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한국산 잣으로, 상품화는 중국산으로

 

건강기능식품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는 원료 수급부터 가공ㆍ판매ㆍ수출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한 종합적 관점의 정책을 수립, 실행해야 의견이 제시됐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식품저널 기고문을 통해 국산 다이어트 소재 피놀렌산 사례를 예로 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대표는 “2006년 한국산 잣에서 추출한 성분인 피놀렌산이 식욕억제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후 미국에서 상품화되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판매 중”이라며, “미국 Lipid Nutrition사가 피놀렌산을 최초로 상품화한 PinnoThin®은 한국산 잣 오일을 사용해 개발돼 국산 잣의 고부가가치 판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됐으나, Lipid Nutrition사는 가격과 공급 물량 등으로 인해 중국 또는 러시아산 잣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산 자원을 활용해 외국 회사에서 고부가가치 상품화를 했는데도 국내에서는 이렇다할만한 국산 자원 유래 건강기능식품이 없다는 점은 그동안의 건강기능식품 전략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에 “정부는 소재의 효능평가와 인증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원료 수급부터 가공ㆍ판매ㆍ수출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한 종합적 관점의 정책을 수립, 실행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대표의 기고문 전문.

눈 뜨고 코 베인 국산 다이어트 소재  피놀렌산

날씨가 초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인기를 끄는 식품들이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것이 다이어트식품이다. 다이어트식품은 매년 봄부터 매출이 늘기 시작하여 휴가철 직전에 최고 매출을 올리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하락하는 주기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다이어트식품은 피부의 노출면적과 매출이 정비례하는 관계도 보인다.

국내에서 다이어트식품의 인기는 매년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시장도 매년 성장하는 추세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다이어트식품은 체지방 감소 또는 체중 감소를 돕는 기능성 성분을 한 가지 이상 포함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국산 천연자원을 이용한 항비만 다이어트 소재 개발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시도되어 오고 있으나, 효능이 충분치 않거나 원료 자원이 충분히 공급되기 어려워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 양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2006년 한국산 잣에서 추출한 성분이 식욕억제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후 미국에서 상품화되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판매 중이다. 양산화에 성공한 국산 잣 유래의 이 물질은 바로 피놀렌산이다.

한국산 잣에 풍부한 식욕억제물질 피놀렌산
피놀렌산은 오메가6 필수지방산인 감마리놀렌산의 이성체이다. 피놀렌산은 비록 필수지방산이 아니지만, cyclooxygenase 또는 lipoxygenase 등의 존재 하에서 생리적으로 필수지방산과 유사한 활 성을 갖는 지방산 대사산물을 생성한다. 피놀렌산 대사산물은 필수지방산 결핍증세를 해소하는데 일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는 정도로 알려져 왔으나, 2000년대 초 연구결과에 의해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강력한 비만치료용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이 알려졌다.

2006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노화예방학회에서 미국의 비만전문가인 디나이즈 E. 브루너 박사는 피놀렌산을 투여한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피놀렌산 투여시 식욕억제작용을 하는 호르몬인 콜레사이토키닌(chokecytokinin)과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Glucagon-like peptide-1, GLP-1)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추가로 피놀렌산은 간으로의 LDL 콜레스테롤 수송을 증가시켜 혈중 LDL-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능을 갖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미국의 Lipid Nutrition사는 피놀렌산을 함유한 다이어트 보충제인 ‘PinnoThin®’을 출시하여 전 세계 시장에 판매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 세계의 모든 잣 중에서도 특히 한국산 잣에 피놀렌산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는 한국산 잣, 상품화는 중국산으로
미국 Lipid Nutrition사의 제니퍼 코시(Jennifer L. Causey) 박사는 2006년 미국화학회 학술대회(Am erican Chem ical Society M eeing in Atlanta, 2006)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산 잣 오일에 이례적으로 풍부한 피놀렌산이 임상적으로 식욕억제효과가 있음을 공개하였다. 피놀렌산이 최초로 상품화된 제품인 Lipid Nutrition사의 PinnoThin®은 한국산 잣 오일을 사용하여 개발되었기에 국산 잣의 고부가가치 판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Lipid Nutrition사의 한국산 잣 구매량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Lipid Nutritrition사에서는 “한국산 잣이 피놀렌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산 잣도 한국산 잣과 같은 시베리아계 Pinus속에 속해 있어 피놀렌산이 있으며, 실제로는 중국 또는 러시아산 잣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효능평가는 피놀렌산에 대해 이루어진 바이기 때문에 피놀렌산을 얻을 수 있다면 한국산 잣이 아닌 다른 품종의 잣을 사용할 수도 있고, 한국산 잣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가격과 공급 물량때문인 것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최초 출시 때는 한국산 잣에 있는 피놀렌산을 사용하였다고 언급해왔기에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산 잣에 풍부한 피놀렌산에 대한 보고는 90년대부터 꾸준히 학술논문을 통해 발표되어 왔다. 국내에서도 국산 잣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는데, 일례로 2004년 고려대학교 이철 교수 연구팀은 Lipid지에 한국산 잣에서 추출한 피놀렌산이 혈중 LDL-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특허출원 분석을 통해 잣을 이용한 기술 개발 동향을 살펴보면 국제적으로는 한국산 잣이 고기능성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잣의 기능성 연구가 아닌 단순 가공식품으로서 응용기술이 더 연구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강기능식품 진흥, 원료수급부터 정책에 반영을
건강기능식품법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진흥하겠다는 목표로 제정ㆍ시행되고 있지만, 인삼, 홍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산 자원을 활용해 외국 회사에서 고부가가치 상품화했는데도 국내에서는 이렇다할만한 국산 자원 유래 건강기능식품이 없다는 점은 지금까지 건강기능식품 진흥 전략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한다.

게다가 백수오 사례를 보면 행여나 국산 천연자원으로 건강기능소재를 개발했다 하더라도 높은 원료가격과 수급불안 등의 원료 수급문제는 고질적으로 국산 건강기능식품 진흥에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대표 건강기능식품 상품인 인삼, 홍삼마저도 해외에서 스위스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점을 볼 때 보다 현실적인 부분에서 건강기능식품 활성화 문제를 챙겨봐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민간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정부에서도 소재의 효능평가와 인증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원료수급부터 가공ㆍ판매ㆍ수출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진흥할 수 있는 종합적 관점의 정책을 수립,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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