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 ‘커피와 건강’ 관련 발표 요지

▲ 2019 한국식품과학회 국제심포지엄에서 권오란 이화여대 교수가 믹스커피를 마시는 습관과 대사증후군 발병 간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식품저널] 한국식품과학회는 6월 26∼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미래 식품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커피와 건강’을 주제로 △커피 섭취가 기억력 보존에 긍정적 영향 △인스턴트커피 페놀화합물의 항산화 활성에 크리머가 미치는 영향 △커피의 DNA 손상 감소 효과 △커피의 노인성 질환 예방 효과 △한국인의 커피 섭취 습관 △커피 섭취와 비만 및 대사질환의 상관관계가 발표됐다. 발표 요지를 소개한다.

“커피 섭취, 기억력 보존에 긍정적 영향”
로드리고 쿤하 포르투갈 코임브라대학 의대 교수

커피 섭취가 기억력 감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르투갈 코임브라대 신경과학ㆍ세포생물학센터(CNC) 로드리고 쿤하(Rodrigo A. Cunha)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카페인이 아데노신 A2A 수용체를 차단해 노화 및 알츠하이머 병에서 기억 손상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뇌 및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신장 질환 등의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쿤하 교수는 인간의 게놈구조와 96% 유사한 쥐를 대상으로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시냅스 손상을 예방하는 지를 연구했다. 뇌 시냅스에 손상을 입혀 인위적으로 알츠하이머를 조성한 실험군은 그렇지 않은 경우(대조군)와 비교할 때 ‘시냅스 가소성’(이미 형성된 시냅스의 성질이 변하는 것)이 떨어지고 아데노신, 특히 A2A 수용체가 증가하는(차단되지 않은) 등 뇌에도 변화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아데노신 수용체는 정상적인 노화와 노화 관련 병리에 모두 작용하고, 인지능력 감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데노신 수용체는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수용체인 NMDA 수용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NMDA 수용체의 활성화가 지나칠 경우 뇌 질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쿤하 교수는 카페인 섭취에 따른 쥐의 뇌 속 아데노신 수용체의 활성화 연구를 통해 카페인이 NMDA 수용체를 조절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결론적으로 기억력 손상과 A2A 수용체의 양 증가는 연관이 있으며, 인간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A2A 수용체가 더 많아진다. 특히 알츠하이머 유병자는 해마에 A2A 수용체가 늘어나는데, 동물실험 결과 카페인의 A2A 수용체 차단이 기억력 손상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커피 섭취와 기억력 보존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커피에 크리머 넣어도 항산화 효과 그대로”
장판식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커피에 크리머를 넣어 마셔도 커피의 항산화 효과는 유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판식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크리머가 인스턴트커피의 항산화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장 교수는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인스턴트커피(IC)는 주로 우유나 크리머를 첨가한 믹스커피라는 점을 고려해 ①인스턴트 원두커피(IC) ②IC에 크리머-1(5.0g)을 첨가한 커피 ③IC에 크리머-2(5.0g)를 첨가한 커피 ④IC에 탈지우유(Skim milk, 62.5㎖)를 첨가한 커피 등 총 4개 샘플을 제조해 모의 위장관 실험을 했다. 크리머는 단백질 함량이 다른 두 가지 종류로 실험했다.

4개 샘플을 비교 분석한 결과, 소장을 통과할 때 프로틴 폴리페놀 복합체(P-PP)가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크리머를 첨가한 커피도 항산화 효과 면에서 커피(IC)만 단독으로 섭취한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믹스커피를 블랙커피와 비교했을 때 유사한 항산화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커피에는 항산화 물질인 클로로겐산(CGA)과 같은 페놀성 화합물이 함유돼 있는데, 커피를 우유와 함께 섭취하면 폴리페놀이 우유 단백질과 결합해 항산화 효과가 떨어지거나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어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품을 우유와 동반 섭취하는 것을 권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장 교수 팀은 이러한 종래 연구를 토대로 크리머에서 그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새로 했고, 우유 속 우유 단백질의 구조가 다른 크리머는 종류에 관계 없이 커피의 항산화 효과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커피에 우유를 첨가하는 데 따른 항산화 활성 변화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있었으나, 크리머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기존에 거의 없었다”며, “흡수 속도의 차이일 뿐 크리머가 커피의 항산화 활성을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추후 항산화 성분의 대장 내 대사 결과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피 지속 섭취, DNA 파괴 낮춰”
도리스 마르코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교수

도리스 마르코(Doris Marko) 교수는 장기적인 커피 섭취가 DNA 보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 데이터와 메커니즘을 발표했다. 마르코 교수는 “96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아라비카 로스팅 원두의 DNA 보호 효과를 확인한 결과, 커피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DNA 파괴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마르코 교수 연구팀은 순수 아라비카 품종의 다크 커피를 제조해 96명의 지원자에게 8주간 750㎖의 커피를 마시게 한 결과, 커피 섭취 그룹의 DNA 사슬(Strand) 손상이 대조군인 물 섭취 그룹보다 유의하게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커피의 양을 500㎖로 줄여 실험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커피 음용 시 세포 내 항산화 효소와 독소 제거 효소 생산의 중요한 전사조절인자인 NrF2(Nuclear respiratory factor2)가 활성화되면서 DNA의 우발적인 절단 내지 손상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마르코 교수는 “커피 섭취가 항산화 효과를 높이는 효능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86명의 건강한 지원자에게 하루 750㎖의 물 또는 커피를 8주간 마시게 했다. 8주 후 커피 섭취 그룹의 혈중 산화된 LDL 농도는 오히려 감소했고, 혈액에서는 항산화 비타민인 토코페롤(비타민E) 함량이 3.5% 증가했다.

마르코 교수는 ”8주간 다크 커피를 마신 사람에게서 확인된 토코페롤 함량 증가와 혈중 산화된 LDL 농도 감소는 커피에 풍부한 메틸피리디니움 (N-methylpyridinium)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피의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자 암 예방 성분인 메틸피리디니움은 원두를 볶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커피, 노인성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
이기원 서울대 식품ㆍ동물생명공학부 부교수

서울대 이기원 교수는 “커피 속 페놀릭파이토케미칼(Phenolicphytochemical)이 뇌신경세포와 시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할 뿐 아니라,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피부 발암, 대장암 전이 및 종양세포 변형 억제 효과, 항염증, 암 예방 및 신경 보호 효과 등 노인성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커피의 암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동물실험 연구에서 커피에 다량 함유된 페놀릭파이토케미칼의 일종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과 카페인산이 염증 및 암세포 증식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정 효소(Fyn 키나아제)의 활성을 직접 억제함으로써 쥐의 UVB 유발 피부 발암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커피와 카페인산이 특정 단백질(MEK1&TOPK)을 표적으로 해 대장암 전이와 종양세포 변형을 억제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미국 메이오클리닉의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또 커피의 뇌신경세포 사멸 보호 효과와 관련해 쥐에게 스코폴라민(scopolamine, 가지과 식물에 함유돼 있는 알칼로이드)을 투약한 후 모리스 수중미로 검사(Morris water maze test), 수동회피실험 등을 한 결과, 커피의 클로로겐산이 신경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조절해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교수는 “시신경세포에 대해서도 세포 사멸 보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저산소증(hypoxia) 조건에서 실험했을 때도 클로로겐산 등이 산화적 스트레스 염증에 의한 시신경세포 사멸 억제 및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커피는 페놀릭파이토케미칼의 함량이 매우 높아 와인, 녹차, 홍차와 비교해 약 4배 수준의 항산화활성을 나타낸다.

“믹스커피 마시는 습관, 대사증후군 발병에 영향 없어”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2013~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64세 남녀 1만1201명을 대상으로 마시고 있는 커피의 종류 및 섭취량과 대사증후군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믹스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대사증후군 발병에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분석 대상자를 커피 섭취 형태에 따라 커피 크리머와 설탕이 포함된 믹스커피 섭취자, 블랙커피 섭취자, 커피 미섭취자로 분류했다. 또 섭취량에 따라 하루 2회 이하, 하루 2회 초과로 구분해 대사증후군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결과 블랙커피나 믹스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관련 지표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믹스커피를 즐기는 여성이 블랙커피를 마시는 여성보다 고중성지방에 대한 위험도가 뚜렷이 낮아 일반적으로 막연히 믹스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의 고중성지방 수치가 높을 것이라는 인식과 반대인 결과가 나왔다.

권오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의 커피 섭취 성향, 즉 믹스커피 섭취군을 포함해 커피 섭취와 대사증후군의 관련성을 분석한 것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커피와 설탕, 크리머를 섭취해도 대사증후군과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동일한 것을 먹어도 여러 가지 다른 변수와 개인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커피와 믹스커피 섭취, 대사질환 유병률 낮아져”
신상아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신상아 중앙대 교수는 2004~2013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한 도시기반 역학조사(코호트)에 참여한 40~69세 남녀 약 13만명을 대상으로 커피의 종류 및 섭취량 빈도에 따른 대사질환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신 교수는 “연구결과, 블랙커피와 3-in-1(믹스커피) 섭취 그룹에서 대사질환 유병률이 낮아졌으며, 다빈도 음용 시 음용 형태(크리머/설탕 첨가)에 무관하게 대사질환 유병률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대사증후군의 5개 요소(component)별로 상관관계를 분석했을 때 커피 섭취의 대사증후군 위험도 감소 효과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자는 대사증후군 5개 요소 중 고혈당 위험도만 유의미하게 낮아진 반면, 여자는 고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고혈당, 고혈압 등 5개 요소 중 허리둘레(복부비만)을 빼고 모두 유의하게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커피 음용 형태와 상관없이 커피 섭취가 대사증후군 위험도를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연구결과는 크리머, 설탕과 상관없이 커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체활성성분(Bio active component)들이 더 큰 작용을 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앞으로 한국인이 즐기는 믹스커피의 성분과 건강 연관성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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