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 맛, 향 등 여러 식품 현상 중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가장 힘든 것이 향일 것이다. 맛의 핵심이 향인데 마땅한 교육도 교재도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커피를 핑계로 향에 대한 이야기를 시도해 보았다.

향의 이론과 식품의 이론이 다르지 않고 식품의 이론과 자연과학의 이론이 따로 있지 않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인데 우리는 세분화 하려고만 하지 연결하여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도처에서 융합을 말하는 시기이지만 식품에도 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용어와 개념의 벽에 가로 막혀 각자의 틀 안에 갇혀 버린 것이다.

사실 우리는 그런 벽을 깰 의욕도 없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자연과학을 이해하려는 마음조차 잃어버린 것 같다. 르네상스적 과학인은 없고 그저 아주 작은 분야의 전문가를 지향할 뿐이다.

한 잔의 커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재배에 필요한 지리, 지구과학, 원예학, 식물학이 필요하고 로스팅에서 추출을 이해하려면 식품화학, 향기화학, 공학이 필요하다. 그 한 잔의 커피가 내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려면 생화학, 생리학, 영양학이 필요하다. 왜 그것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이해하려면 뇌과학, 역사, 문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것은 와인 한 잔에도 적용되고 다른 모든 식품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모든 지식의 연결을 위해 자연과학이 필요한 것이다. 식품은 생각보다 여러 과학과 연관되어 있어 식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자연과학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별로 자연과학에 관심이 없다.

10만 년 전 사람도 별을 봤고 지금도 별을 본다. 10만 년 전 사람도 불을 이용하여 요리를 하고 지금도 불로 요리를 한다. 그 사이에 바뀐 것은 별이나 불이 아니고 그것을 이해하는 과학이다. 과학과 좀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과학이란 확장된 상식이며 체계화된 상식이다. 그리고 과학은 즐거움이다. 과학에서 감동을 느끼거나 영감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과학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과학은 단지 지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태도이고 깨달음이며 즐거움이다.

[최낙언의 과학으로 풀어본 커피향의 비밀] 연재를 이번 43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옥고를 보내주신 최낙언 대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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