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요즘 극심한 한파가 밀려왔다. 이렇게 추운 날 새벽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것도 남녘의 끝인 부산까지 내려가서 산행을 하고 다시 올라오려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릿한 바다향이 산으로 올라옴을 가슴으로 느낀다면 얼마나 기다려지고 아름다운 일이겠는가!

이른 새벽 집을 나서니 칼바람이 얼굴에 스친다.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잠시 동안의 시간도 한파에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영하 10도라지만 체감온도가 15도가 넘어섰다니 기록적인 한파가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 속을 뚫고 남녘으로 달려 내려갔다. 약 4시간 반을 달려 부산에 도착하니 부산은 영하 1도 내외라 포근하게 느껴졌다.

오늘 산행의 시작은 부산해양사박물관 부근인 금강식물원 쪽에서 오르기로 하였다. 도시의 좁은 길을 조금 올라가다보면 소림사란 작은 산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으로 오르는 산길이다. 산은 온통 솔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솔 향을 맡으며 산길을 30여 분 오르면 제2망루가 나온다. 여기서 부산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짙푸른 바다의 향이 올라옴을 느낀다.

 

제2망루에서 길고 긴 능선 길을 가야한다. 대륙봉, 동문, 의상봉을 거쳐 금정산의 정상인 고당봉 (801.5m)에 올라섰다. 부산의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푸른 바다 위를 가르는 가거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시가지를 조망하면서 바로 하산을 시작한 이유는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오며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내일 최대의 한파가 밀려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는데 벌써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오늘 산행의 종점은 범어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약 5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횟집으로 이동하였다. 멀고 먼 남녘의 바다에 왔으니 함께한 산우들도 횟집의 비린내를 그리워하였는지 모른다. 부산의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주위엔 어둠이 내려졌다. 부산의 불빛 반짝이는 어두운 시가지를 뒤로하고 산악회 버스에 올랐다.

올라오는 길도 쉽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많은 눈이 내려 고속도로에도 부분적으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기록적인 한파에 눈까지 쌓인 어려움을 뚫고 밤 11시가 넘어 수원에 도착하였다. 이렇게 어려운 조건에서 항구의 도시 부산에서 남녘의 산과 바람 그리고 바다의 향을 맡을 수 있어 아름다운 날이었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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