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87. 식품위생법 표시ㆍ광고 삭제 부분(3)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식품저널] 식품 사건은 크게 기준 및 규격에 대한 것과 표시와 광고에 대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준 및 규격은 안전에 관한 것이라, 다양한 제품 개발을 위해 안전과 무관한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할 수 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표시ㆍ광고는 오로지 소비자를 위한 것인데, 어느 정도를 구체적인 기준으로 삼아 금지할지는 사실 참 어려운 문제다.

이런 이유로 과거 식품위생법 표시ㆍ광고 부분이나 지금의 바뀐 법령에서도 구체적인 금지 항목은 고시로 규정을 하고, 법령에는 소비자 오인ㆍ혼돈을 유발하거나 기만하는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 판례조차 사안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사정에 따라 사회일반인의 평균 인식을 기준으로 허위ㆍ과대광고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으며 이는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유로 식약처에서는 그동안 부당한 표시나 광고에 대해서 모호하게 관리해 왔던 것을 이번에 ‘식품 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이라는 고시를 제정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입증할 수 없이 영업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최초’라는 단어를 엄격하게 판단하겠다고 하면서, 먹는물로 오인할 수 있는 일부 음료에 대해서도 제한하고, ‘슈퍼푸드’, ‘천연’등도 상세한 예시를 통해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영업자들도 명확하게 예시가 있으니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규정된 단어와 다르면서 유사한 효과를 내는 단어를 찾아서 사용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규정이 과연 소비자에게 어떤 효용을 줄지 의문도 든다. 날로 발전하고 다양화되는 판매방식과 마케팅 수법을 무조건 금지만 해서 막을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원산지를 속이는 영업자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국내산이 무조건 더 좋고, 외국산은 좋지 않다는 인식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홍보ㆍ교육하니, 실제 영양성분이나 품질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국내산만 고집하기 때문에 수요ㆍ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이 부족해서 국내산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유기농도 마찬가지고, ‘천연’이나 ‘자연’도 마찬가지로 합성에 비해 무엇인가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도록 정부가 홍보하고 교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식약처에서는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천연’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서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지만, 이럴수록 더욱 잘못된 인식이 더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제도도 소위 최초 논의의 목적과 달리 산으로 가고 있다는 표현이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일반식품에 건강기능식품 원료만을 넣은 제품에 대해 기능성 표시를 인정해 준다는 내용으로 발표가 되었는데, 그렇다면 기능성 원료가 함유된 일반식품은 결국 그 자체로는 좋은 성분이 들어가더라도 아예 표시 자체가 금지돼, 과연 이런 규정이 적용된 제품이 출시가 가능한 지조차 의문이 든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어렵게 합의안을 도출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의도가 궁금하다. 과연 이런 제도를 통해 식품산업이 발전하고,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기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서 새로운 시장이 생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식품의 표시와 광고는 오로지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필요하나, 근본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배상제도나 영업자가 부당한 표시ㆍ광고를 통해 취할 불법적인 이익을 환수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며, 그런 제도가 집행된다면 사실 이렇게 표시나 광고를 굳이 세부적으로 규제할 필요도 없어진다. 새로운 식품표시광고법에서는 과징금 부과제도 강화를 통해 소비자 보호와 교육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규정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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