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주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식품 또는 식품성분 구강 섭취시
백신 효능에 미치는 영향 연구해야

장현주 한국식품연구원 소비안전연구단 책임연구원

1918년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 이래로 1995년 에볼라 바이러스, 2003년 사스-코로나 바이러스, 2009년 인플루엔자 H1N1 바이러스 대 유행 등을 거치면서 바이러스는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대명사로 인식돼 왔다. 해마다 국내에서는 독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온 국민이 해외 유입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갖게 됐다. 국제교류가 활발한 요즘 지구상 어디에도 바이러스 안전지대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식품에서 문제시 되는 바이러스들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고위험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의 경우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약 7억 명이 감염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의료비 42억 달러, 사회적 비용 603억 달러(총 72조원)에 이른다고 2016년에 보고됐지만, 미국 FDA가 승인한 노로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로바이러스는 매년 발생하는 대형 식중독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우 식품안전 차원에서 보면, 살처분으로 가축의 생산성이나 농가 소득 감소 등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식품 수급에 영향을 주거나, 사체 처리 등으로 인해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을 여행한 관광객이 휴대한 순대와 만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고, 유럽산 수입 소시지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국내로 유입되거나 수입되는 식품에 대한 안전성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식품 내 바이러스 안전관리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의하면 식품접객업소, 집단급식소, 식품제조ㆍ가공업소 등에서 사용하는 식품용수에 대해 기존에는 노로바이러스 불검출만 규정했으나, 개정안에는 A형ㆍE형 간염 바이러스, 장관아데노 바이러스 등 5종이 신설돼 명시돼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는 물, 공기, 분변, 사람 또는 동물과 접촉 등이며, 감염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단기술과 더불어 예방기술이 필요하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은 개인위생을 잘 지키고, 가열 또는 염소수 처리 등의 소독으로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식품안전에서 가장 문제시 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사고는 겨울철에 굴 등 어패류나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 등의 물로 식품을 세척할 경우 주로 발생하며, 감염된 사람이나 물에 의해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노약자의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평소 올바른 식생활과 예방접종이다. 노로바이러스 백신은 2016년 한국다케다제약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백신의 형태는 전통적으로 바이러스 자체를 약독화시킨 생백신, 불활성화시킨 사백신이 있고,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서브유닛 백신, 접합백신, 벡터백신 또는 나노입자를 이용하는 백신 등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백신보다 안전성에서 우수한 사백신이나 서브유닛 백신 등의 재조합 백신 쪽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다.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만을 사용하는 재조합 백신은 경제성이 우수하나, 강한 면역반응을 나타내지 못하므로, 면역 증강제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로 인해 백신 개발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고, 유효성 있는 백신 후보물질 발굴에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점차 범용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때 면역 증강제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백신 자체의 개발과 더불어 식품분야에서 접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면역 증강제 분야이다. 이상적인 면역 증강제의 조건은 안전성, 항원 양 감소, 세포성 면역반응, 백신의 반응성 확장, 효율적 생산과 보관 등이다. 전 세계적으로 허가된 면역 증강제는 알루미늄 염, 유화제 형태 면역 증강제 등 몇 종에 불과하다. 최근 경향은 고전적 면역 증강제에 항체성 또는 세포성 면역반응을 선택적으로 증가시키는 물질을 첨가하는 복합 면역 증강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후보물질 중에서 식품 성분으로는 사포닌 계열 성분이 연구되고 있어 앞으로도 식품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면역 증강제의 탐색과 개발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식품 또는 식품 성분을 주사제가 아닌 구강으로 섭취했을 때 백신 효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다양한 식품 또는 식품성분 자체에 대한 면역 활성 증진 효과에 대해서는 기존에 많은 연구보고들이 있다. 그러나 백신 또는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하는 동시에 면역 증강 식품 또는 식품 성분을 섭취했을 때 백신 효능이 증진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홍삼 또는 인삼 추출물 섭취와 백신 접종의 병행 효과만 일부 보고되고 있으므로, 의약 분야와 협력을 통해 이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식품연구원을 포함하여 출연연구원이 모여 융합 연구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 진단, 예방, 치료 및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생겨날 신종 바이러스뿐 아니라 식품안전 측면에서 식품에서 유래되는 바이러스 예방 기술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질 때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잘 다스림으로써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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