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 위주의 국내 식용유 시장이 2000년대 들어 올리브유에 이어 포도씨유ㆍ카놀라유ㆍ해바라기유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러나 건강기능성 및 조리특성,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잊혀져가는 식용유가 있다. 바로 쌀겨에서 나오는 현미유다.

국내산 미강으로 생산 가능한 현미유
현미유는 쌀겨, 즉 미강에서 추출해 낸 기름으로 미강유로도 불리운다. 쌀겨에는 지방성분이 17% 정도 함유되어 있으며,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미강에서 식용유를 얻으려는 시도는 1900년대 초 일본에서 시작되었으며, 1920년대에 상업적으로 미강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미강유 제조기술이 들어와 90년대 초반까지 전국에 20여 곳의 미강유 제조업체가 있었다. 2007년 식품공전상 명칭이 미강유에서 현미유로 바뀌었지만, 미강 수급의 어려움과 수입식용유에 비해 비싸고, 제조공정상 노하우가 요구되어 현재 제조업체는 국내에 단 1곳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생산기반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발연점 높고 건강기능성 좋은 현미유
현미유는 올리브유,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과 함께 고급유에 속하며, 건강기능성과 조리특성이 평균 이상의 우수한 품질을 보인다. 미국 심장협회에서는 1990년대부터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1일 지방 섭취량과 지방산 종류별 섭취량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화지방산, 단일불포화지방산, 다중불포화지방산 비율을 도출하면 대략 1:2:1의 비율이 되는데, 식물성 오일 중 이 비율에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현미유이다. 이런 영양적, 기능적 우수성으로 일본 식물성오일협회에서는 현미유를 ‘동양의 올리브유’라고 하며, LDL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 고지혈증 예방, 자율신경실조증 완화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하고 있다.

인도의 교육 및 학생보건을 담당하는 PGIMER에서는 2013년 지질대사 장애를 가진 11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현미유, 땅콩유를 섭취시켜 지질대사 변화를 관찰한 결과, 현미유를 섭취한 군에서 LDL 콜레스테롤과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가 유의적으로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현미유에는 감마오리자놀, 토코트리에놀, 천연 토코페롤 및 폴리코사놀 등 기능성 항산화성분이 풍부해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내며, 현미유에서 추출해낸 기능성성분은 건강식품으로서 세계적으로 널리 판매되고 있다. 현미유는 기능적으로 우수하지만, 가공적성도 우수하다. 현미유는 다른 식용유보다도 발연점이 높아 쉽게 타지 않으며, 고온에서 조리가 가능하다. 높은 온도에도 불구하고 자체 내에 포함된 항산화물질 때문에 산패가 잘 일어나지 않으며, 산패시 나타나는 탄화물 생성 및 이취가 다른 유종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다. Rancimat로 산화안정성을 측정했을 때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
 
현미유는 뒷맛이 깔끔해 일본에서는 고급 일식요리에 사용되며, 중국ㆍ베트남ㆍ태국ㆍ인도ㆍ미국에서도 고급 식용유로서 인식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튀김용 외에도 샐러드유ㆍ드레싱유ㆍ스낵조미유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본 내 식품업체, 식당, 급식 등 대형 수요처에서 거의 대부분의 현미유를 사용하고 있어 가정용에서 사용하고 싶어도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국산 미강 있어도 수입에 의존하는 현미유
일본의 연간 미강 생산량은 약 80만톤인데, 그중 40만톤 정도가 현미유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일본의 현미유 총 수요는 약 6만톤인데, 이중 4만톤 정도만 일본 국내산 미강에서 직접 착유하므로 모자라는 2만톤 정도는 해외에서 1차로 착유한 원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정제한 후에 판매한다고 한다. 한국은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진 상태라 유통되는 현미유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2011년 FAO 통계를 보면, 전 세계 현미유 유통량은 3만7000톤이며, 그중 66%는 일본에서, 33%를 한국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현미유를 생산하는 국가들은 무역거래보다는 자국에서 소비하는 것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일본은 자국 내 생산량으론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수입하는 것이지만, 한국은 국내 생산 없이 거의 전량 수입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2012년 연간 1만2000톤에 달하던 국내 현미유 시장은 카놀라유나 포도씨유보다 비싼 가격과 홍보 및 마케팅 부족으로 갈수록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지속되는 국제 원자재가 상승과 한정된 식용 자원 확보 경쟁으로 식용유 자원에 관심이 늘면서 미강과 현미유도 점점 주목받고 있다.

국산 미강 활용 제고 방안 시급
전 세계 쌀 생산량 2위인 인도는 2013년 수입 팜유를 자국산 현미유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로 그동안 주로 사료용으로 주로 이용되던 미강유 원유를 정제해 식용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점점 심화되는 자원 확보 전쟁과 식량안보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요즘, 국내에서 미강은 풍부하게 생산되지만 관련 원료 수급 시스템과 정제설비 부족으로 고급 식용유로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연간 국내 미강 생산량은 연간 30만톤 중 변질 등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양을 제외하면 최대 10만~15만톤이 현미유로 사용 가능할 것이다. 이를 현미유로 생산한다면 최대 1만5000톤 정도 생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용 국내 자원은 무관심 속에 방치한 채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되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산업계,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활용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 가 있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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