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 인프라 확충, 다양한 수요층 위한 평생교육 기능 강화
전교생에게 등록금, 기숙사비 등 학비 일체 정부 예산으로 지원

[인터뷰] 조재호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내년부터 영농기반이 없더라도 영농의지가 있다면 선발하는 면접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영농의지 중심의 입시제도로 개선하고 있다. 또, 디지털농업 교육이 가능한 역량 있는 교원 확보 및 디지털전환 대비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심각한 노령화로 위기에 놓인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디지털 농어업 인재 육성으로 심화되고 있는 청년 취업난 해소를 이끌고 있는 조재호 한농대 총장을 만나 대학의 경쟁력 제고 방안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조재호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조재호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한농대는 어떤 학교인가?
한농대는 현장의 농어업인을 양성하는 3년제 국립대학이다. 전교생에게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 학비 일체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졸업 후 6년간 의무 영농기간이 있지만, 남학생은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발되면 영농으로 군 복무도 대체할 수 있다.

국내 모든 교육기관이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다. 한농대 분위기는 어떤가? 
한농대는 농어업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이기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농어촌 인구 감소에 따라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2022학년도부터 도시에 있는 인재를 적극 유입시키기 위해 영농기반을 반영하지 않는 특별전형 비율을 현행 37%에서 48%, 2023학년도에는 54%, 2024학년도에는 60%까지 높일 계획이다. 또, 영농기반이 없더라도 영농의지가 있다면 한농대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영농기반 평가 비중을 줄이고(‘21:20%→‘22:15→‘23:0) 지원자의 영농의지를 볼 수 있는 면접 평가 비중을 확대(‘21:25%→‘22:30)하는 등 영농의지 중심의 입시제도로 개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현장 수업 등이 위기를 겪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학기에는 학과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250명 내외로 학과ㆍ학년별 4주 단위로 제한적 대면교육을 했으며, 2학기는 학과별 7~8주간 520명 내외로 제한적 대면교육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대면교육 불참자는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시간 동영상과 동영상 강의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했으며, 리포트를 제출받았다. 대면교육 기간에는 농기계, 굴삭기, 드론 등 자격증 취득 시험 등을 지원하는 등 교육효과 제고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농고나 일반 대학 농대를 졸업할 수도 있는데, 한농대만의 경쟁력은? 
한농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3년간의 재학 기간 학비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며 농업의 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의 현장실무능력을 향상시켜 다른 농업계 대학보다 학생이 현장에서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졸업 후에도 경영 컨설팅, 다양한 농업 교육 및 정보 제공 등을 통해 학생이 농업 현장에서 겪을 어려움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농지 보유 등 영농기반을 평가했던 기존 입시제도를 앞으로 영농의지 평가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는데, 입시제도를 바꾼 이유는?
기존에는 농업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도 농지 등의 기반이 부족해 입학하기 어려운 학생이 많았다. 기반은 부족하지만, 영농의지가 확실한 학생이 공부할 수 있도록 심층 면접을 통해 학생의 영농의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면접 평가를 개선하고, 영농기반 평가 비율을 줄여 영농기반이 없어도 대학에 입학할 기회를 넓히는 한편, 학생의 전공 및 교과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2022학년도부터는 일반전형은 학부 단위로 모집할 계획이다.

첨단기술을 접목해 농업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농업의 경쟁력 확보방안이 있다면? 
농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농업계는 농가 인구와 청년 후계인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등 농업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등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청년농을 얼마나 많이 육성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한농대는 디지털 전환 및 기후변화 등 농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재 양성을 위해 기존 교과목에 디지털 교육내용을 접목하는 등 디지털 농업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디지털 교육을 위한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디지털 인프라 현장 교육을 대폭 확대한다고 했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기존의 모든 교과과정에 디지털 농업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고, 디지털 농업 교육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디지털 농업 교육이 가능한 역량 있는 교원을 확보하고, 디지털 전환 대비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0만평 규모의 새만금 실습장도 무인 농기계, 드론 파종 등 디지털 농업 실습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예산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디지털 농업 교육이 가능한 역량 있는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신규 채용 시 평가기준을 강화하며, 각 분야 실무 전문가(현장연구 전문가, 장비ㆍSW 업체 전문가, 성공사례 농장 등)로 초빙 교수진을 구성하고 특강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디지털 전환 대비 교육체계 구축을 위해 디지털 전환 교과설계 컨설팅 연구용역을 하고 있으며, 교수와 학생의 역량수준을 진단해 역량 수준별 교과설계(기초교육, 전공교육, 심화교육)를 추진할 계획이다.

드론ㆍ3D 프린터 활용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교육도 확대한다고 했는데... 
농업은 씨 뿌리기부터 농약 살포, 날씨가 가물 때는 수분 공급까지 많은 일손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드론 한 대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으며, 특히 사람이 직접 농약을 뿌릴 때 농약 중독은 물론, 더운 여름철 일사병에 걸리기 쉬운 이런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농산물이나 세포 같은 바이오 소재를 원료로 한 3D 프린팅 기술은 농업과 농식품 가공 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육체적 노동이 자동화와 스마트화 기술로 대체되면서 농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며, 농지 규모와 기후 등 자연적 환경의 제약을 받는 우리 농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장 상황에 맞춰 작물의 생산량과 생육속도를 조절하게 되는 등 맞춤식으로 재배하는 새로운 생산혁명을 통해 소득과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다.

농업분야가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이슈, 기후변화 대응 등에 민감할 텐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분야 위기에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 한농대는 첨단 시설을 갖춘 기후변화교육센터를 2020년에 설립, 현재 다양한 교육ㆍ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기후변화 실습 교육시설로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작물 재배 적지 및 생산성 예측 등의 결과를 학생이 직접 체험하고 확인하는 실습 커리큘럼을 모든 교육과정에 포함할 계획이다. 또, 졸업생과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기후변화교육센터 온ㆍ오프라인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기후변화교육센터 내 자연광형시스템 등 28종의 시설ㆍ장비를 외부 연구기관에 개방해 교육ㆍ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1997년 개교 이래 현재까지 5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졸업 후 진로는? 
한농대 졸업생 5551명의 농어업 종사율은 2020년 조사 기준 84.7%다. 과거에는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농어업을 승계받거나 협업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근래 들어 독립경영을 위한 농어업 창업비율이 점차 높아져 44.9%에 달하고 있다. 대다수 농어업 생산 분야에 종사하거나 경영을 하고 있으며, 농어업 기반 및 자금 마련을 위해 농어업법인, 농어업 관련 기관 등에 취업하는 사례도 있다. 

1991년 행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청년농 육성정책을 설계했는데, 청년농을 육성한 이유는?
농업은 성장산업이며 농촌에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령층 농업인이 더 이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단계에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농산물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고령층 농업인을 대체할 수 있는 청년농이 필요하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미래 농어촌을 책임질 청년 후계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총장으로 취임한 후 한농대 변화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산업화, 기후위기 심화 등 급변하는 농어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한농대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입시제도 개선, 미래지향적 교육 시스템 혁신, 졸업생 지원 강화 및 한농대의 위상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영농기반이 없거나 부족하더라도 영농의지가 강한 인재의 입학이 확대될 수 있도록 특별전형을 확대(’21:37%→’24:60)하고, 미래 농어업을 이끌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빅데이터, ICT, 스마트팜 등 디지털 교육 중심의 교과과정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이행 점검’에 그쳐왔던 졸업생 관리를 ‘영농 정착 지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영농ㆍ영어 정착 지원사업 정보를 지자체별ㆍ품목별ㆍ정착 유형별로 DB화해 수요자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교육기관으로서 한농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의 평생교육원을 농수산인재개발원으로 확대 개편해 일반 농어업인이나 농고ㆍ농대 졸업생 등 다양한 수요층을 위한 평생교육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농업 분야를 지원하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1997년 개교 이래 5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졸업생의 84.7%가 영농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으며,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9000여만원으로 일반농가의 2배 이상이다. 앞으로 10년 내 한농대 출신들은 지역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졸업생도 많다. 

‘미래 농어업을 선도하는 디지털 농어업 인재육성 대학’이라는 비전에 맞게 우수한 청년 후계인력을 양성하는 국립대학으로서 그 위상을 높여나가겠다. 본인만의 특별한 아이디어나 의지를 가지고 농업 분야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현장 실습 중심의 한농대로 오라,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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