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연수 한국영양학회장
(전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치ㆍ장류 소금 함량 부정적 이미지 불식 연구해야
한식, 지중해 식사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

차연수 한국영양학회장(전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많은 사람들은 건강한 식생활을 이야기 할 때 ‘지중해식(The Mediterranean Diet)’을 꼽는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모로코 등 지중해 연안의 16개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이른바 지중해 식사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오늘날 건강식이나 치료식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건강한 식사패턴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지중해 식사는 농작물ㆍ수확ㆍ어획ㆍ축산ㆍ보존ㆍ가공ㆍ조리 등과 관련된 전통ㆍ상징ㆍ의식ㆍ지식 등 일련의 기술, 그리고 음식을 나누고 소비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지중해식은 채식 위주의 식사로 풍부한 전곡, 과일과 채소, 콩류ㆍ견과류, 생선과 가금류를 즐기며, 식용유는 올리브오일을 사용하고, 적당한 와인 섭취를 권장한다.

우리 한식(Korean diet)과 건강식으로 잘 알려진 지중해 식사를 비교해 보자. 한식은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나물류 등 채식 위주의 식사다. 또한 지중해 식사에서 올리브오일에 버금가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참기름과 들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와인에 견줄만한 막걸리는 쌀을 발효시킨 술로 유산균 함량이 매우 높다. 한식은 모든 식품군이 균형을 이루는 음식재료를 사용하고 있고,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의 적절한 비율을 보여준다.

실제로 비슷한 칼로리로 1일 제공된 한식과 지중해 식사를 비교해보면 에너지 섭취 비율(단백질 : 탄수화물 : 지방) 및 생선 섭취량, 채소 섭취량, 마늘ㆍ양파 섭취량 등이 한식은 지중해 식사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함을 발견할 수 있다. 더구나 한식은 간을 맞출 때 소금을 사용하는 대신 간장ㆍ된장ㆍ고추장 등의 발효식품을 사용하여 그 독특한 맛과 향, 그리고 건강 효능이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어떻게 지중해 식사가 유네스코에 등재되고, 세계인들에게 각광을 받는 건강식이 될 수 있었을까? 지중해 연안의 사람들에게 음식은 영양 섭취 목적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는 철학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들의 이러한 식문화가 고유한 생활양식으로 정착되어 식사패턴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1960년대부터 지중해에 속해 있는 나라의 정부와 그 지역 산업체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끊임없이 학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식재료와 식단의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어 세계 유수 저널에 게재되고 있다(PubMed 기준 2017년 621편). 이는 전통과 철학이 있는 지중해 식사를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연구결과에 가치를 부여한 마케팅으로 전 세계에 지중해 식사의 우수성을 잘 알린 좋은 사례다.

그렇다면 한식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식도 건강과 웰빙을 지향하는 음식으로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한식을 영양학적으로 적절한 균형을 갖춘 모범식으로 소개했고, 또 최근 New York Post는 한국인의 건강비결은 한식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제 맛과 영양이 우수한 한식의 숨은 가치가 국제적으로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8년 ‘한식 세계화의 원년’을 선포하여 R&D 지원을 시작했으며, 이후 한식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정부 부처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한식 관련 정책 수립에 정부 부처 간의 일관성이 없고, 한식의 과학적 근거를 위한 국제 논문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PubMed 기준 2017년 6편).

특히 김치를 포함한 한국 전통발효식품은 과학적인 근거없이 과다한 소금 함량으로 인해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김치 섭취는 고혈압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역학 연구가 있고, 동물실험에서도 전통 장류는 높은 소금 함량에도 불구하고 혈압을 상승시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전통발효식품이 절대적인 소금 함량은 많지만,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생리활성물질이 건강에 탁월한 긍정적인 기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한식의 우수성을 알려 세계화하는데 걸림돌로 알려진 한국 전통발효식품에 첨가된 식염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각 부처와 대학ㆍ기업ㆍ연구기관이 협력하여 한식에 대한 깊이 있는 융복합적 학제 간 연구로 좋은 결과물을 축적해야 한다. 한식의 다양한 연구와 일관된 정책이 각 기관 간에 우리의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져서 지속적으로 뒷받침 된다면 머지않아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세계인이 함께 하는 한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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