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79.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36)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식품저널]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대한 칼럼을 마치는 중에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제공했던 산분해간장에 대한 고시 개정안이 발표됐다. 현재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산분해간장, 혼합간장에 대해 3-MCPD를 0.3㎎/㎏ 이하로 관리하던 것을 2022년까지 0.02㎎/㎏으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간장을 많이 사용하는 일본에는 아예 기준이 없고, 미국 1㎎/㎏, 호주 0.2㎎/㎏, CODEX 0.4㎎/㎏, EU 0.02㎎/㎏라고 하니, 결과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인 EU에 따른다는 정책적 판단으로 보인다.

3-MCPD가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기준을 강화해서 국민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설정된 기준대로 섭취했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단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규정이 유지돼 오다가 갑작스럽게 15배나 강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다.

소비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걱정을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기준을 신뢰하고, 허용 범위 내에서 제조된 제품을 섭취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의식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2년 사이에 기준이 15배가 강화된다는 것은 마치 15년간 섭취해야 할 발암물질을 1년 동안 섭취한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 불쾌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관리ㆍ감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보다 조속히 시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단순히 여론에 밀려 기준 및 규격을 개정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아니 된다. 기준 및 규격은 반드시 과학적인 근거 하에 명확한 자료와 실험을 통해서만 개정돼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각종 이해관계에 휩쓸려 관리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 있다. 특히 이런 정책적인 문제가 관여되기 시작하면 사실상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할 수도 있지만, 이번 3-MCPD 기준처럼 갑자기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으로 변경될 소지가 크다.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안전하게 관리됐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져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법은 안정성이 생명이다. 불필요한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필요한 항목을 갑자기 과도하게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영업자들에게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개정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영업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신규 창업자들이나,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영업자의 경우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강화된 기준은 불의타가 될 수 있다. 수입영업자도 안정적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수입하다가 국내 기준의 갑작스런 변경으로 거래선을 변경해야 하거나 수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므로, 이번 행정예고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산분해간장 제조업의 발전된 기술이다. 결과적으로 오랜 기술 개발을 통해 현행 기준보다 20배 이상의 검출기준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식약처와 협의과정에서 과감한 양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들은 식품의 기준 및 규격보다 더욱 엄격한 내부기준을 가지고 제조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맡은 바 책임을 묵묵히 수행하는 우수한 식품제조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거리를 구매 및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산분해공법을 사용한 식품은 간장 외에도 마요네즈, 분말수프, 물엿, 스포츠 이온음료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국내에서 유독 간장 제품에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업계가 스스로 이런 이슈를 기술 개발로 극복한 것은 참으로 보기 힘든 사례로 크게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대한 개정 작업이 진행되겠지만, 법적 안정성과 소비자의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식품제조기업의 현실을 반영해서 사회적인 합의 속에 올바른 절차와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