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 크기 50~100㎛, 손상전분 10% 이내, 아밀로스는 반찰~20% 백설기용 건식쌀가루에 적합

이춘기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

이춘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관

수년 전만 해도 쌀은 3~12시간 동안 물에 담가 조직을 연화시킨 다음 분쇄하는 이른바 전통적 습식방식에 의존하여 가루로 만들었다. 건식쌀가루는 쌀을 물에 불리지 않고 분쇄해 얻는 쌀 가루를 지칭한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는 밀 대비 높은 원료 가격과 습식제분에 따른 높은 제분비용(밀가루 200~300원/㎏, 습식 약 600원/㎏), 쌀 가공업체가 1만7380군데나 되나 연간 소비능력이 1000톤 이상인 업체가 0.4%에 지나지 않는 영세성이다. 그리고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견인할 쌀가루에 대한 표준화ㆍ규격화 미흡과 더불어 다양한 용도의 레시피 개발 부재가 지적되어 왔다.

건식쌀가루는 밀가루와 같이 ‘투입→분쇄→포장’ 3단계 작업을 거쳐 생산되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유리하고, 습식쌀가루보다 생산비용을 30~50% 절감할 수 있다. 건식 방식의 또 다른 중요한 장점으로는 습식 방식에 비해 생산공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쌀가루 대량생산과 유통을 위해 필수요건인 품질 균일화와 규격화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비싼 원료 가격이 쌀 가공산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건식쌀가루가 기존의 습식쌀가루와 대등한 제품 품질을 발휘할 수 있는 제분조건이 확립되고 다양한 레시피만 개발된다면, 기존 습식쌀가루 활용 업체에 유리한 선택권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글루텐프리 식품 등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수요 창출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쌀가루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가루 분쇄 특성, 분쇄 방법 및 입자 크기에 따른 제품의 품질 특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결과들에서 쌀가루의 용도별 적합성 판정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우선순위 품질지표로는 쌀가루의 입자 크기, 손상전분 함량, 아밀로스 함량 등이 꼽히고 있다.

떡용으로 적합한 건식쌀가루의 품질을 알아보기 위해 ‘삼광’등 5품종을 입자 평균직경을 기준으로 각각 3가지 수준으로 나눠 분쇄해 찌는 떡으로서 백설기와 치는 떡으로서 절편 가공특성을 검토했다. 백설기 원료 쌀가루의 입자 평균직경은 품종에 따라 미분쇄 조건의 경우 38.6(설갱)~59.5㎛(삼광), 중간분쇄 조건의 경우 52.5(설갱)~84.4㎛(삼광), 조분쇄 조건의 경우 72.3(설갱)~142.4㎛(삼광)로 분포했는데, 이 가운데 중간~미분쇄 조건 사이의 입자 크기가 제품의 모양(조직구조), 조직감(단단함, 응집성, 촉촉함), 관능평가 등에서 가장 좋았다. 손상전분 함량은 미분쇄와 중간분쇄 조건에서 각각 6.7(설갱)~11.4%(백진주), 5.3(설갱)~9.0%(백진주)였고, 아밀로스 함량은 13.4(백진주)~25.3%(새고아미) 범위를 보였다. 이들 결과를 종합했을 때 입자 크기는 50~100㎛ 사이, 손상전분 함량은 10% 이내(낮을수록 유리), 아밀로스는 반찰~20% 범위가 백설기용 건식쌀가루의 품질 요건으로 적합한 것으로 판단됐다. 품종별로는 ‘설갱’, ‘백진주’, ‘한아름2호’, ‘보람찬’, ‘삼광’이 백설기용으로 유망했다.

건식쌀가루는 습식쌀가루와 물성, 호화특성 등에서 다소 상이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건식쌀가루를 이용하여 백설기를 만들 경우 사전에 쌀가루에 수분을 고루 흡수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재료인 쌀가루의 건물 무게를 기준으로 물은 60~70%, 소금은 1% 정도 첨가하는 것이 가장 적절했다. 고른 수분 흡수를 위해 대량 제조의 경우 롤밀을 2회 정도 통과시켜 수분을 강제적으로 확산시킨 다음 30분 정도 유지하고, 롤밀이 없는 경우에는 물과 소금을 첨가하여 잘 섞이도록 반죽해 덩어리 상태로 만든 후 랩 등으로 싸서 냉장고에 3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수분을 충분히 흡수시킨 뒤에는 덩어리를 헤쳐 체 거르기(성긴 체 사용)로 시루에 안치하면서 고물이나 기타 부가재료를 첨가하면 다양한 설기를 만들 수 있다. 건식제분 쌀가루를 이용한 백설기 제조공정은 물을 고루 흡수시키는 과정과 체 거르기 외 과정은 습식제분 쌀가루를 이용한 백설기 제조과정과 동일하게 적용하면 된다.

건식쌀가루로 절편을 만들 때에는 적정 수분 첨가량이 쌀가루 중량 기준 55~60%, 소금 첨가량은 1%가 적당했다. 전통적인 절편 제조방법을 적용할 경우 습식에 비해 절편이 단단하고 질겼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죽한 쌀가루를 15분간 스팀으로 찐 다음 절편기에서 2회 사출시키고 펀칭기로 10분간 펀칭한 후 절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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