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인정한 개정 이유는 100% 공감


[KDI 식품정치 읽기] 식약처 개정 식품영양 표시문제 영상 보기

2개 이상 공인기관 평균값 표시하면 허용오차 넘어도 ‘OK'
1개 공인기관 검사값 표시하다 허용오차 넘으면 ‘처벌’
식품 영양표시기준 합리적으로 바꿔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 8월 2일 고시한 식품등의 표시기준 개정내용과 관련해 문제점에 대해 짚어 보겠습니다.

식약처는 영양표시기준 개정이유에 대해 ‘식품 제조ㆍ가공에 사용되는 재료는 재배지, 수확시기 등의 차이로 동일한 품목이라도 영양성분의 함유량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등 미량 성분은 영양성분 함량 편차가 크므로 현실적으로 영양표시 허용오차를 준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는데요. 개정이유는 100%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개정내용입니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을 보면, 식품 포장에 영양성분을 표시할 때 <공인 시험ㆍ검사기관 중 2개 이상의 기관에서 6개월마다 검사한 평균값을 표시하는 경우 영양성분 표시와 실제 측정값 사이의 허용오차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2개 이상의 검사기관에서 검사한 평균값을 적으면 실제측정값과 아무리 달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1개 공인검사기관의 결과를 표시하다가 나중에 허용오차를 넘으면 법적으로 처벌하는 제도는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공인검사기관이라 하면 원칙적으로 검사결과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똑같은 샘플로 정확히 검사했다면 원칙적으로 검사결과는 같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식약처 고시대로라면, 한 군데 공인검사기관은 못 믿고 둘 이상의 공인검사기관 결과의 평균값은 신뢰한다는 이야기인지 궁금합니다. 더구나 평균값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둘째, 한 개 공인검사 결과를 표시하다가 허용오차를 넘으면 처벌 받게 되고, 둘 이상 공인검사기관의 6개월마다 검사결과 평균값을 표기하면 허용오차를 넘어도 ‘면죄부’를 주도록 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셋째, 식약처는 공인검사기관의 검사결과를 근거로 영양성분값을 표시하는 경우 영양표시값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고, 산업체는 합리적으로 관리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말로 식약처 말대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고 산업체는 합리적으로 관리가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이번 개정은 공인검사기관과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영양성분 표시의 의미까지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려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넷째, 식약처 고시대로 2 이상 공인검사기관의 평균값을 표시하면 식품업체는 일종의 ‘영양표시 보험’을 들고 있는 셈이어서 마음이 편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보다 더 많은 시험분석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공인시험검사기관은 검사건수가 늘어 반길 수 있겠지만, 식품업체들은 검사비용 증가, 포장지 교체 등으로 인해 비용이 더 발생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낭비 요인이 될 것입니다.

흔히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합니다.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이번 고시는 겉포장은 그럴 듯한데, 실제 내용은 부실한 과대포장 상품이 연상됩니다.

식품전문 김태민 변호사는 지난 5월 식약처 행정예고안이 나오자 “소비자를 기만하려는 일부 영업자에게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며, “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되는 <형해화>된 법 규정이 될 것이라고 쉽게 예상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벗어난 영양표시기준 개정을 보면서 과연, 식약처가 식품표시기준에 관한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인정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정책은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식약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입니다. 이번 고시는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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