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교역량 2위 아닌 20위 
커피 추출 수율은 0.2% 아닌 20%

[한국식품영양과학회 전문가 칼럼] 이승훈 서울대학교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승훈 책임연구원서울대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
이승훈 책임연구원
서울대학교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

“‘거짓말’은 누구의 노래인가?”, “‘여보세요’ 다음에 나오는 가사는?” 위 질문에 대답해 보자. 첫 번째 질문에서 빅뱅보다 god가 먼저 생각난다면, 두 번째 질문에서 ‘거기 누구 없소~’ 혹은 ‘나야 거기 잘 지내니~’가, ‘밥은 먹었니~’보다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아재로 판독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과학에서도 이러한 아재 판독 질문이 있다. ‘당신은 혀의 맛지도를 배웠습니까?’이다. 1997년 고시된 7차 교육과정까지는 혀의 맛지도라는 개념이 있었고, 이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이 나오기 전까지 과학적 사실로 교육되었다.

맛지도의 유래를 찾아보면, 1901년 독일의 Dirk P. Hänig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혀의 끝부분부터 단맛ㆍ짠맛ㆍ신맛ㆍ쓴맛을 느끼는 부위가 다르게 존재한다는 이론으로, 굳이 과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각 미각의 종류에 해당하는 음식을 찍어 먹어보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한 이론은 무려 70여 년간 과학자들에게도 사실로 받아들여졌으며, 1974년에 와서야 Virginia B. Collings에 의해 잘못된 이론임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나서도 우리나라 교과서에서는 30여 년이 더 지나서야 겨우 사라지게 된 혀의 맛지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과학적으로 자리 잡은 선입견은 한번 굳어지면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커피에서도 이러한 사실 같은 여러 가지 오해가 자리 잡고 있다. 오늘은 오해 중에서 두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본다.
1.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품목이다.
2. 커피는 추출 과정에서 원두의 0.2%만 사용하고 99.8%가 버려진다.

우선 1번은 1999년 초판 인쇄된 Mark Pendergrast의 ‘Uncommon Grounds: The History of Coffee and How It Transformed Our World’라는 책에 비롯된다. 해당 책이 출판되기 전부터 일부 커피업계 사람들의 근거 없는 입소문이 이 책에서 사실처럼 쓰였고, 이후 커피와 관련된 많은 행사에서 축사의 시작으로,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글에서 그 도입 문장으로 해당 책이 인용되었다. 

1번의 오해와 함께 커피 관련 행사에서 즐겨 사용되는 도입 문장으로는 ‘커피 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가 있다. 1999년에 책에서 사용된 오해와 함께 이 문장이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데, 과연 2위의 교역량을 가지는 산업이 20년 이상 급속도로 발전해 왔는데, 현재까지도 2위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가능할까? 

단순히 철, 알루미늄, 구리 등 금속과 밀 혹은 쌀 등 곡물류도 커피보다 훨씬 교역량이 많고,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FAO)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지역에 따른 수출 가치 순위로 커피 생두는 세계 수출량 총액 18717205천 달러로 20위에 겨우 올라있다. 결국, 해당 자료는 사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후 2010년에 Second Edition이 나오면서 저자는 1999년에 나온 책에서 오류를 인정하며, 해당 문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오해임을 밝혔지만, 한번 인상적으로 자리 잡은 오해는 지금까지도 다방면에서 훌륭한 도입부로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그래도 1번은 2010년 오류 인정 이후 저자의 적극적인 블로그 활동과 기사, 강연 등을 통해 언급함으로써 그 오해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1번의 오해가 다행히 혀의 맛지도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2번은 커피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환경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최근 커피찌꺼기 재활용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이나 전시회, 스타트업 소개, 온ㆍ오프라인의 기사, 방송 등에서 아무런 검증 없이 급속도로 그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10g 전후의 커피 원두를 이용해 내리는 에스프레소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은 일반적으로 60~120㎎이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루 4~5잔의 커피를 마시면,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량인 400㎎이 채워진다는 이야기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을 100㎎으로 잡으면, 우리는 카페인이라는 단일 성분만으로 커피 원두 10g 중 약 1%에 해당하는 만큼을 추출해내고 있다. 이렇듯 굳이 실험할 필요도 없이 간단한 상식선의 계산만으로도 우리는 커피 원두의 1% 이상은 추출해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커피 원두 중 0.2%만 사용한다는 말은 당연히 거짓이 된다. 

실제로 영어로 Coffee Extraction을 검색해 보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Wikipedia에 ‘Common brewing standards worldwide’라는 주제 아래 일반적인 추출 수율은 18~22%라고 나와 있다. 결국, 우리는 0.2%가 아닌 약 20%를 원두에서 추출해 사용하는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처음 누군가 우리는 커피 원두 1에서 0.2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리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에서, 0.2에 %를 붙여 0.2%만 사용한다고 이야기하고, 총 100%에서 0.2%를 뺀 99.8%가 버려진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찌꺼기가 많이 버려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커피의 99.8%가 버려지고 있다는 말은 너무도 강렬하게 와 닿아 해당 명제의 참과 거짓을 확인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냥 사람들이 틀린 말을 할 수도 있는데,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페, 블로그 등에서는 너무 쉽게, 조금 더 공신력 있는 신문이나 케이블 방송을 넘어 지상파 방송의 뉴스에까지 등장하는 커피의 99.8%가 버려진다는 말은 지자체의 커피찌꺼기 재활용 계획에 대한 홍보자료나 대기업과 정부 관련 재단 프로젝트에서도 아무런 검증 없이 사용되고 있어 대중에게는 사실로 각인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현재 많은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이 환경을 생각해 커피찌꺼기를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좋은 성과는 특허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나타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사업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커피는 99.8%가 버려진다는 말을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내용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특허를 등록하는 업체들의 서류에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특허의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해당 특허가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로 판단되어 해외에서도 특허를 인정받는다면,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기업을 통한 특허 침해를 목적으로 잘못된 수치를 이용해 특허의 진보성을 과대포장 한다는 이유로 등록된 특허를 취소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생길 때 일차적인 책임은 검증 없이 사용한 본인에게 있지만, 주요 언론과 지자체, 대기업과 정부 관련 재단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을 믿는다는 점에 대해 전적으로 개인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우리는 혀의 맛지도를 통해 과학적 상식이 한번 선입견이 확립되면 이를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배운 바 있다. 커피와 관련된 두 가지 오해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는 학술세미나나, 커피 관련 상업지의 칼럼 등을 통해 커피와 관련된 오해를 바로잡자고 이야기해 왔다. 

필자가 1번 오류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식품군으로 한정 지으면’, 혹은 ‘커피를 모든 생두가 커피음료로 이용된다고 가정하고 가치를 평가하면’ 2위가 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애초에 ‘석유 다음’이라는 말에서 식품군에 한정해 비교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으며, 2020년도 FAO 자료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식품군에서도 20위밖에 되지 않고, 우리는 밀이나 쌀의 가치를 평가할 때 모든 밀이나 쌀이 들어가 있는 음식의 가치로 평가하지 않는데, 커피만 최종가공품으로 식품의 가치를 정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자가 2번 오류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커피를 열매부터 계산해 보면 99.8%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되묻는데, 그러한 분들이 재활용한다는 부분은 원두 이후의 커피찌꺼기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애초에 커피 열매 사용에 관한 연구와 커피찌꺼기 재활용에 관한 연구는 그 분야가 다른 것인데, 커피찌꺼기 재활용을 이야기하면서 버려지는 양의 계산은 커피 열매 전체로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되묻기는 기존의 과학적 선입견을 가능한 한 벗어나지 않고자 하는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2위와 99.8%라는 수치에 고집해 이를 성립시키기 위한 조건을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과학이라는 단어가 신뢰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현대에는 과학적 사실인 것처럼 특정된 수치가 사용되는 문장은 신뢰를 주기 쉽고, 그 영향력이 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신뢰를 얻기 위해 과학적으로 보이는 단어와 문장을 선택하고, 이렇게 신뢰를 얻은 그럴듯한 단어와 문장은 아무런 검증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아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볼 가능성을 줄여주도록 하는 것이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이라 생각하며, 한국식품영양과학회를 구성하는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영향력이 다른 분야 과학자들에게도 전파되어 검증 없이 퍼지는 다양한 분야의 잘못된 과학적 상식이 바로잡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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