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식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알레르기 유발 ‘오메가-5 글리아딘ㆍ저분자 글루테닌’ 없고
빵ㆍ과자 제조 시 가공적성, 일반 밀과 차이 없어

강천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 농업연구사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9%가 ‘밀 가공제품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님을 입증하는 결과이다. 특히 노약자나 환자에게도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밀 가공제품을 보다 안전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입 밀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차별화된 품종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전북대학교, 미국 농무성(USDA-ARS)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인공교배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제거된 밀 ‘오프리(O-free)’를 개발해 국내 특허 및 미국, 중국과 유럽 등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 ‘오프리’는 국내 품종 ‘금강’과 ‘올그루’의 인공교배로 탄생했다. ‘오프리’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하나인 ‘오메가-5 글리아딘’, 셀리악병의 원인인 ‘저분자 글루테닌’과 ‘감마글리아딘’, 제빵사 천식의 중심 항원인 ‘알파 아밀라아제 인히비터’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백질 분석과 혈청 반응 실험 결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빵이나 쿠키로 만들었을 때 가공적성 또한 일반 밀과 차이가 없었다. 빵, 면, 과자를 만드는 밀의 가공적성은 글루텐 단백질에 의해 결정된다. 밀반죽에서 글루텐은 거대분자 복합체(gluten macro-polymer complex)를 구성하여 점탄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알레르기와 관련된 일부 글루텐 단백질이 결손됐다고 해서 밀반죽의 가공적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은 실제로 빵을 만들어 증명했고, 2017년 세계적인 학술지인 ‘Journal of Cereal Science’에도 발표됐다.

밀을 주로 먹는 서양인의 5%가 셀리악병 환자이며, 미국 전체 인구 중 6%는 밀 알레르기 환자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 글루텐프리 제품 시장은 연간 12조 원 규모로, 이번에 개발한 Non-GMO 밀 ‘오프리’는 해외 시장 진출 및 수출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에 특허권으로 보호받는 ‘오프리’는 일반 밀과 혼입 방지를 위해 특별관리가 필요해 계약재배로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 농진청은 ‘오프리’를 자체 증식 중이며, 앞으로 생산자단체나 밀가루 가공업계와 연계해 재배단지를 조성하여 원료곡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존 일반 밀과 차별화된 특성을 갖는 ‘오프리’ 개발로 국산 밀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소비 촉진으로 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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