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함은 전분과 물, 지방이 구성하는 복합 식감

 

식품을 먹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감에는 쫄깃함, 바삭함, 부드러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중에서도 바삭함은 스낵, 튀김, 과자 등에서 매우 중요하고 호감이 높은 속성이다. 흔히 한마디로 바삭함이라고 얘기하지만 어떤 바삭함인지, 바삭함이라는 속성을 식품과학에 의거하여 분류해보면 그 종류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게 된다.

수분을 제거한 전분, 딱딱하면서도 부서지기 쉬운 바삭함
아이스크림 콘과자의 바삭거림은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과 콘과자의 바삭함이 합쳐진 환상적 하모니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콘과자의 주원료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기본적으로 와플과 유사한 방식으로 비슷한 틀에 넣고 구워 만드는데, 주원료는 전분이다. 반죽했을 때 와플이나 붕어빵반죽과 비슷하나, 굽고 나면 와플 또는 붕어빵과는 다른 바삭한 식감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 이유는 바로 콘과자는 전분함량이 더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영화를 볼 때 즐기는 바삭바삭한 나쵸의 주원료는 옥수수가루이다. 그런데, 나쵸에 사용되는 옥수수가루는 멕시코 특유의 특별한 가공방법을 사용하여 만든다. 나쵸용 옥수수가루는 단순히 옥수수를 분쇄한 가루가 아니라 옥수수가루를 알칼리성 석회수와 함께 열을 가해 가루내 단백질을 변성시킨 다음 전분 밖으로 분리되어 배출되도록 해 제조하는데, 전분 함량이 다소 높은 특징을 갖는다. 이것이 바로‘마사’라고 하는 옥수수가루 반죽이며, 마사에 물을 가해 반죽하고 반죽을 얇게 펴서 원형으로 성형한 후 또띠야처럼 철판에 구워 만든 것이 바로 나쵸이다.

콘과자와 나쵸 모두 공통적으로 옥수수전분 반죽을 뜨거운 철판 위에 부어 굽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이때 철판의 뜨거운 열로 수분을 순식간에 증발시킴으로써 약간의 전분 호화와 수분 이탈을 유발하게 된다. 전분은 수분을 잃게 되면 딱딱해지며, 이것은 열에 의한 전분의 순간적인 노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화된 전분은 특유의 약간 질기면서도 딱딱한 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딱딱한 노화 전분을 먹게 되면 이때 사람들이 바삭하다고 느끼게 된다.

지방을 흡수한 전분, 더 딱딱하고 강한 바삭함
전분에서 물이 제거됨에 따라 노화된 전분은 처음에는 수분을 잘 흡수하지 않다가도 오랜 시간 수분에 노출이 되면 점점 수분을 흡수하여 팽창하게 된다. 이렇게 팽창한 전분은 당기면 뚝뚝 끊어지는 성질을 가지게 되며, 전분 특유의 찰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찰기가 없어진 전분은 식감에 있어 비선호 요인이 되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눅눅해진 아이스크림 콘과자를 들 수 있다. 질기지만 바삭하지 않는 아이스크림 콘과자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비선호 식감이다. 한편 전분이 수분을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방출된 수분자리에 지방이 침투하여 지방 치환하게 되면 딱딱함이 그 전보다 오래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면인데 라면을 튀길 때 손실되는 밀가루 내 수분은 그만큼 오일이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되는데, 유탕 처리된 라면은 습한 곳에 두더라도 흡습하지 않고 비교적 그 경도가 꾸준히 유지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프라이드치킨이나 각종 튀김식품을 들 수 있다.

이들 튀김식품에서 전분 속의 물이 유지로 치환될 때는 고온의 튀김유에 의해 수분이 더 빠르게 증발하는데다가 호화된 상태로 지방을 흡수하므로 단순히 구웠을 때보다 질김이 덜하며 단단하면서도 깨짐성이 높은 식감을 나타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튀김음식을 구운 음식보다 더 맛있게 먹는 이유는 오일의 고소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미묘하게 나타나는 바삭한 식감 때문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양한 분석법으로 엿볼 수 있는 명쉐프의 노하우
식품에서 느끼는 바삭함은 전분과 수분, 지방이 구성하는 식품구조가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식품에서 이들의 크고 작은 조합이 동시에 존재하며, 결국 그 강도가 서로 다른 바삭한 식감으로 구성되어 복합적으로 다른 식감을 낸다.

예를 들면, 새우튀김의 바삭함을 분석하기 위해 텍스추어 분석기로 분석했을 때 측정되는 최고 경도는 샘플별, 튀김옷 두께별로 경우에 따라 매번 측정시마다 다른 경향을 나타낸다. 같은 새우튀김 조각이라도 수분의 분포가 달라지면 전분의 호화나 오일치환 등의 지표도 변화하므로, 균일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튀김옷을 만들 때 최대한 고르게 혼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 수분의 이탈량이 일정하도록 전분 내로 수분이 충분히 스며들어 수분 평형이 일어날 때까지 숙성시키는 것도 중요하며, 튀김유의 온도와 종류, 유화제의 사용여부도 수분 증발과 튀김유의 흡수량 및 흡수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튀김의 바삭함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이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의 환상적인 골 장면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여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골이 되었는지 분석해낼 수 있다고 한다. 비슷하게 식품 명장이 만드는 맛있는 식감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기법을 달리하면 그 맛내는 메커니즘을 좀 더 잘 분석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를테면 솜씨 좋은 일식 주방장이 만든 얇고 바삭한 새우튀김, 고구마튀김들이 지금은 주방장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감에 의해 만들어지고 후계자들에게 전수되고 있지만, 바삭함을 구성하는 미세 요소들을 식품 물성분석기법을 다양화하면서 분석하게 되면 바삭함에 대한 메커니즘을 좀 더 정확하게 묘사해볼 수 있게 되고, 결국 이를 바탕으로 하여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명장의 숨겨진 노하우까지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