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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산책] 노년의 즐거움은 무엇인가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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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3  10: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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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들어주고 맞장구치면서 교감할 수 있는
상대 찾는 건 노년에 큰 행복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노인으로 구분된 나이가 되어 생활하다 보니 이전에 느끼지 못한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노인이라는 말이 어색하기도 하나 차츰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어느 누구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만 지금의 자기 처지와 재정여건 그리고 건강 등에 따라 노년을 맞는 생각과 느낌은 각각 다를 것이다.

대부분 평생 일 해왔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여유를 갖고 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생 2모작이라고 하여 여러 이유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남은 생을 또 다시 일에 도전하는 경우를 본다. 난 은퇴 후 2~3년, 그동안 경험했던 것을 나눠주려 관련되는 회사에 고문역도 맡았으나, 이제 모든 걸 털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매일 매일을 맞고 있다. 

“평생 살아왔던 내 집에 안사람의 자리는 있는데,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껴 사무실에 나간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걸어서 사무실에 출근하면 7시나 7시 30분이 된다. 저녁에 다른 약속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 6시 30분~7시에 저녁밥을 집사람과 같이한다.”

그렇다고 하여 집에서 놀면서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평생 살아왔던 내 집에 안사람의 자리는 있는데,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껴 밀려나는 기분으로 어렵게 마련한 사무실에 나간다. 평생 해왔던 대로 아침 6시에 일어나 걸어서 사무실에 출근하면 7시나 7시 30분이 된다. 이 습관은 평생 이어져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달라진 것이 없고, 저녁에 다른 약속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 6시 30분~7시에 저녁밥을 집사람과 같이한다.

이런 생활에서 내 나름대로 존재하는 이유를 정립하기 위해 가능한 일들을 찾아 하고 있다. 언론매체에서 글을 써 달라고 부탁하면, 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온 힘을 다해 요청하는 내용을 만족시키려 머리를 짜낸다. 글쓰기에서 나를 다시 조명해보고 내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한다.

제일 힘을 쏟는 것이 가끔 대중 앞에서 발표를 요청 받는 경우다. 대부분이 내가 살아온 분야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긴 하나, 내 말을 들을 새로운 청중을 생각하면 지난 번 만든 자료를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새로워진 정보를 추가하고, 그 사이 변한 내 생각도 다시 첨가한다. 불행하게도 나 자신이 컴퓨터로 타이핑이 불가능하여(독수리 타법은 가능하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결국 젊은이들에게 부탁하고, 더욱이 ppt 등 발표자료는 일부 수정하는 것 외에 모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하니 이 또한 민폐가 아닌가.

그래도 전 직장 후배들이 살뜰히 보살펴 주어 그 덕으로 지금껏 버텨왔다. 이런 생활이 조금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 큰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어제와 같지 않은 오늘을 맞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다시 내일 더 의미 있는 일이 나를 기다릴 것이라 기대해본다. 나이 먹어 은퇴한 후 즐거운 것은 무엇 하나 쫓겨서 날밤을 샐 일이 없다는 것이다(물론 그럴 체력도 아니지만.)

어찌 보면 시간을 정해놓고 꼭 그때까지 마쳐야 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요청 받은 원고는 시한이 있지만 내 시간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으니 그것 또한 큰 문제가 아니다. 슬슬 즐겨가며 시간을 맞추는 여유를 부린다. 책을 하나 출간하는 것도 크게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두고 마칠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축복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학회나 다른 단체에서 하는 세미나나 특강 등은 내 관심사이거나 현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가능하면 참석하여 듣는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분야 발표는 내가 평소 접해보지 못한 분야라 흥미를 더한다.

살아가면서 내 나름대로 원칙을 세우는 것은 어떻게든 내가 맡은 일들을 단순화하여 전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생활은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깔끔 떨지 않고 소탈하면서도 입보다는 두 귀를 더 잘 사용하고자 노력하는데, 소인배의 습성으로 입놀림이 많을 때도 있어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반성하기도 한다. 집사람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만사를 편안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늙어서 얻은 지혜다.

또한 만나는 사람마다 내 마음을 다 털어놓고 교류하고 싶은데, 그것도 짝이 맞아야 어울릴 수 있나보다. 들어주고 맞장구치면서 교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런 상대를 찾으면 노년에 큰 행복이다. 내가 이런 상대가 되어 주어야겠다는 다짐도 하나, 어찌 잘 이루어지지 않아 나를 탓할 때도 있다.
 
언제 영원 속으로 불려갈 지는 모르나 지금까지 나에게 국가가, 사회와 가정이 베푼 큰 은덕을 다 갚지 못하고 하직할까봐 조금은 초조하나, 이 또한 나이 먹어 한가함을 즐기는 한 방법이 아닐까 여긴다. 이런 걱정과 초조함 마저 없다면 더 빨리 늙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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