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ㆍ물성ㆍ편리성 모두 잡은 우유대체품
우유는 어린이 영양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알레르기 문제와 포화지방 과다 섭취 우려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4년 말에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칼 마이클슨 교수가 우유를 하루에 3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소비자들에게 우유 섭취를 다시 생각하도록 했다. 우유에 대한 논란으로 해외에서는 소에서 나오는 우유 대신에 대체 우유를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커가는 대체우유 시장
대체우유는 보통 식물성 원료에서 만드는데 주로 콩, 쌀, 아몬드, 귀 리, 호두, 땅콩 등과 같은 각종 곡물이나 두류, 견과류 등이 사용되고 있다. 대체우유는 원래 유당불내증 환자나 채식주의자가 주로 찾던 식품이었으나, 최근 대규모 기업농의 경우 항생제 과다 투여 문제와 광우병 이슈 등이 부각되면서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점점 더 찾고 있다. 최근에는 글루텐 프리, 저칼로리, 저지방, 콜레스테롤 제로 등의 콘셉트로 확장되어 시장을 늘려가고 있다.

글로벌 식음료조사 기관 Market and market이 2015년 10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유대체품 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볼 때 미국시장만 18.8억 유로(2조5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175.8억 유로(23조2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연평균 성장 예상률 15.5%).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Mintel이 발표한 ‘2016년 글로벌 식음료 트렌드 12’에서도 우유나 고기의 식물성 대체품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중에서도 북미지역과 유럽에서 단순히 채식주의자의 음식이 아니라 Main stream으로 지속적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Mintel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ㆍ중국ㆍ일본의 동아시아 3개국은 이미 대체품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두유가 널리 섭취되고 있기 때문으로 콩보다는 아몬드, 쌀, 귀리, 호두 등 각종 다양한 식물성 공급원으로부터 식물성 대체우유를 만들어 시장에 보급하고 있는 다른 지역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 동북아 3개국에서 대체우유는 곧 두유를 의미할 정도로 두유시장이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그런 인식의 전환점이 되는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쌀 소비 촉진의 새로운 대안 ‘라이스밀크’
2015년 초 일본에서 발행되는 월간 ‘닛케이 TRENDY’(日經 TRENDY)는 2015년에 히트할 상품으로‘라이스밀크’를 4위로 꼽아 주목을 끌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고 기존의 두유시장이 널리 형성되어 있던 동북아 3국에서는 라이스밀크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2013년 일본에서 일본인의 입맛에 맞춘 일본식 쌀우유가 선보이면서 일본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서양과 같은 라이스밀크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일본도 1961년 111.7㎏에 이르던 1인당 쌀 소비량이 2013년에는 절반정도인 56.9㎏으로까지 떨어지며 쌀 소비가 줄고 있다. 이에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쌀을 섭취할 수 있는 라이스밀크의 등장으로 쌀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특히 라이스밀크는 우유 대신 빵과 과자, 커피, 파스타 등 다양한 식품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쌀맛과 저지방, 저칼로리인 건강식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도쿄 중심가 식료품 매장에까지 라이스밀크가 진열돼 고학력 독신여성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2015년 10월 13일자 NHK 보도에 따르면 라이스밀크는 일선 슈퍼 매대에서 연초보다 판매량이 4.5배 증가되고 있다고 한다.

건강ㆍ편의ㆍ맛, 세 마리 토끼 잡은 라이스밀크
일본에서 라이스밀크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알레르기가 없고,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이므로 해독이나 다이어트 식품에 관심을 갖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직접 만들어 본 라이스밀크의 경우 100ml당 열량은 약 30kcal로 우유의 절반 수준이며, 지방함량은 1.5g으로 우유의 1/4 수준이다.

둘째, 우유와 색상과 물성이 비슷해 각종 식품에 우유 대신 사용할 수 있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최대 레시피 공유사이트인 쿡패드에는 이미 240여 종의 라이스밀크를 활용한 요리 레시피가 등록되어 있다. 요리의 종류도 식빵, 쿠키 같은 제과류부터 아이스크림, 스프, 스튜, 파스타, 그라탕과 같은 디저트와 요리까지 다양하다.

셋째, 열량과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 두유나 우유에 비해 뒤지지 않는 맛을 가지고 있고, 일본에서 제조하는 제품의 경우 당화효소의 처리를 통해 쌀 고유의 은은한 단맛을 낼 수 있어 간단한 식사대용식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국내 식품시장에도 주목받을 라이스밀크
라이스밀크는 국내 일부 백화점 매장에서 해외 제조사 제품이 소량 판매되고 있는데, 아토피에 시달리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높은 관심 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시장은 미미한 상황이다. 우유대체품으로서 라이스밀크는 기존의 식혜와 같이 쌀을 효소 등으로 당화한 음료와는 달리 쌀 전체를 갈아 넣어 쌀 그대로의 영양을 음료로 담았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최근 국내 식품 트렌드를 감안할 때 라이스밀크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칼로리, 저지방 식품이라는 특징과 익숙한 쌀맛, 다양한 활용범위는 국내 쌀 소비 감소를 해결해 줄 새로운 가공식품으로서 기대할 수 있도록 한다. 게다가 라이스밀크는 여타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쌀을 그대로 분쇄하여 만들기 때문에 당 함량을 제로 수준으로 제조할 수 있으며, 최근 설탕과의 전쟁이 선포된 현재 가공식품에서 당을 줄이는 솔루션으로서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알레르기가 없기 때문에 1년 미만의 영아 에게 우유나 두유 대신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이스밀크는 칼슘 등 미네랄 함량은 우유보다 적으므로 다른 식품과 혼합하여 먹이거나 미네랄과 비타민이 강화된 영양 강화 라이스밀크를 주면 된다. 라이스밀크는 국내 시장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망한 제품으로서 국내 쌀 소비 촉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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