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30분, 팥은 9시간 물에 담가 불려야
팥 13시간 이상 수침하면 갈라지거나 터져

오선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원 중부작물부 수확후이용과 전문연구원

오선민 국립식량원 전문연구원
오선민
국립식량원 전문연구원

팥은 콩과 일년생 식물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재배 및 소비되고 있다. 팥은 두류보다 지방 함량은 낮지만(0.5∼2.1%), 단백질(20∼25%)과 탄수화물(55∼70%) 함량이 높은 고단백 고에너지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팥은 적색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고, 품종에 따라 적색뿐만 아니라 흑색, 백색, 녹색 등 다양한 색이 있다. 팥은 일반적으로 팥죽, 제과ㆍ제빵의 속재료인 앙금, 팥밥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팥의 이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품종 개발과 더불어 기능성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팥은 식물성 단백질과 기능성 성분을 제공하는 중요한 식품 공급원이다. 팥에는 안토시아닌과 사포닌 같은 생리활성물질이 있어 항산화 및 항종양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타민B1이 풍부해 쌀과 혼반하면 비타민 공급으로 각기병뿐만 아니라 피로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또, 팥의 단백질은 주로 글리시닌과 발린을 제외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쌀의 제한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이 높아 팥밥 등으로 혼식하면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을 보충할 수 있다.

팥밥을 지으려면 물에 담가 불리는 수침과정을 거친다. 일반적인 콩과 식물 종자와 마찬가지로 팥도 종피, 자엽, 배아로 구성돼 있다. 팥의 종피는 아주 촘촘하게 세포들이 밀집해 정렬돼 있어 대두, 완두 등 다른 콩과 종자보다 더 많은 수침시간이 소요된다. 팥은 충분한 수분 흡수를 위해 30시간 이상 수침이 필요한 반면, 쌀은 1시간 내외로 짧다. 이러한 수침시간 차이로 가정에서는 팥밥을 지으려면 팥을 하루나 반나절 전에 물에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본 내용은 팥의 수침시간에 따른 수분흡수율, 경도, 갈라짐이나 터짐 등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해 가정에서 부드럽고 맛있는 팥밥을 짓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부드럽고 맛있는 팥밥을 짓기 위해 국내산 팥 아라리 등 4품종의 종실특성과 수침시간에 따른 수분흡수율 등 품질특성을 조사 분석했다. 팥 4품종 간 차이는 최대 수분흡수량(100% 수분흡수량)까지 34~40시간이 소요됐고, 50%까지 소요시간은 9~10시간으로 품종 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아라리’ 품종을 이용해 수분흡수율 0%, 25%, 50%, 75% 및 100%까지 수침 후 쌀과 함께 압력밥솥으로 취반해 팥의 경도, 갈라지거나 터짐 등 품질특성을 조사했다. 수분흡수율 25%까지 도달시간은 5시간, 50%는 9시간, 75%는 13시간, 100%는 34시간이었다. 수분흡수율 25%인 5시간 침지한 경우 팥은 익지 않았고 딱딱한 상태였으며, 팥알맹이 경도가 1,207±492g이었다. 반면, 수분흡수율 50%인 9시간 침지했을 대 팥이 고루 잘 익었고, 갈라짐이나 터짐이 60%이었으며, 알맹이 경도는 436±198g로 낮고 부드러웠다. 수분흡수율 75%인 12시간 침지한 경우 팥 알맹이의 96%가 갈라지거나 터져 팥알맹이 모양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론적으로 부드럽고 맛있는 팥밥을 짓기 위한 수침시간은 쌀의 경우 30분, 팥은 9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팥은 8시간 30분의 수침시간이 더 소요된다. 더불어 13시간 이상 수침을 하는 경우 대부분의 팥 알맹이가 갈라지거나 터져서 팥밥의 외관과 질감 등에서 기호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부드럽고 맛있는 팥밥을 짓기 위한 팥의 수침시간은 수분흡수율 50%인 약 9시간 내외가 적합한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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