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66)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일하며 얻는 결과로 성취감 느끼고
일을 통해 내일의 긍정적인 설계 가능토록 해야

인간이 신께서 금지한 선악과를 따 먹은 죄로 평생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도록 한, 하느님의 처벌은 지금 생각해 봐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우리 삶에서 나에게 주어진 할 일을 빼놓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건강이 문제가 없는데 빈둥대면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그 지루함에 견디기 어려운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할 일이 없을 때보다 일을 할 때 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행복하고 이에 따른 성취감으로 자긍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심지어 여가를 즐길 때보다도 자신의 삶을 내일로 이끌어주는 행동, 즉 능동적이고 합당한 일을 할 때 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일은 단순히 먹이를 구하고 월급을 타기 위한 육체적인 행동만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존재가치와 이 세상에 존재함의 의미를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고, 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노인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장기나 바둑 혹은 친구끼리 담소를 나누고 다른 취미활동을 하는 것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통해서만 만족감을 얻고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이 없을 때 이에 따른 경제적 궁핍보다는 더 심각한 할 일이 없다는 정신적 어려움이 더한 고통이다. 일이 없을 때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에 빠져 결국 그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독자로 전락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아편이나 다른 향정신물질에 의한 중독보다도 미래를 포기한 권태 상태에 빠지는 중독이 훨씬 더 심각한 질병이다. 정신적인 중독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독특한 자기관리의 미흡에서 오는 질병이다. 일부 재벌 2세나 3세가 일탈하는 이유이다.

젊은이들이 직장을 잡기 어려워 취직을 포기하고 늙은 부모에게 지급되는 연금이나 생활보조금에 얹혀 사는 인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실로 심각한 일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지 않나 우려되는 마음이 든다. 사회보장이란 달콤한 이름으로 공짜로 뿌려 주는 경제적 지원은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 일하지 않고 그냥 얻는데 무엇 하려 힘들여 일하겠는가. 일을 통한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빼앗아 버리는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경우 국가는 당연히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지금 실행하고 있는,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는 공짜 지원금을 모아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의 책무이다.

‘이 세상에 공짜는 쥐덫에 걸려 있는 치즈 외에는 없다’는 잘 알려진 얘기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세계 몇 나라에서 장래가 없는 복지정책을 통해 국가의 운명을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간 사례를 생생히 보아왔으며, 현재도 진행 중인 나라가 있다.

국가는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공짜 복지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일시 방편으로 국민 세금을 동원하여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아편이 든 독약보다 더 나쁘다. 이 공짜에 중독되어 되돌릴 수 없는 임계 시간을 지나면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진다.

공짜 중독은 미래라는 시간과 단절된, 희망을 버린 비참한 상황이 된다. 오늘을 사는 이유는 주어진 이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며 나를 추스르고 내일을 향한 희망을 잉태하기 위함이다. 이제 공짜는 없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우리 같이 공유할 때이다.

아무리 인기를 끌기 위한 얄팍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정신상태를 공짜에 중독되게 해서는 아니 된다. 일하며 얻는 결과로 성취감을 느끼는, 그런 가치를 만들어 주고, 그 일을 통해 내일의 긍정적인 설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성장하고 있는 유년, 청년들이 일하지 않고 보상을 받는 것은 앞으로 맞을 자기 인생 전 과정을 망치는 지름길이며, 이를 부추기고 있는 기성세대는 생을 마감해서도 씻지 못할 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마에서 땀을 흘려보지 않은 사람은 노동의 희열을 느낄 수가 없다. 급여보다도 성취감에 따른 자기만족 또한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국가는 일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역사에 떳떳하고 후손에게 칭송받을 자취를 남기는 기회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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