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에 있는 커피의 잠재력을 구체적 향으로 바꾸는 것이 로스팅이다. 로스팅이 잘못되면 애써 가꾼 원두의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는 것이고, 제대로 로스팅 된 원두가 아니고서는 맛있는 커피를 기대할 수 없다. 로스팅은 원두를 가열하기만 하는 것이라 상당히 간단한 공정이다. 예전에는 프라이팬만 있어도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 남들보다 뛰어난 제품이어야 살아남는다. 남들보다 뛰어난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오랜 숙련 기간이 필요한 것이 로스팅이기도 하다.

로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와 시간이다. 정확한 온도를 그 순간에 알맞게 조절하고 향기가 최상으로 발현되고 커피의 색상이 모든 커피콩에 동일하게 나타날 때에 볶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정확히 알아야 할 변수는 아주 많다.

커피 생두는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고 불균일하다. 가열하면 부피는 늘어나고 내부의 구조는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흡열반응 나중에는 발열반응을 한다. 로스팅의 기본은 생두마다 동일한 열을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로스터기의 열량이 충분해야하고 구조가 고른 열전달이 가능해야하며 커피양도 적당해야 한다. 로스터별로 구조의 특징은 다르고 열의 접촉방식도 달라 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향은 생두의 수분이 건조된 후 가급적 직열로 짧게 가열된 것이 좋다. 수분이 없어야 온도가 100℃ 이상으로 올라가고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다. 또한 향이 제대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온도가 높을수록 빨리 휘발되어 없어지고, 만들어진 향이 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것의 최적점을 찾아야 한다. 로스팅은 끝으로 갈수록 변화가 빠르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종료 시점을 정하고, 로스팅으로 만들어진 향을 보존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신속히 냉각해야 한다.

커피는 식물이고 식물은 단단한 세포벽이 있는 다공질 구조이다. 이런 구조에 열을 가하면 생두 내에 어느 정도 존재하는 수분이 기화되면서 팽창하여 어느 정도 압에 걸릴 때까지는 빠져나가지 못하므로 내부에서 팽창이 일어난다. 수분의 기화와 동시에 이산화탄소도 발생한다. 높은 열에 의해 세포벽이 약해지고 부분적으로는 파괴될 때까지 내부의 압력은 높아진다.

가능한 균일하게 볶는 것을 목표로 공정은 작은 온도기울기로 정확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반대로 빨리 볶으면 증발과 볶음 포인트가 균일한 프로파일과 겹치게 한다. 볶아진 정도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면 그 콩은 신속히 물 분사 혹은 냉풍으로 식혀서 컬러나 향미, 부피가 변화하지 않도록 냉각시켜야 한다.

로스팅에 의해 초래되는 거시적인 변화들

항목

변화 내용

색깔

로스팅 정도가 증가할수록 어두운 색깔로 변한다.

표면

로스팅 정도가 높으면 표면에서 기름이 배어나와 번들거린다.

콩의 구조

분출되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콩에 많은 구멍을 만든다.

부서짐

로스팅과 더불어서 극대화되는데, 이는 콩 내부 조직의 중요한 변형을 동반한다.

밀도

1.2~1.5에서 0.7~0.8로 감소한다.

수분

10~12% 수분이 2~3% 이하로 감소한다.

유기물 손실

상업용 볶음에서 1~5%, 미디엄 로스팅에서는 5~8%, 다크 로스팅에서는 12% 이상 감소한다. 이때 향기물질의 손실도 같이 일어난다.


1) 가열 : 로스팅의 핵심은 가열이다
커피를 가열하면 온도가 올라간다. 가열 온도가 높으므로 표면과 속의 온도 차이가 생긴다. 온도의 차이가 적을수록 좋은데 여러 가지 이유로 온도 차이가 생긴다. 온도의 차이가 작으려면 생두의 크기가 균일해야 하고 수분도 균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절반 크기의 생두나 결점두가 있다면 그것은 로스팅 과정에서 완전히 탄화가 일어날 수 있다. 커피는 향에 민감하고 아주 좋은 향과 보통의 향 사이는 정말 적은 양의 차이인데, 만약에 이런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생두가 하나라도 있다면 로스팅하는 배치 전체의 향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것이다.
커피의 초기 가열은 흡열반응이다. 수분이 있으면 수분이 건조하면서 많은 잠열을 흡수하여 온도의 증가가 느리게 일어나는데, 어느 정도 수분이 날아가고 나면 온도가 좀 더 급격히 증가한다. 따라서 적절한 화력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동일한 조건의 콩도 최적점을 찾기 쉽지 않은데 산지, 전처리, 선별 심지어 보관의 기간에 따라 로스팅 조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니, 이론은 그저 방향을 잡기 위한 것이고 실력은 충분한 경험으로 익힐 수밖에 없는 과정 같다.

좋은 로스터가 갖추어야 할 조건
- 충분한 화력 : 빠른 로스팅 시간, 균일한 온도, 최대한 낮은 온도
- 균일한 온도 : 충분한 화력, 송풍, 교반
- 빠른 냉각 : 강제 대류 냉각 - 재현성 : 모든 인자 100% 제어 가능하도록

2) 물리적인 변화
가열을 하면 → 품온 상승 → 물의 기화, CO2 발생 → 팽창 → 다른 휘발성 물질과 함께 누출 or 세포 파괴가 일어난다.

수분감소, 부피 팽창 : 로스팅을 하는 동안 콩의 밀도는 거의 초기의 절반으로 낮아진다. 수분이 증발하여 사라지고 유기물의 일부가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물과 이산화탄소가 기체가 되면서 부피가 팽창하여 향을 추출하기 좋은 구조가 되고, 팽창으로 크랙이 일어난다. 부피의 팽창은 강배전 시에는 거의 2배로 팽창한다. 따라서 밀도가 감소하여 생콩일 때 리터당 550~700g 정도이던 것이 로스팅 후 300~450g으로 비중이 감소한다. 그리고 수분도 1% 정도로 감소한다.

3) 화학적인 변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 생두의 단당류 그리고 이당류 중에서, 로스팅 후에는 단지 유리 당의 흔적들만 남아있게 된다. 설탕은 부분적으로 가수분해 되며 나머지는 열분해 된다. 당분이 감소하면서 많은 휘발성 물질(향기성분, 휘발성 산들)과 비휘발성 물질(갈변물질 등)이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서 형성되고, 캐러멜 반응에 의해서도 형성된다. 섬유소를 제외한 다당류는 일부 분해되나 반응으로 사라져 가용성 탄수화물의 총량은 볶은 커피에서 많지 않다.

지방 : 일부분만 변한다. 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대부분 변하지 않고 남아 있다. 커피의 지방은 리놀레산이 많은데 양이 로스팅 온도에 따라서 약간 감소한다. diterpenes, cafestol, kahweol은 어느 정도까지 분해된다.

단백질(조단백질) : 함량은 아주 조금 변화하지만 특성은 모두 변한다. 모든 단백질이 변성되는 것이다. 아미노태 질소는 20~40% 손실이 생기고, 강배전 된 에스프레소에서는 약 50%의 손실이 발생한다. 손실은 단순히 휘발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물질과 결합하거나 변화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유리 아미노산은 거의 남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반응 물질은 멜라노이딘 같은 물질로 통합된다. 에스프레소에서 거품의 형성 정도는 추출물의 단백질 양과 볶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유리 아미노산들은 로스팅 후에 단지 그 흔적만이 남게 된다.

알카로이드 : 카페인은 로스팅과 무관하게 안정적이다. 그러나 아주 적은 양은 승화작용에 의하여 손실된다. 트리고넬린은 부분적으로 분해된다. 약배전에서 약 50%가 남고 강배전에서는 미량만 남는다.

미네랄 : 함량은 로스팅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는다.

아라비카 커피를 기준으로 한 로스팅 전후의 성분 변화

식품 성분

생두

원두

탄수

다당류

45.4

37.1

 

설탕

7.3

0.0

 

기타 당

1.0

0.3

지방

지방

14.8

16.6

 

지방산

1.0

1.6

단백

단백질

8.9

7.3

 

아미노산

0.5

0.0

 

카페인

1.1

1.3

 

트리고넬린

0.9

1.0

기타

클로로젠산

5.9

2.4

 

퀸산

0.4

0.8

 

휘발성 아로마

0.0

0.1

 

미네랄

3.8

4.4

 

수분

9.1

2.4

 

캐러멜화 물질

0.0

24.8

 

합계

100.0

100.0

자료 : Espresso coffee, Andrea illy 외

클로로젠산과 다른 유기산 : 클로로젠산이 생두에 있는 산에서 가장 중요한 산이며 로스팅 도중 대부분 분해된다. 크게 커피산(caffeic acid)과 퀸산(quinic acid)으로 분해된 후 계속 다른 물질로 전환된다. 그래서 멜라노이딘에 흡수되기도 하고 방향족 향기물질이 되기도 한다. 클로로젠산 다음으로 많은 구연산도 분해되어 citraconic, itaconic, glutaric acids과 궁극적으로는 약간의 소수(minor)의 산으로 변하며, 사과산도 다른 산으로 분해된다. 인산은 가열에 안전적인데 이노시톨인산염의 가수분해에 의해 증가한다. 그리고 몇 가지 산은 다른 산의 분해에 의해 더 만들어져 양이 늘어난다. 포름산과 초산 같은 경우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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