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비즈니스 이야기 30.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다양한 쌀

중국의 쌀시장이 변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산동성 칭다오의 한 마트에서 충격을 받았다. 무려 20여종이 넘는 품종의 쌀이 진열되어 있었다. 국내 마트에는 쌀의 브랜드는 많지만 품종은 예닐곱 종에 불과하다. 중국의 쌀은 가격대나 품종이 다양했고, 쌀의 절반 이상이 향미(香米)계열 단립종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중국 산동성의 쌀 소비 패턴의 변화
중국은 북쪽에서 상하이까지는 주로 중ㆍ단립종쌀을, 아래 지역으로 내려가면 장립종을 먹는다. 산동성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교류가 많았고 음식 문화도 유사한 점이 많다. 중국의 다른 지역보다 향신료를 적게 쓰는 편이고, 해산물도 즐겨 먹으며, 쌀도 무향미 계열의 단립종을 주로 먹어 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쌀시장이 향미가 대세가 된 것이다.

쌀은 외견상 장립종ㆍ중립종ㆍ단립종이 있고, 천연향 함유 유무에 따라 향미와 무향미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무향미 계열의 단립종이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도 향미 계열의 단립종은 비주류였으나, 최근 주류 쌀시장에 들어 왔고, 산동성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품종의 쌀을 골라서 밥을 지어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은 쌀소비가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 중국 산동성 마트에 진열된 쌀

품질 좋은 쌀 vs 내 취향에 맞는 쌀
품질 좋은 쌀을 고를 때는 먼저 도정 일자를 살펴야 한다. 도정일자가 최근일수록 맛이 좋다. 다음은 쌀에 금이 가지 않았는지와 품종을 보아야 한다. 품종은 취향과 관련이 많다. 취향은 품질과는 다른 문제이다. 찰진 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윤기가 도는 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은은한 밥향이 나는 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마트에 여러 브랜드의 쌀이 있지만 어떤 품종인지는 잘 모른다. 같은 브랜드인데도 다른 종류의 쌀이 많다. 어떤 쌀인지 제대로 알려면 품종을 살펴보고, 재배지를 파악하면 된다.

밥맛은 품종이 가장 많이 좌우한다. 다음은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재배했고, 어떻게 밥을 지었는지도 중요하다. 찰진 쌀을 좋아한다면 이천에서 재배한 추청쌀이나 화성 백진주쌀이 매력적일 것이다. 추청쌀, 백진주쌀, 밀키퀸쌀, 골든퀸3호쌀 등은 아밀로스 함량이 낮아 찰지다. 좀 부들부들한 식감의 쌀을 원한다면 삼광쌀이 좋다. 삼광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품종 중 아밀로스 함량이 비교적 높다. 윤기가 도는 쌀을 좋아한다면 간척지에서 재배한 쌀이 좋다. 새들만 간척지에서 재배한 일품쌀, 계화도 간척지의 신동진쌀이 입맛에 맞을 수 있다. 은은한 향을 즐기고 싶다면 향미 계열을 먹어보자. 국내에서 육종한 골든퀸3호쌀이나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설향찹쌀이 어떨까?

쌀시장을 변화시키는 노력
우리 쌀 시장이 위축되면 우선 쌀농가가 힘들어진다. 한식의 중심인 쌀이 식탁에 오르지 않으면 반찬이 줄어들고, 반찬이 줄어들면 채소농가도 힘들어 진다. 더 큰 문제는 쌀이 식탁에 오르지 않으면서 한식 문화가 서서히 사라진다는 점이다. 햄버거ㆍ피자ㆍ파스타보다 한식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밀 중심의 식문화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서구 문화가 한국의 전통 식문화를 밀어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문화사회적 가치 창출 면에서 햄버거나 피자보다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젊은 여성들에게 왜 밥을 먹지 않느냐고 물으면 ‘살쪄요’라는 대답이 바로 튀어 나온다. 탄수화물을 다이어트의 적으로 알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쌀이 몸에 좋다는 식의 효능 중심의 홍보는 통하지 않는다. 쌀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탄수화물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미가 그나마 혈당지수가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통밀빵의 혈당지수는 현미보다도 낮다. 소비자들에게 음식의 효능을 홍보하는 것은 그 음식의 가치를 오히려 더 떨어뜨리는 일이다. 새로운 음식이 더 효능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바로 새로운 음식으로 옮겨갈 것이다.

쌀에 소비자의 관심을 갖게 하는 방안
어떻게 해야 소비자들이 쌀에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 최근 쌀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출발은 소비자들에게 쌀 맛을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다. 쌀이 품종별로 맛이 다르다는 것과 지리적 특성이 쌀에 미치는 영향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면 큰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간척지에서 쌀을 재배하면 땅에 남아 있는 미네랄이 쌀에 윤기를 돌게 한다는 것, 논이 없는 제주에는 밭쌀이 있고, 이것이 독특한 미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 등 이런 흥미로운 내용은 소비자들의 관여도를 높일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다양한 쌀, 최근 주류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향미쌀이 좀 더 다양하게 쌀매대를 채우고 소비자들이 그 맛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쌀 시장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소비자들이 쌀을 고를 때 가격보다는 내 입맛에 맞는 품종과 지역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면 좋겠다. 쌀을 사는 것이 다양한 옷 중에서 나한테 맞는 옷을 골라서 쇼핑하는 즐거움인 것처럼 말이다.

<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는 30회 연재로 마칩니다. 그동안 원고를 보내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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