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천아름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건식 쌀가루, 지방 함량 낮추는 도정법 이용
장기 유통 시 저온 저장하면 품질 유지에 적절

쌀가루 제분 방법은 크게 습식과 건식으로 나눌 수 있다. 습식 쌀가루는 세척, 침지, 분쇄, 건조 등의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유통 기간이 짧고 가공비용이 비싸며 손상 전분이 적다. 반면 건식 쌀가루는 침지, 건조 등을 거치지 않아 공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습식 제분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 그러나 제분 과정에서 물리적 손상에 의해 손상 전분 함량이 높아져 일부 가공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및 쌀가루 이용 촉진을 위해 건식 제분을 해도 손상 전분 함량이 낮은 쌀가루용 품종 ‘한가루’와 ‘신길’ 등을 육성했다.

쌀을 저장할 때 온도나 습도가 높으면, 쌀의 지방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여 산패되면서 산도가 올라가고, 당질이나 단백질이 변질될 수 있다. 이런 지질산화는 쌀에 묵은 냄새가 나게 하는 등 품질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하나이다.

건식 쌀가루의 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저장온도, 도정방법 및 포장재 등 저장조건에 따른 품질과 지방산가의 변화를 조사했다. 지방산가는 쌀이 저장 중에 발생하는 지질산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이다.

저장 전 건식 쌀가루용 ‘한가루’의 지방 함량은 0.7%로, 밥쌀용 ‘삼광’의 0.37%보다 높았다. 건식 쌀가루 저장온도에 따른 품질 저하를 지방산가 측정을 통해 비교해 본 결과, 상온 저장했을 때 지방 함량이 낮은 ‘삼광’이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가루’에 비해 지방산가도 낮았다.

 ‘한가루’의 지방산가는 12개월 상온 저장 시 초기값인 12㎎ KOH/100g에 비해 약 4.8배 증가된 58㎎ KOH/100g이었고, ‘삼광’은 3.3배 증가된 19.3㎎ KOH/100g이었다. 반면에 저온 저장한 경우 현미 안전저장기간 기준인 지방산도 20㎎ KOH/100g 미만으로 나타나 산패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으로 원료곡 도정방법에 따른 건식 쌀가루 저장 특성 변화를 살펴 보았다. 현미를 백미로 도정할 때 일반적으로 마찰식 정미기를 사용하는데, 연삭식 제분기를 함께 사용하면 쌀겨가 충분히 제거돼 백미의 지방 함량을 낮출 수 있다. 특히 2개월 이상 장기 유통의 경우 마찰식과 연삭식 정미기를 함께 사용하고 저온 저장하면 지방산패를 억제해 지방산가의 증가를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장재에 따라 쌀가루의 수분 함량이 달라졌는데, 종이 포장지는 상대습도에 따라서 수분 함량이 쉽게 변화됐다. 반면,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 필름과 산소 저투과성 필름은 상대습도 변화에 다소 기간을 두고 반응하는 형태를 보였고, 산소저투과성 필름이 PP필름보다는 미미하게 낮은 수분 함량을 보였다.

또한 쌀가루 수분 함량이 11% 이하일 경우 상온 및 저온 저장 모두에서 종이보다는 PP필름이나 산소저투과성 필름 같은 수분 이동이 어려운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이 지방산가의 증가를 지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산가는 쌀가루 원재료인 백미 중에 포함된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증가폭이 커지므로, 건식 쌀가루 원료 가공 시에는 지방 함량을 낮출 수 있는 도정방법을 이용하고, 장기 유통 시 저온 저장하는 것이 건식 쌀가루 품질 유지에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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