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유의 향은 먹는 사료에 따라 달라지는데 생풀처럼 냄새가 있는 사료를 먹이면 불과 4~5시간 안에 그 냄새가 짜낸 우유로 전달된다. 사육 환경에 따라 냄새가 달라질 수도 있다.
공기로부터 이취
공기를 통해 많은 냄새가 오염될 수 있다. 포장 전의 제조공정에서 오염에 주의해야 한다. 포장 후에는 비교적 오염이 억제되지만 포장재 자체가 오염원일 수 있고 완벽하게 차단이 되는 재질이 아닌 경우도 있다. 공기를 통한 냄새의 오염은 정말로 그 원인을 찾기 힘들다. 지방의 산화 같은 경우 실험실에서 보존 실험을 하면서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한데, 공기 중 오염은 워낙 주변 환경에 따라 랜덤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악취원의 역치도 매우 낮아 매우 적은 양에 의한 문제이므로 분석 장비로 확인하기도 힘들다.

우유의 향은 먹는 사료에 따라 달라지는데 생풀처럼 냄새가 있는 사료를 먹이면 불과 4~5시간 안에 그 냄새가 짜낸 우유로 전달된다. 사육 환경에 따라 냄새가 달라질 수도 있다. 나쁜 악취가 많은 환경에서는 그 물질이 폐를 통해 흡수되어 우유에 이행되기도 한다. 가금류의 오염 정도는 계란이나 닭고기에서 2,4,6-트리클로로아니솔(이하 TCA) 함량을 측정해 판단하기도 한다.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 처리를 한 나무나 대패밥, 공기를 통해 오염될 수도 있다. TCA는 원래 있을 수도 있지만 미생물에 의해 클로로페놀(chlorophenol)로부터 합성되었을 수도 있다. TCA와 클로로페놀은 퀴퀴한 냄새와 약품 취의 주범이다. 재생지로 만든 종이 포장이 미생물에 오염되어 제품으로 흡수된 경우도 있다. 염소 처리는 리그닌과 반응하여 TCA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TCA는 사과, 건포도, 닭고기, 새우, 땅콩, 캐슈, 사케, 녹차, 커피, 맥주, 위스키 등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중 유명한 것이 와인의 코르크 취이다. 코르크는 무취이지만 미생물에 의해 코르크에 있던 페놀성 물질이 TCA로 바뀌어 일어난다.

그런데 이 TCA에 대하여 최근에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와인에서 맡은 곰팡이 냄새는 TCA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TCA가 후각세포의 일부를 차단하여 냄새 맡는 능력이 왜곡된 탓이라고 밝혀진 것이다. 보통의 냄새물질은 후각세포를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매우 낮은 농도의 TCA가 어떻게 복잡한 곰팡이 냄새를 초래하는지 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 오사카 대학의 히로코 타케우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영원(newt)의 후각세포 연구를 통해 TCA는 통상의 냄새물질처럼 칼슘이온의 세포 내 유입을 촉진해 신호를 만들지 않고 오히려 CNG 채널(cyclic nucleotide-gated channels)이라는 관문을 차단하여 칼슘이온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TCA는 동시에 여러 개의 CNG 채널을 차단하지만 전체를 차단하지 않고 일부만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후각이 부분적으로 마비되어 왜곡되는 것이다.

결국 TCA 같은 물질은 후각을 직접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후각을 왜곡시킴으로써 곰팡내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즉 흥분 감소를 통해 흥분 자체만큼이나 후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물로부터 이취
식품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원료가 물이다. 물이 오염되었다면 만들어진 식품의 운명은 뻔한 것이다. 물에 녹는 성분은 쉽게 세척되는 성분이기도 하고 실제로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생선의 경우는 냄새물질이 잘 스며들기에 오염된 물에서 자란 생선은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학물질의 오염보다 미생물이나 조류의 증식에 의한 악취는 빈번하다. 지오스민이나 2-methylisoborneol을 만드는 조류가 오염된 곳에 메기를 2일만 자라게 해도 고기에서 흙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 물질들은 역치가 매우 낮아 지오스민은 물에 0.05ppb, 생선에는 6ppb 정도면 감지가 되고 2-methylisoborneol은 물에 0.03ppb만 있어도 품질을 떨어뜨린다. 어떤 생선은 고작 5ppb 지오스민이 함유된 물에 2시간 정도만 놓아두어도 고기에 오염이 확인되기도 할 정도이다.

소독제, 세제로부터의 이취
세제 중에는 페놀이나 염화페놀 성분이 있는 것이 있다. 이들의 역치는 매우 낮아서 소량이라도 남게 되면 이취의 원인이 된다. 또 o-cresol은 차아염소산과 만나서 6-chloro-o-cresol이 될 수 있고( 역치가 0.05ppb), 페놀이 염소와 만나 상당량의 2-클로로페놀(역치 2ppb)이 될 수 있다. 물에 미량이라도 페놀이 있으면 캔 제조 공정에서 염화페놀로 변환될 수 있다. 나일론관이나 커피 자판기도 사용하는 세제에 따라 이취가 발생할 수 있다.

포장으로부터 오염
유리를 제외한 모든 포장재는 잠정적으로 이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유리 제품마저 뚜껑이 유리가 아닌 경우가 있어 약간의 이취가 발생할 수 있다. 포장재의 이취는 대단히 큰 분자(폴리머)로 만들어진 주성분이 아니라 용매나 분해물 등 미량의 아주 작은 크기의 분자 문제이다. 플라스틱에서는 에틸벤젠, 재생지는 잔류 잉크, 잉크의 용매, 접착재의 용매 등이 문제가 된다. 이취뿐 아니라 환경호르몬 문제도 이들 분자의 문제이지 주성분인 폴리머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 공정에 사용된 이런 물질은 완성품에서는 완전히 제거되어야 하는데 빨리 생산을 하다보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인쇄는 추가적인 이취 원인이 될 수 있다. 잉크의 용매 문제이다. 최근에는 유기 용매를 많이 줄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기존의 오염원이 줄고 새로운 오염물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비휘발성 물질의 오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휘발성 물질에 대해서만 분석을 하기에 비휘발성 물질은 분석 및 관리가 쉽지 않다.

종이 포장은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다른 재질로 코팅한 종이를 많이 쓰는데 종이, 코팅제, 증착 과정에서 접착제, 인쇄 등이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플라스틱류에서 폴리올레핀 수지는 구성하는 모노머가 잔류하여 발생할 수 있다. 저밀도 폴리에틸렌 LDPE를 가열하면 1-nonene과 2-ethyl-hexanol이 쉽게 산화하여 2-nonenal과 1-heptene-3-one이 되어 이취로 감지되기 쉽다. 폴리스타이렌도 스타이렌이 완전히 폴리머로 결합하지 않고 남게 되면 이취가 발생한다. 캔 용기는 코팅한 물질에 잔류 용매 등이 남아서 이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포장용기는 포장의 주 물질이 아니라 코팅이나 증착 등에 사용된 용매 또는 폴리머화되지 못하고 남는 소량의 모노머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래 모든 폴리머는 무미, 무취, 무색하고 무독하다.

이취는 아니지만 용기는 다른 측면에서 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용기가 흡수하는 향과 투과되어 소실되는 향이 품질저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포장은 단단해 보이고 빈틈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많다. 물은 극성을 가져서 빠져나가지 못해도 이산화탄소는 조금씩 빠져나간다. 그래서 PET에 콜라는 시간이 많이 지나면 상당한 이산화탄소의 감소가 일어난다.

향료도 마찬가지다. 향은 비극성의 물질이라 포장지를 통해 조금씩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 투과성이 분자마다 다르므로 향의 총량에서 불균형한 감소로 향조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차단성이 아주 뛰어난 재질도 사용할 수 있으나 그만큼 비용이 증가한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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