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누구에게나 그 나름의 인생이 있기 마련이다. 힘든 인생도 있고 순탄한 인생도 있다.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인생도 있고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인생도 있다. 눈물로 살아가는 인생도 있고 기쁨이 넘쳐나는 인생도 있다. 사랑 문제로 상처 받은 인생도 있고 좋은 사람과 사랑을 키워가는 인생도 있다. 이 세상에 온 숱한 사람들이 희노애락(喜怒哀樂)과 생노병사(生老病死)를 거치면서 자기들만의 고귀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우리 인생을 3 : 3 : 4라 하였다. 첫 번째 30년은 공부를 하고 두 번째 30년은 일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 40년은 은퇴 후의 생활을 보내게 된다. 나는 올해 마지막 40년을 시작하는 해이다. 첫 번째 30년 동안 공부한 것을 토대로 두 번째 30년 동안 일을 한다. 그 일이 즐거워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였다. 좋아하는 일이 바로 즐거운 일이다. 즐거워야 열정을 바칠 수 있다. 그는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대학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사랑하는 일을 찾으라고 말했다. 즐거운 일, 좋아하는 일, 사랑하는 일이 같은 맥락의 말로써 열정을 바쳐 일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나는 오늘 첫 번째 30년과 두 번째 30년을 제외하고 마지막 40년 동안 가져야 할 즐거운 일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였다. 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오육십 대는 인생 백세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즐거운 일은 사람마다 같지 않기에 60세가 되기 전에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사랑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물론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찾았다 하여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우연히 11년 전 깊고 깊은 숲속을 걸으며 이마에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의 의미를 체험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숲속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글로 쓰기 시작하였다. 글쓰기는 은퇴 후 마지막 40년을 보낼 수 있는 보람 있는 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은퇴 후의 노후 생활은 건강, 재산 그리고 관계(relationship)를 유지하고 사랑을 쌓아가야 한다. 관계, 재산, 건강이 노후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부부간의 사랑이 제일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중국 노부부의 마지막 이별 사연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선양의 한 대로변에서 한 60대 남성이 숨진 부인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부인은 영하 20도를 밑도는 엄동설한에 약을 사가지고 오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고 한다. 그 60대 남성이 아내는 이미 숨졌지만 그는 아내를 놓아 줄 수 없다고 하였다. 행인들은 노부부의 사랑에 감동해 종이 박스와 두툼한 옷가지를 가져다주고 죽은 아내를 끌어안고 있는 그 남성을 삥 둘러싸 바람을 막아 주었다고 한다.

 

나는 11년 전 우연히 시작한 첫 번째 산행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내를 따라 산악회의 힘든 산행에 따라 나선 것이다. 가파른 오르막 산길을 오르며 굵은 땀방울을 한없이 쏟았다. 힘겨웠다. 산행 경험이 없던 내가 전문 산악인을 따라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죽을힘을 다해 그날 산행의 종점에 이르렀을 때 넓은 계곡엔 맑은 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등산화를 벗고 수고한 발을 위하여 시원한 물에 들어갔다. 힘들었던 몸이 순식간에 회복됨을 느끼고 내 고향의 푸른 언덕과 피안의 세계로 떠나신 어머니의 정다운 모습도 떠올랐다.

첫 산행에서 느꼈던 굵은 땀방울의 의미와 아름다운 숲이 고향의 푸른 언덕과 어머니가 연상되어 무언가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는 그저 깊고 깊은 숲속을 거닐며 느꼈던 것을 썼다. 빽빽하게 들어찬 아름드리나무와 아름다운 자연이 가르쳐 주는 대로 쓰기 시작하였다. 위대한 자연이 가르쳐주는 대로 쓰기 때문에 나는 그저 받아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세상엔 이렇게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에 한 발짝 다가서고 시와 수필을 쓰는 것이 내 인생의 즐거운 일이 되었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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