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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식생활과 장문화 발전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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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1  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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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청국장이 장이냐, 거적문이 문이냐’라는 옛말이 있다. 과거에 청국장은 냄새가 많이 나서 제대로 된 장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청국장은 장중에서도 가장 건강한 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얼마 전 실험에서는 암세포 억제율이 청국장(한국), 물두시(중국), 낫토(일본) 순으로 나타났다. 청국장의 대장암세포 성장 억제율은 70% 이상으로, 낫토(10% 남짓)를 압도했다(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2017.10)고 했다.

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전통음식이지만, 시대에 따라 그 의미도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의 장은 만드는 법도, 건강효과도 다양하게 진화했다. 전통 장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우리 식생활 속에서 건강한 장과 바람직한 장 소비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장이란 무엇인가?
과거 한국은 지형적 조건 때문에 농산물을 경작할 수 있는 땅이 부족해서 임산물을 채취해서 먹었다. 대부분을 자연에서 얻었고, 채식과 발효음식이 한국 음식의 근간이 되었다. 한국의 장은 바로 채식과 발효음식 문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한국의 장은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이를 소금으로 버무린 것을 자연에 있는 미생물이 분해하여 만든 것을 말한다. 우리만의 토양과 기후가 만들어낸 콩과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미생물의 분해 작용이 한국의 독특한 장을 만드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 대비한 식량 비축을 위해 저장 발효 문화가 발달하였다. 특히 장의 재료가 되는 콩의 원산지는 만주 땅이고, 우리 민족은 이 콩을 활용한 장을 만들어냈다. 한ㆍ중ㆍ일이 다 장을 먹는 나라이지만, 한국은 장 종주국이라고 할만한 이유이다.

한국은 기후적으로 콩 발효에 적합한 나라이다. 한국의 장은 곰팡이, 세균, 효모 세 가지 미생물을 모두 이용하는 복합 발효의 산물이다.

장과 음식의 조화, 발효 감칠맛
한국의 장(식물성 콩발효 단백질)은 고기(동물성 단백질 총칭)를 대적할 수 있는 감칠맛과 묵직한 바디감을 줄 수 있는 건강한 소스다. 채소를 이용한 음식은 우리 음식의 부식 중에서 기본적이고 필수적이다. 곡물이 주식으로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면, 채소는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으로 쓰이고, 만성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인 현대인에게 필요한 식재료이다.

특히 냉온의 조화와 색채의 조화가 뛰어난 나물요리는 한국인으로 하여금 영양의 균형을 이루고, 기호 면에서 맛의 복합성과 조화를 이룬다. 산과 들에서 나는 채소를 이용한 요리로, 채소를 날것으로 먹거나, 데치거나 말려서 또는 볶아서 장(식물성 콩발효 단백질 성분)을 더해 먹는다. 우리 민족이 즐기는 국이나 찌개에도 장은 짠맛을 줄이면서 감칠맛을 선사한다.
 
무나 오이. 마늘 등을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장류에 담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든 밑반찬이 장아찌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밑반찬 역할을 해온 장아찌는 바로 장류를 기본으로 한 음식으로, 추운 계절에도 채소를 먹을 수 있게 하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육류 요리인 불고기는 간장을 기본양념으로 한다. 한국의 불고기가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간장의 힘이다.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면서 감칠맛을 더해주는 간장이 있었기에 불고기가 만들어졌다.

현대인을 치유하는 장의 건강성
한국 음식은 산과 들에서 나는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채식 요리가 발달하였고,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인 콩을 발효시킨 장을 먹었다. 장은 단백질이 부족한 한식에서 오랜 세월 단백질 보충 역할을 하였다.

콩을 발효시킨 장류에는 콩에는 없는 비타민B12가 생겨나 장수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해 준다. 비타민B12는 악성빈혈과 두뇌 건강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로, 주로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한다. 우리같이 채식만 하는 민족에게는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인데, 이를 콩을 발효시킨 장으로부터 섭취해 온 것이다.

그러니까 장은 콩보다 영양가가 높고. 콩이 발효되어 생겨난 미생물의 작용 때문에 소화흡수가 잘된다. 콩에는 암세포를 이기는 성분인 제니스테인과 노년기 여성의 골다공증을 예방해주는 이소플라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리고 혈액 건강과 관련해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레놀렌산이나 혈관용해효소, 치매에 효과적인 콜린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트립신 인히비터는 당뇨 예방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항산화제로 알려진 사포닌도 들어있다. 아르기닌 같은 아미노산도 풍부한 편이다. 장 중에서도 고추장은 캡사이신이 풍부해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것들은 콩과 장에 들어있는 영양성분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효과적으로 잘 먹고 식생활 속에서 활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장으로 제안할 수 있는 식단에는 무엇이 있을까? 항암성분이 많으니 항암 예방 식단에 응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콩에 풍부한 에스트로겐을 활용한 골다공증에 좋은 식단. 콩 속 레시틴을 활용한 학습능력이나 기억력 증진을 돕는 식사. 콜린 성분은 노화 방지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립신 인히비터는 당뇨병 개선 식단에 도움이 된다. 특히 장 속에 풍부한 비타민B12는 빈혈 예방과 두뇌 건강에도 좋다. 아르기닌과 같은 풍부한 아미노산과 비타민, 무기질은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즈음 어린이들은 아토피가 심각한 경우가 많은데, 어릴 때부터 자연건강식품인 장으로 만든 이유식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장의 미래를 위한 연구 주제들
장은 이제 단순히 발효음식으로서 기능을 넘어 우리 지구의 미래 건강음식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도 많은 식품과학자는 장을 두고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 장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

최근 장류 연구 가운데 그 기능성에 관한 연구들이 돋보인다. 이전에는 장을 양념이나 부식 개념으로 보았다면, 여기서 더 나아가 장이 갖는 기능성에 주목한 연구들이 많아졌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확인된 장 기능성에는 된장의 혈액순환 개선과 항종양성, 고추장의 체중조절 및 항종양성, 청국장의 고혈압 조절과 항암, 항산화 기능 등이 있다.

전통장류의 미생물학적, 식품공학적 분석을 통한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콩 발효식품인 된장, 고추장의 건강기능성으로 항암성, 항산화성, 항혈전 효능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성이 밝혀지면서 전통 콩 발효식품의 가치와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된장 유래 항혈전 펩티드 탐색과 대두 유래 단백질의 항동맥경화에 관한 연구 등 전통식품에서 생리활성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옛 문헌 속에 나타나는 장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인증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며, 이를 활용한 새로운 식품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청국장은 이미 다양한 건강식품으로 시판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전통장류에 존재하는 다양한 한국형 유용미생물을 발굴해 자원화하여 미생물 로열티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미생물을 활용해 고부가 장류 제품뿐만 아니라 기능성식품, 화장품, 미생물농약, 반려동물 사료, 축산사료 등에 활용하는 연구도 중요해 보인다.

또, 장류의 기능성 연구에서 나아가 의약과 관련된 연구가 필요하다. 4차 산업과 관련해 우리 전통장류 제품은 팜바이오틱스 산업 분야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연구 외에도 사찰 장이나 종가 대물림 전통 장, 왕실 장 등의 조리법을 기록해 남기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 이처럼 전통 장 담그기를 식품으로만 인식하기보다는, 가정공동체의 역사 문화적인 가치로 보존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재외동포(조선족, 고려인 두레 공동체 등) 사회의 전통장류 제조 및 사용실태 등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바람직한 우리 장의 미래
이토록 우리 민족의 발효음식인 장은 할 일도 많고 앞으로 갈 길도 멀다. 특히 현대인은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패스트푸드에 길들면서 많은 건강상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전통음식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전통 장도 그중 하나다.

장은 맛을 좌우하는 조미료에서 더 나아가 인류 미래의 건강음식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전통 장은 인공첨가물 없이 자연의 재료와 물과 햇빛, 시간과 정성으로 만드는 식품이다. 그리고 느리게 살아가는 철학을 실현하는 한국 슬로푸드의 대표주자다.

   
정혜경
호서대 교수

그러나 최근 공장에서 제조된 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우리의 전통 장은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고, 진화되어야 한다. 이제는 전통 장과 공장에서 제조한 장류 사이의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야 한다. 산분해간장, 혼합간장, 양조간장은 식품산업 발전이 만들어낸 시대의 산물로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현대식 장을 만들 때 우리 전통 장의 장점들을 활용하고, 그러면서도 우리 전통 장을 지켜나가는 조화로운 음식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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