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53)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꽃 향기 맡는 짧은 순간 행복에 젖어
여유 갖고 행복한 순간 계속 만들었으면

[식품저널] 공기는 질소 함량(78%)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산소(27%)이며, 그 외 탄산가스 등 성질이 다른 기체가 소량씩 들어있다. 우리가 보통 숨 쉴 때는 특별한 냄새를 느끼지 못한다. 공기 구성성분이 대부분 냄새가 없기 때문이다. 우거진 숲속에서는 신선한 느낌과 함께 식물이 만들어내는 소량의 피톤치드 등을 어렴풋이 감지하여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오염된 환경에서는 잡다한 불쾌한 냄새로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가끔 여행하다 축사 밀집지역에서 나는 냄새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향기는 냄새 중 기분이 좋은 물질에 의해 느끼는 감정이다. 특히 각종 꽃이나 과일에서 나는 독특한 향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하고, 유쾌한 기분이 들도록 한다. 어찌 보면 코에 있는 감각세포가 전달하는 신호를 뇌가 감지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것도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계속 축적된 정보의 산물이라 보인다. 과실 향은 우리가 먹을 수 있다는 것의 신호이고, 독성이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아는 수단이 되었다.

그럼 꽃에서 나는 향기는 어떤가. 일부를 예외로 하면 거의 모든 꽃은 독특한 향기를 품고 있다.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기분 좋은 쪽도 있고 그 반대로 분류되는 것도 있다. 식물의 꽃과 향은 벌, 나비를 초청하기 위한 수단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창조주에게 물어 보기 전에는 그 이유를 자세히는 알기 어렵겠다.

가을철에 피는 국화는 꽃이 크고 화려할수록 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아주 작고 야생성이 강한 소국(감국)의 향기는 한 송이가 주위를 향의 잔치상으로 만든다. 이 국화는 열매도 맺지 못하는데, 왜 이렇게 우아한 향을 내품는 것일까. 신비하고 또 경이롭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향기의 제왕인 장미는 어떤가. 장미향을 맡다보면 잠깐 동안 신비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품종마다 다른 향을 내며 독특함을 간직하고 있다. 초가을에 피는 순백의 옥잠화 향기는 내가 살아 있고 내 감각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신비한 꽃의 향기를 맡고 즐길 수 있게 오감을 주신 조물주에게 감사를 드린다. 물론 꽃 중에서도 그렇게 유쾌한 냄새를 풍기지 않는 것도 있지만, 나름대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꽃향기는 대부분 꽃이 피고 나서 길어야 하루 만에 끝나지만, 그 사이에 자기가 할 일을 모두 해낸다는 생각을 한다. 각종 꽃의 향기를 통하여 우리는 또 하나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향기를 감상하고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조금 멈춤의 시간을 갖고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의 향기를 맡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아침마다 걷는 길가에는 철마다 다른 꽃이 핀다. 새롭게 피어나는 꽃에 습관적으로 다가가 향기를 맡아본다. 나름대로 독특한 향기를 선사한다. 꽃의 향기를 맡는 시간은 짧은 순간이지만 모든 것을 잊는 행복에 젖는다. 살면서 이런 여유라도 갖고 행복한 순간을 계속 만들었으면 한다.

꽃의 시연이 슬픈 상사화(홀아비꽃)는 꽃의 아름다음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가까이 코를 대봤자 아름다운 꽃 모양에 비하는 향이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이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느낀다.

겨울에도 꽃의 향기를 즐기기 위해 거실에 난 화분을 갖다놓고 싶은데 추위를 이기고 피는, 향을 품어내는 난을 고를 눈이 없어 아쉬워하고 있다. 사무실에도 동양란이 몇 촉 있어 여름과 가을, 잊을 만하면 연한 꽃대를 밀어내어 10여일 간 사무실을 신비한 향으로 채운다. 꽃은 지고 열매는 보지 못하였으니, 아마도 결실을 맺기 위한 꽃이라기보다 세상을 즐겁고 향기로운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나 보다.

우리 주위는 내가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돈 들이지 않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많다. 고달픈 삶에서 어려움만으로 마음을 채울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생각으로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 가면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여기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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