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에 의한 변화

 
로스팅에 의한 맛의 변화
커피에는 원래 존재하는 맛과 로스팅을 통해 만들어지는 맛이 있다. 로스팅 과정에서 마이야르 반응으로 향과 색소도 생성되지만 쓴맛 물질도 생성된다. Tressl 등은 8종의 2-(1-pyrrolidinyl)- 2-cyclopentenones과 11종의 cyclopent(b)azepin-8(1H)-ones를 찾아냈는데, 이들은 프롤린과 단당류의 반응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물에서 10~50ppm으로도 쓴맛이 감지된다. 쓴맛은 알라닌과 자이로스, 람노오스와 반응에서도 만들어진다. 이들 반응물 중에는 카페인보다 104배나 쓴맛의 물질도 만들어졌다. 자이로스 대신 리보스를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많은 아미노산과 많은 당들이 쓴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생양파는 대부분의 사람이 싫어한다. 하지만 요리 속의 양파는 적당한 향과 단맛, 감칠맛을 부여한다. 가열한다고 당분이 증가하는 것도 아닌데 단맛이 확 증가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양파의 당분은 3~4% 정도로 음료의 당분이 10%가 넘는 것을 생각하면 자체로는 달게 느끼기 부족한 양이다. 향기성분인 프로필 알릴 다이설파이드(propyl allyl disulfide) 및 알릴 설파이드(allyl sulfide)는 열을 가하면 기화하지만 일부는 분해되어 설탕 50배 정도의 단맛을 내는 프로필 메르캅탄(propyl mercaptan)을 형성한다. 이런 단맛 느낌을 주는 향기성분의 역할이 큰 것이다. 양파의 메틸페일 다이설파이드는 감칠맛의 상승작용까지 한다.

그럼 커피의 단맛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커피의 과육은 익을수록 단맛이 증가하겠지만 그것은 모두 제거되기에 커피에는 전혀 소용이 없다. 그리고 속씨에 있는 설탕마저 소용이 없다. 로스팅 과정에서 색이나 향기물질로 변환되면서 전부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감미는 미각 중에서 가장 둔한 감각이다. 미량의 당이 있다고 해도 혀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러면 단맛의 느낌은 무엇일까? 가능성이 높은 것은 향이다. 캐러멜 등 달콤한 느낌의 향이 있고, 말톨이나 에틸말톨처럼 감미를 높여주는 향기물질도 있다. 그리고 커피에는 감미 상승물질도 만들어짐이 밝혀지기도 했다.

Ottinger 등의 연구로 포도당과 알라닌의 반응물 중에 alapyridaine이라는 물질이 합성됨이 확인되었는데, 이 물질은 pH에 따라 감미 상승제로 작용함이 밝혀졌다. 설탕, 아스파탐 등의 감미를 높여주는 것이다. 포도당과 같이 있으면 포도당 단독으로 있는 것보다 1/16만 있어도 같은 감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멘톨은 혀의 냉각수용체를 자극해 청량감을 준다. 이런 효과를 주는 물질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물질이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서도 소량 만들어진다고 한다. 포도당과 프롤린(아미노산)을 원료로 로스팅 할 때 청량감 부여 효과가 좋은 물질이 만들어짐이 발견되었다. 향은 없지만 cooling 효과의 역치가 1.5~3.0과 0.02~0.06ppm으로 멘톨보다 35배나 강했다. 민트는 특유의 취가 있는 데 비해 취가 없으므로 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그 용도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로스팅에 의한 향기성분의 변화
커피의 향기성분은 정말 복잡한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결국 커피 향은 대부분 로스팅 과정의 결과이다. 고온(170~230℃에서 10분 이상)과 고압(콩 내부는 25기압까지 높아진다)은 엄청난 화학반응들을 촉발시켜 1000가지 정도의 휘발성 물질을 만들고 색도 만든다. 생두에는 300개의 휘발성 물질이 있는데, 이중 100가지는 로스팅 도중 사라지고 650종정도가 새로 추가 된다. 그래서 로스팅 된 커피에서 850개 이상의 휘발성 물질이 확인되었다.

아래 <표>는 Grosch 등에 의해 밝혀진 커피의 메인 향기물질들이다. OAV는 향에서 기여하는 부분을 말하지 그것이 커피향의 특징을 나타낸다는 것이 아니다. 퓨란류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이는 보통 설탕의 분해로 만들어지는 캐러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퓨란이 황 함유 물질과 반응하여 더 커피 특성이 강한 물질이 되기도 한다. 퓨란 다음으로 피라진 물질이 많은데 이것들이 구운 향, 호두, 시리얼, 크래커, 토스트 같은 풍미를 부여한다. 티아졸, 피라진은 역치가 낮은 것이 많다. 따라서 양에 비해 향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피롤류는 달콤한 냄새, 캐러멜 취, 버섯 취에 기여하고 thiophens은 고기 향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티아졸도 양은 적지만 향에 영향을 준다.

표. 커피의 주요 향기물질

향기물질

농도 ppm

기여도

향기 특징

(E)-beta-Damascenone

0.195

2.60x105

honey-like, fruity

2-Furfurylthiol

1.08

1.10x105

roasty (coffee)

3-Mercapto-3-methylbutylformate

0.13

3.70x104

catty, roasty

3-Methyl-2-buten-1-thiol

0.0082

2.70x104

amine-like

2-Isobutyl-3-methoxypyrazine

0.083

1.70x104

earthy

homofuraneol(EHMF)

17.3

1.50x104

caramel-like

Guaiacol

4.20

1.10x104

phenolic, spicy

2,3-Butanedione(diacetyl)

50.8

3.40x103

buttery

4-Vinylguaiacol

64.8

3.20x103

spicy

2,3-Pentanedione

39.6

1.30x103

buttery

Methional

0.24

1.20x103

potato-like, sweet

2-Isopropyl-3-methoxypyrazine

0.00033

8.30x102

earthy, roasty

Vanillin

4.80

1.90x102

vanilla

4-Hydroxy-2,5-dimethyl-3(2H)-furanone

109.0

1.70x103

caramel-like

2-Ethyl-3,5-dimethylpyrazine

0.33

1.70x102

earthy, roasty

2,3-Diethyl-5-methylpyrazine

0.0095

1.00x102

earthy, roasty

3-Hydroxy-4,5-dimethyl-2(5H)-furanone

1.47

7.50x101

seasoning-like

4-Ethylguaiacol

1.63

3.00x101

spicy

5-Ethyl-3-hydroxy-4-methyl-2(5H)-furanone

0.16

2.00x101

seasoning

자료 : Grosch, W. 16th ASIC Colloq. Kyoto. 1995

신선하게 로스팅 되고 분쇄된 커피의 맛있는 향은 오래가지 않는다. 신선한 커피를 분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부드럽게 볶아진 커피의 향은 금세 사라지고, 강하고 스파이시한 향이 나타난다. 특히 매우 강한 황 화합물이 공기와의 접촉에 의해 감소되고 분쇄된 커피는 10일 후에 묵은 향을 내기 시작한다. 커피콩의 구조는 커피콩이 어느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포함함으로써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분석적으로 2-methyfuran과 2-butanone의 비율은 몇 주 후 지방의 산화로 커피가 고약한 냄새가 나기 전에 신선도의 좋은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최소한의 산소를 포함하는 반응성이 작은 기체(이산화탄소, 질소)를 주입한 포장은 보존기간이 길다. 냉동시키는 것 또한 산패반응을 느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포장을 연 이후에 커피는 어두운 상태의 서늘하고 건조한 공간에 보관하는 것을 권한다.

로스팅에 의한 멜라노이딘과 색소의 생성
멜라노이딘(갈변물질)은 마이야르 반응 또는 캐러멜 반응에 의해 만들어지는 색소이다. 고분자 물질로 맛이나 향기물질을 포집하고, 바디감을 주며, 항산화 기능 그리고 생리학적 효능도 있다. 이것은 커피뿐 아니라 시리얼, 빵, 구운 고기 등의 갈변된 부위와 맥아, 맥주에도 미량 형성되는 물질이다.
맬라노이딘은 매우 이질적인 그룹의 화합물이다. 따라서 이 물질은 정확히 정의하기 힘들고 온갖 물질의 혼합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팅 과정에서 단당류와 이당류의 대부분 그리고 유리 아미노산이 사라지는데 이들 물질이 결국 멜라노이딘이 되었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미량은 향기성분이 되고 많은 부분은 색소가 된다. 마이야르 반응은 다수 화합물들의 존재 때문에 제대로 형성되는 과정이 복잡하다. 따라서 마이야르 반응에 대한 정보는 오로지 제한된 수의 추출물의 모델실험에 의해 가장 잘 만들어진다. 커피 멜라노이딘은 페놀릭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다. 주어진 97개 중 33개가 페놀 물질이었다. 그리고 분자량은 3,000~100,000 정도이다. 아라비카에 비하여 로부스타 커피에 더 높은 분자량의 물질들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물질은 향기물질을 포집하기도 한다.

로스팅으로 변화되는 기타성분
다환성 방향족 탄화수소 : 대부분의 경우 밴조피렌은 모두 다환성 방향족 탄화수소를 위한 선도물질로 결정되었다. 일반적인 로스팅 이후 내용물들이 커피 생콩에 비해서 종종 감소한다. 직접 가열방식에 의한 로스팅과 간접 열풍방식의 로스팅에서는 다른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뜨거운 가스로부터 가열된 뜨거운 표면에서 커피콩으로 전달되는 열에 의해 더 많은 벤조피렌이 형성되었다. 추출된 커피로의 벤조피렌 전달은 로스팅 된 커피 내의 벤조피렌 농도 그리고 커피에 붓는 물의 비율에 의해 결정되며, 평균량에 약 5%로 계산된다. 그래서 추출 커피 내용물과 추출액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곰팡이독소(Mycotocins) : 마이코톡신은 로스팅 하는 동안 대량으로 파괴된다. 예를 들어 인위적으로 오염된 커피 생두도 로스팅 하는 동안 아플라톡신B1은 90~100%까지 파괴된다. 오크라톡신A도 로스팅 과정에서 사라진다. 열에 의해 독소가 분해되는 것이다.

아크릴아미드 : 로스팅은 항산화물질을 만들기도 하고 다환성 물질이나 아크릴아미드 같은 위험한 물질을 만들기도 하지만, 워낙 고열이라 이 물질을 다른 물질로 바꾸어 일정수준 이상 농축되지 않게 하거나 오히려 감소하게 만들기도 한다. 더구나 너트류 등에 흔한 곰팡이 독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단편적인 접근으로 효능을 과장하거나 불안을 과장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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