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13. 특정 산물만 GMO라 하는 것은 엉터리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모든 생명은 유전자 변형의 산물인데 특정 산물만 GMO라 하는 것은 그 용어부터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GMO는 유전자가 변형된 것이 아니라, 1~2개 추가된 것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유전자변형생명체라고 하면 유전자 전체를 만지고 찌그러뜨려서 전체적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체 유전자 3만~10만 개에서 고작 1~3개의 유전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인간의 육종 즉, 품종개량기술은 1만년이 넘는 역사가 있지만 GMO 기술은 1970년대 겨우(?) 시작된 최신의 기술이다. 1967년 조각난 DNA를 이어 붙일 수 있는 풀인 DNA 리가아제(DNA ligase)를 발견했다. 그리고 1970년 제한효소를 발견했다. DNA를 마구 잘라버려 조각내버리지 않고, DNA에서 일정한 염기서열을 인식해 딱 그 부분만을 자르는 기능이 처음 발견된 것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제한효소들을 찾아냈고, 이를 이용해서 원하는 부위의 유전자만 잘라서 원하는 부위에 갖다 붙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유전자 기술의 산업화가 시작된 것이다.

모든 생명의 진화는 유전자 변이의 결과물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생김새가 그토록 닮아 있다. 인간들이 모두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외관으로 인간을 구분하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개인마다 유전자가 달라 생김새가 다르고,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는 유전자가 달라 형태부터가 달라진다. 그런데 모든 생명은 공통조상에서 유래한 생명체이다. 같은 유전자에서 출발해서 지금만큼 유전자가 변해왔다는 뜻이다. 우리는 진화의 산물이고, 진화는 유전자 변화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GMO들이다.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명처럼(We are all ‘GMOs’ as is every organism on Earth).”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츠가 한 말이다. 결국 모든 생명은 진화 즉, 유전자 변형의 결과물이며, 현재 우리의 모습도 진화의 완성품이 아니다. 앞으로도 유전자는 계속 변해갈 수밖에 없다. 모든 생명은 유전자 변형의 산물인데 특정 산물만 GMO라 하는 것은 그 용어부터가 엉터리라는 소리이다.

벼과 작물의 화려한 변신
우리가 주로 먹는 것은 옥수수, 쌀, 밀이다. 놀랍게도 모두 벼과 작물이다. 그런데 대나무, 잔디, 옥수수, 사탕수수도 모도 벼과 작물이다. 자연의 변신은 이처럼 화려하고 다이나믹하다.

벼과 작물의 종류
물대아과(Arundinoideae) : 갈대, 물대 등
대나무아과(Bambusoideae) : 대나무, 벼 등
조릿대풀아과(Centothecoideae) : 조릿대풀 등
나도바랭이아과(Chloridoideae) : 나도바랭이, 잔디 등
기장아과(Panicoideae) : 사탕수수, 옥수수, 기장, 수수 등
포아풀아과(Pooideae) : 밀, 보리, 귀리 등

육종의 엄청난 성과는 엄청난 유전자의 변화에 의한 것
닭도 그렇고 소도 그렇고 우유와 달걀도 개량의 산물이다. 달걀도 생산량을 3배로 늘린 품종에서 나온 것이다. 보통 사료를 10㎏ 이상 먹어야 고기 1㎏이 되는데, 닭은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여 불과 3㎏의 사료로도 1㎏의 체중이 된다. 인간이 평생 체중의 1000배에 달하는 음식을 먹는 것에 비하면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개량인 것이다. 그렇게 극단적인 단일 품종으로 개량된 닭은 야생 조류는 걸리지 않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몰살당하기도 한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도 가히 기계 수준이다. 하루에 최대 58㎏, 200㎖ 우유팩 290개 분량이라니 최초 낙농을 시작한 조상이 보면 요즘 젖소는 신이 나중에 따로 창조한 생물이라 할 것이다.

유전자의 변화량은 육종 중에서 GMO가 가장 적다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변화는 GMO 작물에만 있을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기존의 잡종강세, 배수체 육종 등은 교배를 할 때 수천에서 수만 개의 유전자가 마구 뒤섞여서 변화가 일어나고,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 변형되었는지 짐작조차 못한다. 이에 비해 GM 작물은 고작 1~4개 외래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이므로 유전자의 변화량이 가장 적다.

돌연변이 육종보다 거칠고 알 수 없는 유전자 변이는 없다
교배육종으로 인위적인 유전자 조합을 하고, 이들을 통해 다양한 신품종을 개발한 인류는 좀 더 지독한 개선을 꿈꾸었다. 1942년 뮬러가 초파리에 X선을 쪼이면 유전자에 인위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방사선이나 화학약품을 이용하여 무차별적으로 돌연변이를 시행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무차별 돌연변이는 1:200 정도로 해로운 결과가 나왔고, 인간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려면 그런 우연이 수십 개가 동시에 발생해야 가능한 것이라 전혀 가망성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확률을 모르고 그저 우연히 획기적인 생명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했다. 그런 생각은 단지 수많은 괴물이 등장하는 SF 영화가 탄생하는 모티브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한 SF 영화가 주는 불안감을 언제든지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착각한다.

그나마 이용이 되는 것은 인간의 탁월한 선택력에 의한 것이다. 자외선, 화학변이제를 통해 변이는 가능하지만 두루 훌륭한 것은 만들지 못한다. 좀 다른 것은 만들 수 있다. 그것을 기존에 작물과 잘 교배하여 원하는 특성을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탁월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선택력 덕분이지 저절로 마구 돌연변이를 일으켜 좋은 결과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사실 우리는 이렇게 난폭한 유전자 조작을 하는 돌연변이 작물에 이미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에는 관심조차 없으면서 가장 온순한 유전자 변이인 GMO에 대해서만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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