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법률 강의 109. 식품위생법 제17조

 

위해식품 등에 대한 긴급대응 조항
회수 관련 조항과 통합 검토해야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식품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마다 주기적으로 산업 발전이나 안전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에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제안과 연구가 진행되고, 일부는 직접 의견이 반영돼 고시나 법령 개정 절차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부분이, 실제로 법령에는 존재하지만 산업계에 아무런 제재도 되지 않거나, 식약처에서도 거의 규정을 통해 직접적으로 행정행위를 하지 않는 조항이다. 이런 조항은 소위 관심밖에 있어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냥 공간만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로 선언적인 내용이거나, 다른 실질적인 조항이 있어 굳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뭔가 사건이나 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없기도 하다.

식품위생법 제17조가 제45조에 규정된 회수와 유사한 부분이 있고, 실질적으로 위해식품에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식약처가 긴급하게 회수명령을 내리고 위해식품차단시스템이 운용되기 때문에 과연 존재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식품위생법 제17조 제1항은 국내외에서 식품 등 위해발생 우려가 총리령으로 정하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제기되었거나 제기된 경우나, 그 밖에 식품 등으로 인하여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식약처장은 식품에 대해 긴급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선언적인 조항이다.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제기된 경우란, 시행규칙 제10조에서 식품위생심의위원회가 과학적 시험 및 분석자료 등을 바탕으로 조사·심의하여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라고 하는데, 통상 식품위생심의위원회를 소집하는 것도 식약처 담당부서고, 해당 위원회가 조사·심의하여 결론을 내리는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긴급대응에 적절한 조항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렇게 긴급대응이 필요하다면 기 언급한 바와 같이 수입금지 조치나 위해식품 판매금지 조치를 취하지, 식품위생심의위원회를 소집해서 조사나 심의를 의뢰할 여유도 없다. 결국, 위해식품 문제가 발생하면 식품위생법 제45조에 규정된 회수 조항에 따라 식약처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자에게 회수조치를 통해 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식품위생법 제17조 제1항의 의미가 명확하게 이해된다.

제17조 제8항도 매우 비현실적인데, 식약처장은 국민건강에 급박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위해식품에 관한 정보를 국민에게 긴급하게 전달하여야 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방송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방송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이를 신속하게 방송하도록 요청하거나, ‘전기통신사업법’ 제5조에 따른 기간통신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하여 이를 신속하게 문자 또는 음성으로 송신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미 이 정도로 긴급대응이 필요하다면 식약처가 서둘러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온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굳이 법령에서 방송사업자에게 신속한 방송을 요청하거나 기간통신사업자에게 문자 송신을 요청하는 것은 너무 요식적 행위에 불과하다.

법령 조항이 만들어질 때는 분명하게 목적이 있었겠지만, 실제로 운용해 보고 법령을 제·개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부득이 추후 불필요하거나 형해화된 조항이 발생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문제가 있음을 아예 모르거나 알면서도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대한 전면 개정 논의는 예전부터 계속되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향후 위해식품 등에 대한 긴급대응 조항도 포함시켜 회수와 관련된 조항과 통합하는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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