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55)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⑭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여론재판으로 안 된다는 교훈 얻은 ‘우지라면’ 파동
식품사건 처리 시 전문성 있는 담당자 양성 필요

해방 이후 국내에서 파문이 컸던 사건 중 하나는 ‘우지라면’ 파동이다. 당시 라면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하던 회사는 이 사건으로 시장에서 외면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오래 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쟁점은 라면 제조에 원료로 사용됐던 우지가 식용으로 적합한 지 여부였다. 현재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제2. 식품일반에 대한 공통기준 및 규격 1. 식품원료 기준 2)원료 등의 구비요건에 규정된 것을 보면, 식품의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는 ‘식용을 목적으로 채취, 취급, 가공, 제조 또는 관리된 것이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범위를 정하고 있다. 아마도 우지라면 사건 이후 동종의 유사사건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와 같은 원료 사용의 범위를 규정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규정된 원료 구비요건은 지금과 달리 세 가지 조건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첫째 일반인들의 전래적인 식생활습관이나 사회통념상 식용으로 하지 아니하는 것, 둘째 상용식품으로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것, 마지막으로 기타 보건사회부장관이 식용으로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우지라면의 경우 첫째와 둘째 조건에 해당될 수 있었기 때문에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규정된 식용우지에 대한 규정을 보면, 9. 식용우지, 9-14 우지, 1) 정의에서 ‘우지라 함은 소의 지방조직으로부터 채취한 기름을 식품에 적합하도록 처리한 것’이라 규정한 다음 2) 원료의 구비요건에서 우지원료의 구비요건으로 ‘(1) 소의 지방조직은 품질이 양호하고 신선한 것이어야 한다. (2) 원료는 흙, 모래, 짚 등과 같은 불순물이 충분히 제거된 것이어야 한다. (3) 원료는 품질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ㆍ관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해 당시 대법원은 미국에서 식용으로 사용하지 아니하는 우지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우지라고 할 수 없고, 그것이 반드시 식품공전 소정의 우지원료로서 요건을 구비하지 아니한 것이라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우지가 되기 위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규정된 조건이 성립되었는 지가 쟁점이었고, 검찰의 수사대로 우지라면 사건의 우지가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소정의 우지원료의 요건을 구비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법원이 내렸다. 이로 인해 공업용 우지 사용 라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고, 시간이 흘러 정치적인 목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등의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규정된 기초적인 식품 원료의 요건과 우지원료의 요건을 구비했는 지가 가장 중요하고, 다른 식품사건과 마찬가지로 여론재판으로 식품사건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식품위생법은 깊게 들어가면 법률전문가에게도 매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다. 하지만 식품이라는 선입견으로 과학적, 법률적인 접근보다는 사건이 발생하면 여기저기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쟁점과는 전혀 다른 여론몰이식 판단이 난무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보다 자극적인 것에 쉽게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식품은 과학이고, 식품위생법을 포함한 각종 고시는 모두 법률이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쟁점이 숨어 있기도 하고, 과학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접근해보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국민들을 걱정시켰던 다수의 식품사건이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결과적으로 관할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 식품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보다 전문성 있는 담당자들을 양성해 관리ㆍ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위생감시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법령 개정안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환영할만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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