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
한국식품연구원 선임연구원

식품 매개 질병 저감ㆍ공중 보건비용 최소화
국가식품안전관리체계 구축 마중물 기술 기대

임민철 한국식품연구원 소비안전연구단 선임연구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식중독균으로 인해 매년 6억 건의 질병이 발생하고, 42만 명이 사망했으며, 그 중 30%는 6세 미만 아동에서 일어났다. 식중독균으로 인한 질병으로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의료비 등 재정적 부담이 상당부분 증가한다.

유해 미생물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 중 하나이며, 식품 오염으로 인한 사망사고와 큰 관련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2017년 살충제 계란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유럽에서 발생한 살충제 계란 공포가 국내에서도 현실화됐다. 검출된 주요 살충제는 피프로닐(fipronil)과 비펜트린(bifenthrin)이며,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도 소비자의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중독균, 살충제와 같은 식품안전 위해요소를 식품의 생산ㆍ유통 과정에서 신속하게 검사해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 식품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신속검사기술 개발은 미비한 상황이다. 주요 이유는 식품 매트릭스가 다양한 물질로 구성돼 표적으로 하는 위해요소를 검사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불특정 위해요소가 식품에 오염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에 오염된 식중독균 검사방법은 배양 및 콜로니 계수, 면역학적 분석, 핵산 서열 기반 증폭 방법의 3가지 주요 기술로 분류된다. 이들 방법은 민감한 검출 감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방법으로 이용되지만, 고도로 숙련된 인력과 특수 분석장비를 필요로 하며, 긴 시간이 소요되는 등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살충제를 포함한 잔류농약과 화학물질 검사를 위해서도 식품으로부터 표적 화학물질을 분리, 농축ㆍ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전문 분석장비로 검사해야 하므로, 식중독균 검사방법과 유사한 단점들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식품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인된 분석절차를 통해 식품 원료 및 제품을 검사하고, 결과값을 통해 해당 원료와 제품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식품 생산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공인된 검사방법은 식품 생산ㆍ유통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식품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활용하며, 식품안전을 현장에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감형 검사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식품안전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검사기술은 다양한 식품ㆍ환경 조건에 적용 가능한 유연소자를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다. 유연소자는 유연성과 신축성을 갖는 고분자 기판 위에 식품 위해인자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 소자들을 집적하여 다양한 식품과 포장 유형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로 개발할 수 있다. 유연소자에 분석을 위한 센서를 완벽히 집적화함으로써 실험실에서 행해지는 일련의 검사법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에 과일의 잔류농약을 기존에 알려진 센서 요소들과 검사결과 값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전자소자를 유연성 소재의 장갑 위에 집적하여 현장에서 개인이 식품안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한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유사기술로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개인 맞춤형 원격의료 서비스의 부상으로 유연소자를 이용한 신체 부착형 센서 기술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식품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식품안전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실시간 검사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식품안전을 검사하는 센서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연소자로 개발하면, 식품 매개 질병을 줄이고 공중 보건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나아가 IoT 및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 연계로 국가식품안전관리체계를 확고히 구축할 수 있는 마중물 기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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