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지난 4월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이 20만을 돌파하며, 57개 소비자ㆍ농민ㆍ환경 단체들로 구성된 ‘GMO 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의 요구가 당연히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와대 답변은 예상을 빗나간 정부의 기존 입장 유지였다.

시민청원단은 그동안 △GMO 사용 여부를 예외 없이 표시 △공공급식(학교급식) GMO 사용 금지 △Non-GMO 표시 불가 현행 식약처 관련고시 개정 등을 요구했다.

청와대 답변은 기존에 정부가 견지해 오던 정책기조 그대로였다.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된다면 물가 인상과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 조성이 우려되고, GMO 제품에 대한 실질적 차별로 국제통상 마찰 가능성 등이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에 40개 단체로 구성된 GMO 반대 전국행동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청와대 답변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식품 교역은 총성(銃聲) 없는 전쟁이다. GMO 등 표시제도는 국가 간 이익이 걸려 있어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명분으로 생각하므로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다르다. 국민 건강과 아울러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국익을 모두 고려한 최적화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과 무관하고 함유 여부를 검출해 내지도 못할 단백질 외의 당과 기름의 GMO 관리라든지 비의도적 혼입허용치를 EU 수준(0.9%)으로 조정하는 일 등은 곡물자급률이 20%선에 불과해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실정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또, 상당수 국내산 농산물도 비의도적으로 오염돼 GMO로 처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수입되는 GMO의 80%가 활용되는 사료를 먹인 한우나 국내산 축수산물도 GMO를 표시해야 ‘완전표시제’라 할 수 있어 예상치 못한 식품시장의 충격과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청원을 요청했던 57개 단체와 산ㆍ학ㆍ연 모든 식품산업 관계자들은 이정도 수준에서 양보하고 국가 시책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국민들의 GMO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확보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반드시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예외 없는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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