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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박사의 마음산책] 들꽃과 억새꽃밭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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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9  1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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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어느새 가을이 왔다. 아니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가을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연인들의 계절이다. 가을이 익어감에 따라 그들의 사랑도 성숙되어 갈 것이다. 잔잔한 물결의 산정호수를 끼고 있는 명성산엔 드넓은 초원의 은빛 억새 꽃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오늘 산행은 포천시의 자등현에서 시작하였다. 숲속으로 들어서자 가을의 나무들과 풀잎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짙푸르던 숲은 가을의 여인이 되기 위하여 붉은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 이미 붉게 물든 나뭇잎과 누렇게 변화되기 시작한 풀잎들이 가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흘산(838.2m)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에서 오름과 내림을 수없이 반복하며 약사령으로 하산을 한다. 여기서 다시 새로운 산을 올라야 한다. 억새꽃이 파도를 이루는 명성산(923m)을 향하여 오른다. 하나의 산을 완전히 내려온 다음 다시 새로운 산을 오른다. 각흘산과 명성산을 오르는 연계산행이다. 땀 흘리며 오르는 산객에게 산길에 피어있는 들꽃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 들꽃 중에서 분홍 꽃을 피운 산국(山菊)이 가장 마음에 간다. 허리를 굽혀 그 향기를 맡아본다. 고결하고 자태 높은 여인의 향기를 닮았다. 길고 긴 산길엔 산국 이외에도 이름 모를 숱한 들꽃들이 피어 있었다. 향기가 좋은 들꽃도 있었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들꽃도 있었다.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들꽃에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명성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산정호수와 가을 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다시 능선을 따라가면 삼각봉과 팔각정이 나오고 억새밭인 여우봉으로 내려가야 한다. 등산객이 아닌 일반 관광객들도 산정호수에서 빨간 우체통이 있는 팔각정까지 올라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배달된다고 한다. 편질 쓰고 싶었지만 시간이 제한되어 은빛 억새가 반짝이는 드넓은 초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올해의 은빛 억새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시월 중하순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 한다. 은빛 억새 꽃밭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억새 꽃밭에 부는 바람은 가슴에 담고 먼 훗날 돌아볼 사진은 스마트폰에 담았다. 은빛 억새 꽃밭에 부는 가을바람과 작별을 하고 계곡을 따라 1시간 이상 내려와야 한다. 길고도 긴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좁다란 도로 주변에 막걸리와 부침개를 파는 주막이 널려있다. 나는 6시간의 산행을 하며 목이 마른 참에 산우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은빛 억새의 가을바람을 안주로 곁들였다.

은빛 억새꽃 춤추는 명성산의 억새꽃 바다에 서면
북쪽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으로
빨간 우체통에 연인들의 사랑이 익어가고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 억새의 구슬픈 노래는
아스라이 멀어졌던 첫사랑의 추억을 불러오고
시원한 맥주잔에 첫사랑의 추억과
연인들의 익어가는 사랑을 잘 섞어서 나눠 마신다.
 
----- 시인 김현구, 은빛 억새의 가을바람 -----

오늘은 들꽃과 억새꽃밭에 부는 바람을 맞이하였다. 깊은 산속 산길의 들꽃들도 가을을 준비하고 은빛 억새꽃도 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식품저널 독자 가족들에게 들꽃과 은빛 억새에 부는 가을바람을 가슴 가득 보내드리고 싶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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