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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한국 농식품 100년, 과거ㆍ현재ㆍ미래[특별기고] 박성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상하이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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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2  13: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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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한민족 100년 역사가 담겨 있는 곳
외국의 도시 중에서 우리에게 상하이보다 더 친숙한 도시가 있을까? 100년 전인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수립되었고, 여기서 우리 역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 당시 상하이에는 6000여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었는데, 일부는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다른 일부는 살기 위해 상하이에 정착했다.

상하이는 중국과 영국간 아편전쟁으로 맺은 난징조약에 따라 1843년 중국에서 제일 먼저 개항해 1845년부터 각국의 조계지로 할양되었다. 현재 황푸 강변인 와이탄 및 인민광장 지역은 영국의 조계지였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는 신천지 지역은 프랑스 조계지,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투척한 지역인 홍구공원(현재 루쉰공원)은 일본 조계지 등등 세계 열강들이 광활한 중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장소다.

김구 선생, 윤봉길 의사 등 여러 애국자와 많은 상인이 상하이를 거점으로 삼은 것은 부산ㆍ제물포ㆍ목포ㆍ원산 등 여러 지역에서 상하이로 오는 배편을 이용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 조류를 타고 오면 상하이나 닝보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독립을 위해 상하이에 왔고, 윤봉길 의사는 한국에서는 야학을 하며 독립운동을 했지만, 상하이에서는 당초 한국 인삼을 파는 농식품업체와 같은 역할도 했다. 이처럼 한국과 상하이는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따로 논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연이 많은 지역이다.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폭탄 투척 의거 이후 일본의 압박이 거세지자 임시정부는 항조우→자싱→창사→류조우→치장을 거쳐 1940년 충칭까지 가게 되고, 1945년 해방을 맞이한다. 한편 백범 김구 선생의 친손자인 김양이 2005년 9월 9일 상하이 총영사로 부임했는데, 공항에서 바로 임시정부에 들러 방명록에“대한민국의 뿌리와 가족의 뿌리가 있는 상하이에 대한민국 총영사로 부임 신고합니다”라고 기록했다고 한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삶의 터전을 떠나는 교민들, 도전받는 aT 미션
2018년 초 상하이에 부임했을 때만해도 이런 역사적인 도시에서 살게 되어 기쁘고, 나름 포부도 컸다. 그러나 막상 지내보니 2017년 사드사태 이후 상하이 교민사회는 너무 피폐해져 있었고, 한국 농식품을 취급하는 수입ㆍ유통업체들도 힘들어 했다. 2년 만에 상하이의 교민의 약 50%가 제3국 또는 한국으로 귀국한 상태였고, 북경도 60% 이상, 칭다오는 무려 70% 이상 중국을 떠난 상태였다. 어떤 업체는 공급처에 떼인 돈을 받기 위해 당사자의 집으로 찾아가 3일 밤낮을 버텼으며, 큰 손실이 나서 힘들게 버티는 과정에서 병이 생겨 한국에 가서 치료해야 하는 등 삶이 삶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 상하이를 떠나는 교민들

나는 일본에서도 주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홍콩에서도 지사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상하이에 온 이상 상하이, 더 나아가 중국에 사는 한국사람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힘든 삶에 지쳐 버티지 못하고 상하이의 보금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떠나기 전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함께 떠나야 하는 아내, 아이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해외에 나와 살기를 결심했던 사람들이 다시 귀국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련했다. 녹록치 않은 삶이 결국 그들을 다른 곳으로 내몰지는 않았을까? 이 난국을 푸는 데 내가 도움을 줄 방법은 없을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임정 100주년 기념 한국농식품 홍보 타이틀 ‘驛行百年’
2019년은 상하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상하이 총영사관이 주축이 되어 정부기관 및 민간단체에서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 상하이 aT는 농식품 행사를 담당했고, aT가 추진한 모든 행사는 100주년을 맞이하는 한ㆍ중의 인연을 기리며 한중우호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모든 행사에 ‘驛行百年’이라는 주제어를 사용했다.

驛은 역참(驛站)의 뜻으로 임시정부 청사가 중국의 상하이, 항조우 등을 거쳐 충칭까지 이어져 왔다는 의미이며, 驛의 중국어 동음어인 ‘一’, ‘谊’를 연상케 하여 一行百年(함께 걸어가는 백년), 谊行百年(우정을 나누는 백년)을 표현코자 했다. 특히, 상하이의 상징인 동방명주에서도 최초로 K-Food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행사에 참가한 많은 중국인들이 이 문구의 의미를 내게 물었다. 나는 자신있게 위 내용을 설명했다.

   
▲ 홍차오 힐튼호텔에서 개최된 K-Food Fair

 
당초 이 업무는 총영사관에서 시작했다. 총영사관에서 aT 상하이지사에 찾아와 예산이 2000만원이 있는데, 한한령(韓限令)으로 한류 마케팅을 대신할 K-Food 행사를 해줄 수 없냐는 것이었다. 내가 마다할 리가 없다. 바로 제안서를 접수했고, 본사에도 예산을 요청하고 대중국사업 예산도 포함시켜 7000만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최적의 장소인 동방명주로 달려가 장소를 할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난관에 봉착했다. 장소 임대료만으로 무려 50만위안(약 8500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행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기로에 서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상하이에서 동방명주만한 곳이 없는데, 장소 임대료가 없으니 진행할 방법이 없었다. 실마리를 찾을 궁리 끝에 ‘임대료 면제’를 얻어내기 위한 K-Food 홍보행사 아이디어 제안서를 들고 다시 찾아갔다. 동방명주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무료로 임대한 사례가 없어 CEO의 결재가 떨어져야 한다며 얼버무렸다. 열흘을 기다려도 동방명주로부터 회신이 없었다.

행사 시기는 임박해지고 더 이상 미루다가는 행사가 무산될 위기였다. 총영사관에는 큰 소리를 치며 자신있게 대답했는데,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참다못해 동방명주에 전화를 걸었다. 만약 내일까지 회신이 없으면 유람선으로 행사장소를 갈아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플랜 B로 유람선도 이미 섭외가 되어 정말 유람선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긴 했다. 그러자 드디어 회신이 왔다. 동방명주 CEO가 기획안을 보고 무료로 장소를 빌려주겠다고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야호 !

1000만 관광객 동방명주에서 K-Food 페스티벌 개최
‘驛行百年(임정 이후 역참을 거쳐 살아 온 100년의 역사)’이라는 타이틀로 상하이 경제의 상징 동방명주에서 처음으로 K-Food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동방명주에서 임차비를 면제해 주는 조건으로 당초 식당 1개 규모에서 동방명주의 전체 식당 3곳과 동방명주 로비까지 내줘서 행사규모는 3~4배로 커졌다.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했기 때문에 aT 상하이지사를 컨트롤 타워로 각 기관에 업무협조 요청을 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동방명주 임차비 8500만원을 절감하고, 동방명주 1층 로비에는 관광공사 협업으로 한국농식품 및 관광사진을 전시해 한국을 알리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했고, 장소비 및 설치비 4000만원을 절감했다. 아울러 같은 기간에 개최된 K-Food Fair 예산으로 상하이에 온 전통 공연단을 재활용해 1000만원을 절감하고, 양념류와 시음•시식품 등은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1500만원을 절감하는 등 총 1억5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식품 홍보를 위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았고, 드디어 대망의 4월 5일, K-Food 페스티벌 막이 올랐다. 중국 청명절 휴일에 개막일을 맞춰서 많은 사람이 아침부터 붐볐다. 동방명주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광장에 개막식 준비를 하고, 1층 로비에는 한국농식품 및 관광사진, 4층 코카콜라 식당 및 267m 회전식당에는 한식체험을 위해 1만명 분의 한국음식도 준비했다. 관람객 동선을 따라 한국 농식품을 전시해 마치 한국에 온 느낌이 들도록 준비했다.

   
▲ 동방명주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K-Food 페스티벌

 오후 5시 개막을 알리는 공연이 시작되었고, 로비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이 한국의 음악과 가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하이 총영사, 동방명주 총경리 등이 참석했고, KBS 상하이 특파원도 취재를 시작했다. 김치요리교실, 전통국악 공연, 어린이 한국다례 시연, 한국요리 시음 시식 등 다양한 행사를 했고, 행사기간 2주간 3만4000여 명이 한국관을 찾아 대성황을 이뤘다. 그 동안 침체되었던 상하이 교민사회에 사드가 드디어 풀리고 있다는 희망과 함께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 성공은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우연을 기회로…동방홈쇼핑 ‘한국의 날’ 개최
행사 종료 후,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며 상하이 총영사 관저 오찬이 있었고, 그 때 동방명주 CEO를 통해 같은 계열사인 동방홈쇼핑과 다리가 이어졌다. 한한령으로 한국 연예인들도 중국 방송을 타지 못하는데, 중국 전역으로 방송되는 중국 1위 동방홈쇼핑에 한국식품을 광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11월 5일 오후 2시, aT가 주선한 한국의 날 행사에 한국식품 뿐만 아니라 KOTRA의 공산품, 한국무역협회의 잡화까지 다양한 한국상품이 전파를 타고 중국 전역으로 방영되었다. 마침 이 날은 중국 수입박람회 개막일이어서 중국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는 사드 이후 처음있는 사례였고, 국내 방송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 상하이를 방문해 동방홈쇼핑 임진 총재와 미팅을 한 이병호 aT 사장(오른쪽).

그리고 지난해 11월 aT 이병호 사장이 상하이를 방문해 동방홈쇼핑 임진 총재와 미팅을 했고, 향후 지속적인 협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동방명주ㆍ동방홈쇼핑ㆍ제일재경 언론 등을 아우르는 SMG 그룹과 MOU도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미디어 그룹과 손을 잡고 한국농식품 홍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방홈쇼핑 한국의 날 방영 이후 한국의 주요 방송에서는 ‘중국 홈쇼핑 한국제품 특별방송, 사드 풀리나(KBS, 2019.11.5.)’, ‘中홈쇼핑, 이례적 한국상품 특별방송, 사드 금기 완화되나(SBS, 2019.11.5.)’등의 보도가 있었다.

해외지사 최초 BP 대회 본선 진출, 국민 참여 투표 1위
상하이지사의 활동은 aT 본사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aT 본사에서는 매년 추진한 전체 업무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뽑는 BP(Best Practice)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보통 본사 총괄부서에서 추진한 굵직한 업무성과만의 리그인데, 상하이지사는 해외지사 성과 중 처음으로 BP TOP 8에 들게 되었다. 그리고 TOP 8의 순서를 매기기 위해 국민투표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즉, 8위 안에 들어간 사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다.

2019년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실시되었는데,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카톡,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에 로그인을 해야 했다. 중국은 네이버 외에는 VPN(우회서버)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시작부터 다른 경쟁이었다. 투표가 시작되자 역시나 1위 부서와 상하이지사는 이미 3배 이상의 차이가 나서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생각할 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국민투표 소식이 전해지자 상하이ㆍ화동을 비롯한 중국 전역의 교민과 중국인, 한국 내 농수산 관계자가 가장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자신들의 일처럼 발벗고 나서서 전폭적으로 도왔다. 상하이지사의 투표 순위는 껑충 뛰어올라 2위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대망의 투표 마감일 밤 11시 59분까지 1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의 접전이 벌어졌다. 종료 3분을 남겨두고 8점차 2위, 마지막 1분에 동점을 만들었고, 밤 12시 정각, 투표가 종료되었고, 단 3표 차이로 상하이지사가 국민투표 1위를 했다.

사실 우리 경쟁부서였던 본사는 직원도 해외보다 10배 이상 많고 훨씬 유리했지만, 상하이ㆍ화동 등 중국지역 교민들의 사드로 인한 어려움과 실낱같은 염원이 담긴 한 표 한 표가 1954표라는 적지 않은 표로 집결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수 aT인,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까지
국민투표 1위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좋은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aT에서 가장 우수한 직원을 뽑는 우수 aT인에도 해외지사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되었고, 무역의 날을 맞아 중국 전체 한인기업, 주재원 대상 업적평가에서도 최우수로 추천되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 우수 aT인에 선정된 박성국 aT 상하이지사장

2019년은 내게 참 뜻깊고 영광스러운 해이다. 그러나 해외지사 업무라는 것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상하이지사 직원들은 물론 상하이 총영사관, 북경 대사관, 공공기관, 관련 협회, 수입업체 등 여러 기관 및 업체들이 모두 힘을 모아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며
10년 후, 100년 후의 한국농식품은 해외시장에서 어떤 모습일까? 2019년에 맺은 동방명주와 동방홈쇼핑의 인연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구정을 맞이하여 동방홈쇼핑에서 ‘한국식품의 날’ 행사를 한다. 4월에는 제2회 동방명주 K-Food 페스티벌, 5월에는 SIAL China에 한국이 주빈국(전체 박람회 주관 국가)으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SIAL China는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가장 큰 박람회 중 하나이며 2020년에는 행사 개최 20주년으로 한국이 주빈국을 맡아 진행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 2020년 테마는 어떤 걸로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현재로선‘한국농식품 과거의 100년, 미래의 100년’이라는 타이틀로 준비하고 있으며, 상하이에서 4차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모 박사의 힘을 빌려 전체 행사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 2019년 5월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SIAL China

2019년 한 해, 상하이 aT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행사, 상하이ㆍ화동은 물론 중국 교민, 관계자 전체가 동원된 국민투표, 상하이 총영사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협업 사업,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힘의 원천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교민들의 팍팍한 해외생활의 절박함이 아니었을까?

aT 상하이지사는 어렵게 버텨가는 교민과 지역사회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한다. 우리 부모님도 일제 강점기에 흑룡강성 목단강시로 피난을 가서 긴 세월을 살았고, 나도 한국농식품 홍보 역군의 임무를 맡고, 상하이에 와서 우리 교민들과 부대끼며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란 우리에게 어떤 땅이고, 앞으로 어떤 나라로 우리 역사 속에 남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우리가 역사를 써내려가는 주체라는 것이다.

박성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상하이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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