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과 농업연구사

한옥규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높은 수준의 밀 단백질과 호밀 라이신 함유
척박한 토양에서도 높은 수량 내는 작물

트리티케일(×Triticosecale Wittmack)은 1875년 스코틀랜드의 Stephen Wilson에 의해 인공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작물로서, 밀을 모본으로 하고 호밀을 부본으로 하여 교잡한 다음 염색체를 배가시켜 만든 1년생 초본식물이다. 이름도 밀의 학명인 ‘트리티컴(Triticum)’과 호밀의 학명인 ‘씨케일(Secale)’을 합성해서 트리티케일(triticale)로 부르고 있으며, 과거에는 ‘호밀(rye)’과 한국어 ‘밀’을 합쳐 ‘라이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트리티케일은 4배체, 6배체, 8배체가 있는데, 6배체는 4배체인 듀럼밀과 2배체인 호밀을 교잡한 것이며, 8배체는 6배체인 빵밀과 2배체인 호밀을 교잡해 만들었다. 이 중에서 6배체(듀럼×호밀)는 8배체(빵밀×호밀)보다 생육이 왕성하고 자기꽃가루받이에 의해 종자를 맺는다.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빵밀 염색체는 6배체와 6배체 트리티케일, 또는 8배체 트리티케일과의 교잡을 통해 치환이 가능하다. 최근 대다수의 트리티케일 육성품종이 6배체이지만, 빵밀로부터 6배체 내로 우수한 특성을 도입하기 위해서 8배체 또는 빵밀과 교잡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트리티케일은 추운 지역이나 척박한 토양환경에서도 잘 적응하여 높은 수량을 내는 위해 밀의 높은 수량성과 호밀의 불량환경에 견디는 능력을 조합한 작물이다. 따라서 밀이나 보리가 재배되기 어려운 추운 지역이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트리티케일은 2013년 기준 폴란드, 벨라루스,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지에서 400만 헥타르가 재배되고 있는데, 밀과 유사한 곡실을 생산하는데다가 호밀처럼 크게 자라는 장점이 있다 보니 생산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용 형태를 가지고 있다. 폴란드, 독일, 프랑스, 중국 등지에서는 주로 곡물 사료나 팬케이크를 만들기 위한 곡실을 이용할 목적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에탄올 추출용으로도 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트리티케일이 잎이 많고 키가 크며, 건물수량이 14~16톤/ha으로 높기 때문에 잎ㆍ줄기ㆍ이삭을 함께 이용하는 총체사료 사일리지용이나 일찍 수확하여 건초용 풀사료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트리티케일은 높은 수준의 밀 단백질과 호밀 라이신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식용으로도 적합한 곡물이다. 단백질 함량은 15~18%로 밀의 12.9% 보다 월등히 높다. 단백질 내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은 3.31%로 밀의 2.89% 보다 높으며, 메티오닌과 트레오닌 또한 각각 1.61%, 3.07%로 밀의 1.52%, 2.86% 보다 높다. 이와 더불어 비타민B6를 포함한 칼륨, 인 등도 밀에 비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영양적인 측면에서 트리티케일 곡실은 밀이나 호밀보다 우수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트리티케일은 종자가 성숙하는 과정에 양분을 곡실에 완전히 채우지 못해 풍만도가 밀에 비해 매우 낮고, 쭈글쭈글한 종자 상태를 보인다. 트리티케일의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이유는 곡립 풍만도가 낮기 때문에 배유에 비해 껍질층과 배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은 제분율을 낮게 하고 가루의 색택을 나쁘게 하여 가공의 경제성이나 소비자의 기호성을 낮게 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트리티케일 품종들은 글루텐이 부족하여 빵이나 파스타 등에 사용되는 밀의 반죽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독적으로 빵을 만들기 어려워 밀가루와 혼합해 사용해야 하는 점도 상업화를 가로 막는 원인이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는 트리티케일의 안정적이고 높은 생산성을 고려하여 반죽특성이나 곡실 풍만도 개선 등 식가공적인 결점을 개선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높은 단백질 함량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나 돼지, 가금의 옥수수 대체 단백질 사료로의 연구 또한 활발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축산농가의 조사료 생산에 이용할 목적으로 해외로부터 도입했으며, 1985년 멕시코의 CIMMYT(국제밀옥수수연구소)와 공동으로 ‘신기호밀’이라는 트리티케일 신품종을 시작으로 2015년 ‘신성’ 등 국내 환경에 잘 어울리는 5개의 우수한 트리티케일 품종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이들 품종은 모두 풀사료 생산용이다. 최근 다양한 식품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시대적 추세에 발맞춰 식용이나 곡물 사료용 트리티케일을 개발 중에 있으며, 머지않아 안전하고 질 좋은 국내산 트리티케일로 만든 제품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리티케일은 몇 천 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벼ㆍ밀ㆍ보리 등 주요 작물에 비해 탄생한지 불과 140년 남짓한 작물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다보니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노력 또한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이용가치가 사람을 위한 식용, 가축을 위한 조사료용, 친환경 바이오 연료 생산 등 매우 광범위하다. 특히 기후변화 등으로 월동작물의 생산량이 불확실한 요즘 트리티케일은 꾸준히 자신의 몫을 다해 인류가 희망하는 목표에 안정적으로 도달시킬 수 있는 확실한 작물이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보배로운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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