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오지(奧地)를 찾아가는 마음과 첫사랑을 찾는 마음은 닮았을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첫사랑이다. 이끼폭포는 오지의 비경을 자랑하고 첫사랑처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고 찾고 싶은 첫사랑은 우리들 가슴 깊이 잠재하고 있다.

오늘 산행의 시작점은 무건리 마을의 석회석 광업소이다. 수도권에서 먼 거리이므로 평소보다 일찍 출발하였지만 아침 9시 40분부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따가운 태양이 내려 쪼이고 습도가 높아 힘들게 국시재를 향하여 올랐다.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숨이 차오른다. 산길엔 붉게 익은 산딸기가 유혹 하고 간간히 서 있는 오디나무엔 검은 오디열매가 한창이었다. 국시재에서 숲속으로 올라가는 산길엔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무성하고 울창한 숲은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어 편안한 숲길을 걸을 수 있었다.

국시재에서 큰말로 가는 산길은 편안하지만 큰말에서 용소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급격한 내리막 산길이다. 조심스럽게 전진하여 용소폭포에 도착하였다. 폭포엔 푸른 이끼로 가득하였다. 계곡 주위는 우거진 숲이 에워싸고 있으며 차가운 물결이 흐른다. 여기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이 계곡은 대단히 험준하고 사람들의 때가 묻지 않아 오지의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계곡만 12㎞로서 비탈진 산길과 계곡의 담(潭)과 소(沼)를 통과해야 한다. 첫사랑의 마음을 느끼듯 한 길이 훨씬 넘는 담을 배낭을 맨 채로 수영으로 통과해야 한다.

 

용소폭포에서 땡비알과 성황골을 통과하는 계곡은 그야말로 죽음의 계곡이다. 미끌미끌한 반석과 돌무덤을 통과하며 여러 차례 넘어지고 엎어졌다. 그러나 큰 사고 없이 성황골에 도착하였고 여기를 지날 때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하였다. 여름비를 맞으니 시원하였다. 이미 담과 소를 지나며 옷이 젖어 있었기에 소나기는 오히려 여름철 산객에게 주는 고귀한 선물이다.

시원한 소나기를 맞으며 산행 목표지점 10분 전 거리의 계곡에 산속에서 나오는 폭포가 있다. 너무나 깨끗한 폭포이고 물속에서 1~2분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물이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 등산화를 신고 등산복을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용소폭포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첫사랑처럼 느낌이 새롭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고 첫사랑을 찾는 마음으로 시인 조지훈님의「사모」라는 시(詩)를 낭송하여 본다.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랑이 되어 있었다.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 시인 조지훈, 사모 -----
 
처음으로 누군가를 봤을 때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미묘한 감정이 싹 트는 게 첫사랑이듯 이끼폭포 오지의 계곡에 첫사랑처럼 많은 것을 남기고 돌아왔다. 첫사랑이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사랑의 마음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 시인 조지훈님은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신다. 이렇게 마시는 술잔에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고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조용히 눈을 감는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당신도 있나요? 찾고 싶은 첫사랑. 첫사랑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때가 묻지 않았으므로. 아직 짝이 없는 젊은이는 누군가를 처음 좋아했거나 사랑을 했다면 용기 있게 자신의 첫사랑을 향해 고백해야 한다. 그러나 첫사랑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 첫사랑의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은 우리의 삶을 더욱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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