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빈집 문제, 감성적 접근 넘어서
국가, 사회문제로 검토해야 할 시점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166)

신동화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가끔 고향을 들를 때마다 늘어나는 빈집이 눈에 밟힌다. 내 어린 시절과 젊음의 한 부분을 담았으며, 문득 생각날 때마다 들려서 마음의 위안을 받던 곳, 부모님이 생존해계셨을 때는 무엇에 이끌리는 듯 찾아 나섰던 그곳, 그 고향 집도 주인 떠난 빈집이 되었고, 이웃의 친구 집도 비워놓은 지가 수년이 흘렀다. 

내가 태어났던, 꿈에도 나오는 그 집, 텅 빈 고요만이 나를 맞으니, 가슴속에 훅하고 찬바람이 인다. 옆에 붙어있는 친구 집이면 내가 수시로 들락거리며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귀에 남아 있는데, 먼지만이 수북이 쌓였고, 곱게 장식까지 해놓은 창호지는 무심한 바람에 너덜거리고 있다. 

고양이와 쥐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이들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겹겹이 쌓여있는 마음의 기록들이 꿈틀대면서 나올 순서를 기다리는데, 정답던 광경들이 머릿속에서 선히 보이다 눈앞 현실의 스잔함에 움칫한다.

농촌에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도시 집중현상에 따라 농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까지 떨어져 국가적 재난이다. 이제 농촌의 인구 감소는 심각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군, 읍, 면 단위의 소멸 시기를 점치면서 대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전체 인구의 도시 이동과 저출산 현상으로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을 막을 길은 막막해 보인다. 

더욱 그 아름답고 포근했던 고향마을의 빈집들은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나마 남아 있는 거주민의 마음에까지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그 누가 삶의 온기가 빠져버린 빈집을 보면서 유쾌한 기분을 느끼겠는가. 텅 빈 삶의 터전이 생기를 잃고, 매일매일 쇠락해가는 모습에서 나만이 뒤처졌다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까 염려된다. 

농촌 빈집 문제는 감성적 접근을 훨씬 넘어선,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이며 국가, 사회문제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빈집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임의로 처리하거나 손댈 수는 없겠지만, 소유주의 승낙을 받아 사용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귀농, 귀촌 인구를 흡수하여 사용하지 않는 집을 수리, 활용하게 하는 등 빈집 대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지역 여건이 맞아야 하며, 이 방법으로 늘어나는 빈집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탈농촌은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고,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나, 출산율이 인구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나라는 문제의 심각성이 덜하지만, 근본적으로 총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우리의 사정은 또 다른 비책이 필요하다. 

탈농촌, 탈 지방 현상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소득이 없으니 자기 터전을 지킬 여력이 없고, 생존과 교육을 위해 결국 고향을 뒤로하고 여건이 좋은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은 어찌 보면 자연 순리에 속한다. 그 어느 사람이 조상 대대로 살아왔고, 젊음의 추억과 기억이 담겨있는 고향을 등지고 떠나고 싶겠는가. 떠밀려 출향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면 공감하는 마음이 든다. 물론 출향하여 성공한 사람도 많으나, 그들의 고향을 잃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고향에는 아직도 시시때때로 쪼르르 올라 타잔 놀이를 하던 팽나무며 느티나무가 그 자리에서 나를 맞고 그 자태 그대로인데, 나만 세월을 얼굴에 얹어 늙은 얼굴로 천년을 지킨 나무를 대한다. 그래도 낯익은 풍경, 나무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위로다.
 
지방 인구 감소로 지역대학이 문을 닫는 현상은 또 다른 지역 황폐화의 촉진제가 되고 있다. 대학 하나가 지역에 있으면 젊은이들의 생기가 지역을 활기차게 바꾸고, 이들과 함께하는 지역 주민도 생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폐교되는 이들 대학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여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산업화 사회에 필요한 수요가 있는 분야를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직업교육을 목표로 운영하면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한 방법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정부가 관심을 갖는다면 헤쳐나갈 길이 있지 않을까 여긴다. 출산 장려에 수조 원을 퍼붓는 것보다는 지방경제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기업의 참여가 필수이고, 세금으로 옥죄기보다는 의미 있는 사회 기여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의 농촌, 고향마을을 살려 마음의 고향이 계속 존속하도록 하는 절박한 꿈을 꾸어본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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