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아미노산ㆍ비타민ㆍ무기질 풍부

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봄은 만물이 소생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이다. 그러나 오른 기온만큼 체력은 떨어지는 것 같다. 일조량이 풍부해짐에 따라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피로감과 무기력증을 느끼고 춘곤증에도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활력(活力)’이 부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수수와 조, 기장을 활력을 주는 잡곡이라 하여 식용뿐 아니라 민간요법으로 다양하게 활용했다. 수수는 위장이 약하거나 식은땀을 흘릴 때 도움이 되며, 조는 위의 열을 내려주고 목마름과 이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장은 기가 허약해 힘이 없고 더위를 먹거나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에 처방했다.

현대에 들어 우리 잡곡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과거 조상들의 민간요법이 과학적인 것이었음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수는 항산화물질로 알려진 총 폴리페놀 함량이 대표적인 폴리페놀 고함유 식품인 포도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천연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안토시아닌도 통곡에 약 12㎎/100g 정도로 많이 들어있다. 실험쥐를 이용한 시험에서는 수수 추출물이 체내 지방 흡수를 억제하며, 뼈 생육 세포를 만드는 효소의 활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와 기장 역시 항산화 활성이 있으며, 소립곡물의 특성상 호분층 비율이 높아 동일한 양을 먹었을 때 다른 곡물보다 미네랄과 비타민을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이외에 다양한 우리 잡곡에는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각종 무기질, 식이섬유 등이 풍부해 소화흡수를 늦추고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아 비만과 당뇨를 예방하며 항염ㆍ항암에도 효과가 있음이 검증됐다.

이들 잡곡은 각각 따로 먹어도 좋지만 혼반했을 때 더욱 균형 있고 풍부한 영양 섭취가 가능하나, 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다소 거친 식감으로 혼반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최근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 쌀에 잡곡을 섞어 소주와 같은 발효주정을 첨가해 잡곡밥을 지으면, 거친 식감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잡곡밥의 항산화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밥을 지을 때 1인분 당 소주 약 1잔을 넣으면 풍미가 좋아지고 밥의 노화도 늦출 수 있다. 취사 과정에서 알코올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혼반을 꺼리던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잡곡은 한때 농업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됐다가, 최근 건강을 지향하는 식문화가 확산되고, 안전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했다. 단순히 쌀과 혼합용 수준에서 벗어나 과자, 빵, 전통주, 음료 등과 기능성 식품의 원료로서 이용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국산 잡곡의 건강기능성과 안전성을 널리 알리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성향에 맞춘 기능성과 가공 적성이 강화된 품종 개발과 현장 확산, 그리고 가공업체ㆍ판매처와 연계가 중요하다. 밭작물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논 농업 다양화 사업에 정책적 지원이 시행되면서 논 재배 밭작물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잡곡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 봄에도 어김없이 황사와 미세먼지가 찾아와 우리 몸과 마음을 편치 않게 하고 있다. 물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몸을 깨끗이 하며, 수시로 물을 마셔 몸 안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다. 나아가 몸을 보양하기 위한 고가의 의약품을 애써 찾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에서 그 해답을 찾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면역력을 키워줄 수 있는 음식, 특히 활력을 주는 우리 잡곡을 꾸준히 섭취해 대기오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고 춘곤증도 이겨내는 건강한 봄날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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