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리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나리 한국식품연구원 장내미생물연구단 책임연구원

지난 4월 17일 IBM은 향후 5년 내에 인간이 일하고 생활하며 소통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획기적인 과학적 혁신들을 선정하고, ‘IBM 5 in 5’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그중 하나로 ‘메디컬 랩온어칩’을 나노단위로 질병을 추적하는 건강 조사관의 역할로 주목했다.

질병은 일찍 발견될수록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고 제어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질병의 조기 발견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는 타액, 눈물, 혈액, 소변, 땀 등과 체액 내 바이오입자에서 추출되고 기존의 과학적 기법들에 의해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분석하기 위한 대형장비를 극지ㆍ오지에 또는 전쟁터와 우주까지 가지고 다니기는 매우 힘들다. 이런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는 기술로서 미세유체공학 기반 랩온어칩(Lab-on-a-chip) 기술은 세포생물학 및 생체적합성 재료 개발의 발전으로 생체모방 장기 칩(organ-on-a-chip)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기도 하다.

랩온어칩은 말 그대로 ‘칩 안으로 실험실이 들어갔다’는 뜻으로 1970년대 스탠포드 대학에서 개발했으나 실용화되지 못했고, 1990년대에 와서 미세유체공학과 관련된 기술에 접목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랩온어칩은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생화학적 실험을 목적으로 제작된 동전만한 크기의 칩으로, 하나의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시료의 전처리부터 혼합, 반응, 분리, 분석까지 전 과정을 조그만 칩에서 수행하는 기술이다. 실험용 샘플이 미세채널로 들어오면 전기신호나 미세압축기를 동력으로 반응실로 전달되고 형광신호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과 반응하는 과정을 컴퓨터로 분석하여 결과를 얻는 원리이다.

랩온어칩은 한 방울의 극미량의 시료와 시약으로 분석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칩의 제작비용도 매우 저렴해 일회용 칩을 사용하므로 간편하고 경제적인 실험이 가능하다. 소형화된 랩온어칩은 감염병이나 유전질환, 암과 같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다양한 현장진단용 칩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별도의 동물실험실이 요구되는 식중독균 독성기전 연구와 동물실험 금지법에 대한 대체연구를 위한 독성평가용 in vitro 모델 칩으로 구현되고 있다. 또한 사람의 장내환경과 유사한 생체모방 장기 칩으로, 인체 생리활성에 근접한 정량적 분석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을 위한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진단기기로서 랩온어칩은 소형화, 다종분석 및 민감도와 정확도 개선, 자동화 면에서 기술 확보로 감염병에 대한 현장 진단에서 활용으로 가능성이 증명되어 차세대 진단 장치로서 각광 받고 있으며, 의료분야뿐 아니라 휴대 가능한 환경오염물질 분석기기, 화생방용 무인 화학ㆍ생물 작용제 탐지 장치 등에 응용되고 있다. 식품분야에서도 한 번 발생 시 대규모 집단 식중독으로 나타나는 특성상 소비자가 섭취하게 될 때까지 식중독균 감염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검출기기로서 랩온어칩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린터로 인쇄해 현장에서 건강과 환경 진단이 가능한 종이 진단칩으로 발전되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생체모방 장기 칩은 살아있는 세포가 지속적인 관류시스템으로 연결된 마이크로쳄버에서 배양되고 이 챔버들을 배열하여 장기 수준의 생리활성을 구현한 미세유체 기반 기기다. 주로 독성연구와 효능평가를 위한 목적으로 구현되었으나 생체연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며, 기계적인 부분뿐 아니라 세포 및 장기활성과 미생물의 상호작용 등 인체 생리활성을 모사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들이 있다.

그러나 하버드대 뷔스 생물공학연구원의 도널드 잉버(Donald Ingber) 박사와 제임스 콜린스(James Collins) 연구팀은 인간 대장 칩에서 장내염증과 박테리아 과다 성장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여 정상적인 장내미생물과 병원균이 어떻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가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2주까지 장내미생물 배양이 가능함으로써 미생물 군집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 수 있는 돌파구를 열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의생명과학은 질병의 치료에서 예방과 건강관리로 그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랩온어칩 기술은 궁극적으로 편리한 휴대용 기기에 탑재되고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에 빠르게 소량의 체액을 통해 바이오마커를 측정하고, 이 정보 스트리밍을 클라우드로 전송하게 된다. 여기에 수면 모니터 및 스마트워치 등과 같은 IoT 지원 기기들에 의한 생리학적 데이터가 결합되어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분석하면, 종합적으로 이 데이터는 건강에 대한 심층적인 견해를 제공하고 질병의 최초 증상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병이 진행되기 전 미리 막을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식품은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식품분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랩온어칩이 진단분야에서 또한 질병 예방을 위한 연구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건강한 식품 연구를 위한 식품의 기본요건인 안전, 영양성, 기능성 향상을 위해 조만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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