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이유
정신적 만족이 뒷받침되지 못한 결과
마음속 여유 찾아 기다릴 줄 아는 정신자세 갖출 때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180)
전북대 명예교수
우리 삶은 바라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고, 기다림에서 원하는 대상을 얻고, 물질이나 정신적인 것도 시간의 축척으로 희망하는 결과를 내 손안에 든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투자하는 기다림은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대와 희망, 기다리는 상대와 만남에 따른 설렘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뜻이다. 지나온 각자 삶을 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적게 잡아 1/3 이상은 무엇인가 기다리고 기대하면서 지낸 시간일 것으로 여겨진다. 각자 자신만의 필요 때문에 보낸 시간은 순전히 나를 위한 것이나, 그 외는 사람과의 관계, 여러 대상과 연관되어 필요한 기다림은 내 생활의 상당한 부분은 차지하고 있다.
오늘 하루도 어제에서 오늘을 여는 시간의 기다림이 있어야 찾아오고, 자연 현상의 모든 경우 기다림의 연속이다. 어느 식물이든 씨에서 싹 틔우고 자라면서 꽃피우고 열매 맺는 것은 결코 일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기다리고 견디며 자연에 순응하면서, 때가 되어야 바라는 것이 얻어지고, 얻어진 것에서 다시 다음으로 넘어가는 시간 흐름의 과정을 거친다. 매일 맞는 우리의 하루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자는 시간은 내일을 맞기 위한 쉼과 준비의 멈춤이고 기다림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기다림은 여유다. 우리 민족은 오래전 기다림에 순응하면서 자연과 벗하였고, 그 자연에서 녹아드는 지혜를 배웠다. 급히 서두르는 것을 금기시하였으며. 은근과 끈기를 바탕으로 한 기다림을 미덕으로 알았고, 너무 서두르는 것은 경망스럽다고 여겼다. 천자문 두 번째 열에 일월영측(日月盈昃)이란 글귀가 있다. 해와 달도 차면 기운다. 그렇다 다 채우고 나면 비우게 되고, 기다리면 다시 채워진다. 인간이 있기 훨씬 전 자연의 순리이다. 이 순리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기다림은 그리움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한 대상을 그리는 것은 머릿속 기다림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리움의 크기만큼 마음이 풍요롭고, 그 풍요로움이 기다리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리움과 기다림의 무게만큼 우리 삶도 진함을 더해가면서 다음을 맞을 마음이 가슴을 채운다. 기다림은 앞으로 올 만남에 희망을 거는 마음의 자세이기도 하다.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이 많이 달라진다. 기다림의 시간이 긴 봄에 피는 꽃은 크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지만, 그 시간이 짧은 가을꽃은 작은 열매 혹은 소국같이 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시드는 운명을 맞는다.
기다림은 시간의 투자이다. 투자한 것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고, 그것에 비례하여 만족감도 더해질 수 있다. 기다림의 결과는 물질적인 것도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더 큰 보람은 정신영역의 수확이 아닐까 한다. 한 줄의 시구를 얻기 위해 몇 날 며칠의 고뇌를 참고 견디며, 어느 순간 기다림의 응답으로 만족한 산물을 얻을 때 희열의 경지에 들지 않을까. 기다림 없는 산물은 그 기쁨이 비례하여 낮아진다. 모든 곡식과 과일, 채소류는 오랜 기다림의 산물이요, 그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 결과이다.
늦가을 바람이 살갗에 쌀쌀함을 선뜻하게 전할 때 뒷마루에 앉아 중천을 지나는 해가 구름에 가려 지나가길 기다리는 해바라기의 여유는 기다림의 정수다. 저 구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따뜻한 햇볕이 내 몸을 덥히겠지 하는 기다림, 이 기다림이라 말로 여유와 다시 맞을 희망의 바탕이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구성원인 국민의 정신자세와 이들의 힘을 북돋우고 모을 수 있는 혜안과 역량이 있었던 탁월한 지도자의 덕이긴 하지만, 당시 회자하였던 “빨리, 빨리”의 다급한 마음가짐에서 이제 경제력에 어울리는 정신영역도 키워야 할 때다.
경제가 인간 삶에서 전부는 아니다. 정신의 뒷받침이 없는 상태는 졸부의 비천한 거들먹거림이다.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하는 이유는 경제를 떠나 정신적 만족이 뒷받침되지 못한 결과이다. 이제 마음속 여유를 찾아 기다릴 줄 아는 정신자세를 갖출 때가 되었다. 근래 돌발형 끔찍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우리 정신상태가 조급하고 핍박해 가는 증거다. 기다림으로 여유를 갖는 우리 민족의 본성을 찾아가야 한다. 살면서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얼마만 한 즐거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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