡된 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이 그렇다. 반대로 DQ가 높은 사람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기술의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한다.
기업과 개인 모두 DQ 없이는 앞으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찾고, 제조 과정에서는 센서와 자동화로 품질을 관리한다. 마케팅과 영업은 더 이상 대량 노출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메시지가 핵심이다. 결국 DQ는 디지털 사회에서 누구나 갖추어야 할 새로운 시대의 문해력이다.
건강 수명 시대의 자산, HQ(건강지능)
한편, 평균 수명이 길어진 오늘날 또 하나의 중요한 역량은 HQ, 건강지능이다. HQ는 자신의 신체와 정신 상태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 정보를 판단하며, 생활 습관을 개선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능력이다. HQ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삶의 질 때문만이 아니다. 건강한 개인은 더 오래 사회적·경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이는 곧 사회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진다.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는 건강지능(HQ)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인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식단, 운동, 멘탈 등 다방면으로 자기 관리를 실천하는 ‘과학적 관리’ 둘째, 비만 치료 주사, 모발 이식, 성장 호르몬 주사 등 필요에 따라 의약품 및 시술, 수술 등 적극적으로 의료적 도움을 받는 ‘의료적 관리’ 셋째, 신체·생활·환경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건강을 고려하는 ‘총체적 관리’다.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헬스케어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AI 기술을 통한 생체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 ‘헬스테크’의 발전은 건강지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래 역량의 조건
그렇다고 EQ가 시대에 뒤처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EQ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며, DQ와 HQ를 연결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을 잘 다뤄도 신뢰와 공감이 없다면 협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건강을 지키려는 의지도 주변의 격려와 관계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 결국 EQ는 여전히 인간적 가치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앞으로의 인재상은 하나의 지능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DQ로 기술 환경에 적응하고, HQ로 건강한 삶의 지속성을 확보하며, EQ로 사회적 관계와 윤리적 리더십을 다지는 것.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진정한 미래 역량이 완성된다. 즉, 새로운 시대의 성공 방정식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EQ × DQ × HQ = 미래 역량. 급격히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는 법은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지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더 풍요롭고 지속 가능한 삶, 그리고 인간다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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