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덕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한가루, 신길, 미시루, 가루미 2
아밀로스 함량 18~25%…다양한 용도로 활용

최인덕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쌀은 귀하신 먹거리였다. ‘알수록 재미있는 쌀의 세계사’에 기재된 한국에서의 쌀의 가치에 대한 내용을 보면, 역사적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주식 유형은 북부는 조, 남부는 보리, 귀족은 쌀이었다고 한다. 쌀이 물가의 기준이었고, 봉급 대상으로 여길 정도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오늘날, 전통식사 형태였던 주식과 부식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가정간편식(HMR), 우주식품 또는 3D 프린팅 식품 등이 산업체의 핫 이슈가 되면서 농업의 패러다임은 이미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또,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가족 형태의 트렌드가 변화되면서 식품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 식습관 형태도 바뀌고 있다.

쌀의 생산 및 소비 패턴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의 급격한 감소에서 알 수 있다. 197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136㎏이었지만,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2019년에는 59.2㎏으로 절반 이상이 줄었다. 특히 밥쌀용 쌀 소비는 줄고, 떡과 도시락, 조리식품 등의 소비는 급증해 가공용 쌀 소비량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쌀 소비 패턴에 맞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가공적성이 우수하고 수량성과 기능성까지 갖춘 벼 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다양한 가공용 쌀 품종을 개발했다.

가공용 쌀은 용도 및 가공방법이 다르거나 또는 특정한 기능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생리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쌀인데, 용도별로는 떡용, 면용, 양조용, 현미밥용, 쌀가루용 및 기능성분을 포함하는 기능성 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쌀 가공식품의 주원료인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아 밀가루 먹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쌀 가공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더불어 쌀가루용 쌀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쌀가루용 품종은 ‘한가루’, ‘신길’, ‘미시루’ 및 ‘가루미 2’가 있다. 이들 쌀 품종은 전분구조가 밀과 비슷한 둥근 형태를 나타내어 물에 침지하지 않아도 밀가루처럼 쉽게 부서져서 건식 제분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쌀가루용 품종의 아밀로스 함량은 18~25%로 넓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쌀빵 가공 시 원료의 손상 전분 함량이 품질에 영향을 주는데, 밀가루(강력분)의 손상 전분 8.5~9.0%와 비교했을 때 일반 밥쌀용은 11.5~12.0%인데 , 쌀가루용은 9.8~10.5%로 낮아서 베이커리 제품에 활용성이 더 높다. 또한 ‘신길’은 아밀로스 함량이 24% 정도로 높아서 국수를 가공할 때 적합하다.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쌀 소비 감소를 초래하고 있으나, 다행스럽게도 가공용 쌀 소비는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우리 쌀에 대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긍정적인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간편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잡아끄는 품질이 우수한 쌀 가공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용도에 맞는 쌀가루 원료의 특성이 중요하고, 이것이 가공용도별 특성에 맞는 쌀 품종 개발 및 쌀 가공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이유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