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16)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이 나이까지 살아온 것은 수많은 주위 도움과 배려 덕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편안하고 따뜻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세수하고 뉴스를 본다.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출근길에 들어서는 일상이 시작이다. 몇 시간 동안 내가 받는 은혜를 돌아본다. 저녁잠을 설치면서 아파트 지하실에서 보일러를 지켜보는 분이 있어 따뜻한 내 방에서 잠잤다.

편안한 잠자리의 이불과 베개는 내가 만들었는가? 누군가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것을 빌려 쓰고 있다. 수돗물은 어떤가? 수많은 역군이 맑고 안전한 물을 만들어 공급하는데 하루도 쉬지 않고 일손을 바쁘게 움직였고, 그 물을 집까지 도달하게 하는 수도관과 이를 한 치의 오차 없이 관리하는 것은 숨은 일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옷을 걸치고 나오는데, 이 부드러운 윗옷과 내복은 누가 만들었으며, 편안한 신발은 누가 만들었는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잘 포장된 인도와 잘 가꿔 놓은 가로수는 편안한 친구와 같다.

아침밥으로 먹은 음식을 보면 그 어느 것 하나 내가 직접 생산하거나, 가꿔서 밥상에 올려놓은 것이 없다. 농촌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않고 애쓴 농부들의 손길이 없었다면 어찌 손쉽게 밥상에서 쌀밥을 먹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맛을 즐길 수 있겠는가. 입맛을 돋우는 각종 조미료와 여러 종류의 간편한 가공제품은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많은 사람의 손길과 노력의 결과로 오늘 내 식탁에 올라와 나를 즐겁게 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총 기간으로 보면 거의 99%는 자급자족의 생활을 유지해왔다. 수렵, 채집으로 나와 내 가족이 필요한 것을 조달하였고,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얻어서 생명을 유지하였다. 주위의 나무와 풀 그리고 흙으로 집을 지어 비와 추위를 막았고, 용기나 집기 등 도구를 스스로 만들어 썼다.

신발은 모카신(짐승 가죽으로 만든 신)을 만들어 신고 다녔으며, 모든 것을 내 노력으로 얻었다. 지금도 아프리카나 남미의 문명이 닿지 않은 오지에는 완전히 자급자족하는 종족이 있다니,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것도 있을 것이다. 즉 자급자족으로 최소한의 우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귀감이 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누군가 오래 전에 온 힘을 쏟아 이 건물을 지었고, 내 방을 마련해 주었으며, 스위치 하나로 방을 밝힐 수 있는 전기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힘을 모은 결과인가.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종이와 펜은 누가 만들어 나에게 공급하였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스스로 만들어 쓰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기껏 한다는 것이 간단한 조리로 음식의 맛을 돋우는 일이나, 글을 쓰기 위하여 남이 만들어 놓은 컴퓨터를 빌려 쓰고 있고, 전화로 온갖 일을 처리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스스로 만들어 자급하는 것이 없다는 허전함이 밀려든다. 다른 사람의 노고와 봉사가 없었다면 오늘 하루도 제대로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본다. 물론 나도 이 사회에 무엇인가를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내가 사용하고 있는 거의 대다수가 누군가의 수고로움의 결과이며, 그에 얹혀 지금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

이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은 거미줄처럼 엉기고 설켜 서로를 돕고, 도움을 받고 산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이 나이까지 살아온 것은 단지 내 노력만이 아니고, 수많은 내 주위의 도움과 배려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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