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11. 미국서는 20년간 전혀 표시도 하지 않고 소비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매년 수십억 마리의 소와 돼지 그리고 수백억 마리의 닭을 GM 사료로 키우고 있고,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GM 작물은 기존의 육종 작물과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여 전혀 표시도 하지 않고 소비해왔다”며, “결국 안전성 실험으로는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딱 하나의 구체적 증거만 있으면 된다
‘GMO 식품은 완벽하게 건강에 이롭다(perfectly healthy).’ 2018년 2월 빌 게이츠는 GMO를 이렇게 평가했다. ‘GMO는 제대로 감독만 한다면 전 세계 기근과 영양 결핍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의 주장은 전 세계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세상에서 GMO 작물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만큼 라운드업도 많이 쓰고, 지금까지 GM 작물도 표시도 하지 않은 채 마구 소비됐다.

온갖 소송이 많은 미국
최근 미국 법원은 스타벅스 등에 ‘커피컵에 발암물질 함유 경고문 붙여라’라는 판결을 내렸다. 캘리포니아 소재 독성물질 교육조사위원회(CERT)가 90개 커피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CERT는 2010년 생두를 볶을 때 생성되는 물질인 아크릴아미드가 캘리포니아 법령에서 규정한 발암물질에 해당하며, 아크릴아미드 성분의 높은 함유치가 커피 음용자들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스타벅스와 다른 커피회사들이 생두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적 화합물의 위협이 미미하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실패했으니 표시를 하라는 것이고, 향후 공판에서는 커피회사들이 커피 음용자들에게 발암물질 경고문을 붙이지 않은 것에 대해 물어줘야 할 배상액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은 캘리포니아주의 성인 커피 애용자 4000만 명이 매일 커피를 마신 것으로 가정하고, 1인당 2500달러 이상의 배상액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소송 가액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제도 때문
미국은 실제 손해액 말고도 징벌의 의미로 받는 엄청난 배상액이 있어서 소송을 걸어서 이기면 대박, 지면 그냥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엉뚱한 소송도 끊이지 않는다.

우리의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 소송(승소)도 많다. 미국의 한 판사는 한국인 세탁소 주인이 자신의 바지를 잃어버렸다고 54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걸어 우리를 놀라게도 했다.
 
맥도날드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다가 커피를 몸에 쏟아 심하게 데었다며 소송을 걸었고, 2억8600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판결도 있었다.
 
2017년 16살 백인 소녀 엘리자 와스니가 월마트에서 훔친 칼로 34살 남자 운전수인 그랜트 넬슨을 살해했다고 피해자 가족이 월마트를 제소했다. 월마트에서 수박을 꺼내다 진열대에 걸려 넘어져 다친 남자에게 750만 달러(약 84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기도 했다. 그런 나라에서 GMO를 개발하려면 도대체 안전성에 얼마나 확신이 있어야 할까.

청부의 과학보다 불안장사꾼이 더 많다
이미 GMO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인 리뷰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GMO는 위험하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다. GMO의 위험성 실험이나 주장에 잘못된 점을 확인시켜줘봐야 오류를 인정하기보다는 그것은 단지 실수였고, 언젠가 진짜로 위험성에 관한 구체적 증거가 나올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1만 번의 실험으로 안전성을 증명해봐야 1만1번째 실험에서 잘못되었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 것이다.

과학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린다. 개별적 실험결과라는 원하는 결과면 믿고, 원하지 않는 결과면 대기업의 로비이며, 청부의 과학이라 단정 짓고 외면하면 그만이다.

담배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과학이 돈에 매수되어 소비자를 속인다는 대표적인 예로 담배를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담배회사들은 1960~70년대부터 흡연이 폐암과 심장질환을 유발하고, 니코틴이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컨설턴트와 과학자들을 고용해 반대의 증거로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담배회사의 무참한 피소뿐이다.

2000년 미국의 마이애미 항소법원 배심원들은 약 1450억 달러(약 164조 원)의 배상을 평결했고, 윌리엄스 대 필립모리스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2009년 필립모리스의 세 번째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벌적 배상금 7950만 달러, 10년간의 이자까지 부가되면 1억5500만 달러를 윌리엄스에게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플로리다주 배심원단은 2014년 미국 2위의 담배회사에게 흡연 위험성을 알리는데 소홀했기 때문에 남편이 숨졌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손해배상금 173억 원에 징벌적 배상금 24조 원을 함께 지급하라고 평결을 내리기도 했다.

GMO에 대한 과학적 결론을 부정하는 수단으로 담배를, 더구나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미흡했던 80년대 이전의 사건을 계속 들먹이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의 안전에 대한 법규와 기준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론적으로는 기존의 육종보다 안전한 GMO
GM의 안전성은 나름 최선의 검증을 한다. GMO 개발자는 조금이라도 안전성이 의심되면 더 이상 해당 GMO를 개발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비용이 드는데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 개발한 GMO가 인체 위해성 논란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최악의 악몽이기 때문이다. 혹여 시장에서 나타나기라도 하면 무조건 배척 당한다.

천연식품에도 수많은 흠결이 있다. 위험 성분이 없어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위험 성분의 함량이 우리가 견딜 수 있을 정도 수준으로 적어서 허용되고 있을 뿐이다. GM이 이런 천연식품보다 위험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GM 작물은 육종이나 천연의 GMO에 비해 이론적으로 안전하고, 역사상 가장 엄격한 검증을 거친 작물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섭취해온 많은 식품들 중에서 이만큼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시험되는 작물은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이기도 하지만, 높아진 안전의식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만에 하나’의 위험성까지도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이다.

절대 안전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불안한 것은 기존의 천연식품, 육종, 자연의 GMO, 생명의 진화과정을 같이 검토하고 비교해보지 못한 이유가 큰 것 같다. 기존의 작물들도 완벽하게 안전한 것은 없다. 지금까지 문제없이 먹어온 기존의 작물과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만족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동물실험을 통해 기존 작물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어도 그것은 고작 실험쥐의 결과라 인간의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하면 그만이다. 사실 우리는 쥐가 아니라 매년 수십억 마리의 소와 돼지 그리고 수백억 마리의 닭을 GM 사료로 키우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GM 작물은 기존의 육종 작물과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여 전혀 표시도 하지 않고 소비해왔다.

결국 안전성 실험으로는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할 수 없다. 세상에는 안전성을 입증하는 실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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