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저널] “식품의 성분연구 결과를 인체 영향으로 비약하고, 침소봉대하는 연구를 용역받아 발표하는 학자도 문제고, 이런 결과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협회도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건 과학도 아니죠. 전형적인 곡학아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우고기가 면역을 활성화시키고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링크한 문정훈 서울대 교수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18년 12월 “한우고기, 면역을 활성화시키고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라는 제목으로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장애라 교수(연구책임자)의 연구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매체들이 이를 토대로 “한우고기가 면역을 활성화시키고,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SNS에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관련기사를 링크하면서 “음식이 약이 아니듯 한우 역시 약이 아니다. 한우를 면역력과 아토피 피부염 개선의 도구로 생각하게 되면, 오히려 한우의 가치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음식 관련 영양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 적절한 양과 균형있는 음식 섭취는 건강 관리에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이를 마케팅 도구로 쓰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처음에는 그 효능에 혹해서 면역력을 올리기 위해,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한우를 사먹겠지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음식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싼 치료 방법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한우보다 더 저렴한 수입육이 비슷한 효능이 있다거나, 혹은 한우가 아닌 한돈이 비슷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이야기하면, 효능을 위해 한우를 먹었던 사람들은 저렴한 수입육이나 한돈으로 바로 넘어가 버린다”고 했다.

문 교수는 또, “반대로 그 어떤 고기도 한우만큼 면역력 강화와 아토피 피부염 개선 효능이 없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성적인 생산자의 노력은 좋은 한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효능으로 판매한다면 저렴한 한우를 생산하는 것으로 가게 된다. 같은 효능이라면 당연히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는 끌리게 되어 있다. 해열제를 사는데 같은 브랜드의 해열제라면 소비자는 당연히 더 싼 제품을 사는 것과 똑같은 구매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생산자에게 이득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생산자에게 큰 손해다. 효능을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구매자의 가격 인하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 생산비를 끊임없이 낮추어야 하는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음식을 약으로 광고 홍보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 음식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묻어버리는 것이다. 알마겔이 위염 치료 이외에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애드빌이 소염 진통 이외에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한우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의미와 다양한 가치가 치유 효능에 다 묻혀 버린다”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근시안적인 한우 홍보 마케팅 방향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문 교수의 링크 글 아래에는 20여 건의 비판적 댓글이 달렸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이런 식품의 성분연구 결과를 인체 영향으로 비약하고, 침소봉대하는 연구를 용역받아 발표하는 학자도 문제고, 이런 결과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협회도 문제라 생각합니다... 정부기관이나 유관 연구기관들, 앞으론 이런 연구를 성과라고 보도자료 좀 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성분만 따져 보면 모든 식품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니까요... 제발 2019년부턴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연구,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성분연구에 대한 인체 영향 확대 해석은 삼갑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 ○○은 “이건 과학도 아니죠. 전형적인 곡학아세 아닌가 싶습니다.”, 김 ○○은 “제발 이런 광고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한우육내 면역기능 개선효과 규명 연구’ 보도자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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